청작화랑 '우향 박래현 판화전 WITH 운보 김기창' 전
박래현 '빛의 향연2', 44.5 x 58cm, 에칭, 1972 [청작화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아! 아! 우향/ 예술을 위해 가시밭길을 밟고/ 지금은 십자가를 진 당신./ 나와 아이들을 위해 또 한개의/ 십자가를 지고 간 당신./ 불러도 불러도 대답 없는 그대여!"
한국화 거장 운보 김기창(1913~2001)이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 우향 박래현(1920-1976)을 생각하며 쓴 시 '나의 아내 박래현' 일부다.
박래현은 청각장애를 극복하고 한국화 거장이 된 운보 김기창의 든든한 삶의 동반자였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 일본 도쿄 여자미술전문학교 재학 중 조선미술전람회에서 특선을 받았고, 시상식 참석차 귀국했다가 김기창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집안의 반대 등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박래현은 "결혼해도 그림을 계속 그리게 해달라"는 조건만 내걸었다. 김기창이 이를 받아들여 부부가 된 두 사람의 애틋한 사랑은 유명하다.
그동안 '운보의 아내'라는 수식어에 가려졌지만, 박래현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태피스트리, 판화, 추상화 등 시대를 앞서간 작업을 선보인 선구적인 예술가였다.
청각장애가 있었던 김기창의 뒷바라지를 하며 네 자녀를 키우면서도 작가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열었다.
김기창(오른쪽)·박래현 부부 [청작화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아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개최 중인 회고전 '박래현, 삼중통역자' 전을 통해 박래현이 새롭게 조명되는 가운데, 그의 삶과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또 하나의 전시가 열린다.
강남구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지난 6일 개막한 '우향 박래현 판화전 WITH 운보 김기창'은 박래현의 독보적인 판화 작업과 함께 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되새기는 전시다.
동판을 긁고 파서 만든 박래현의 동판화 에칭 작품 23점과 운보의 한국화 등 8점까지 총 31점이 전시된다.
동판화 에칭 작업은 박래현이 암으로 별세하기 전 6년간 뉴욕에서 열정을 불태우던 시기 제작한 것으로, 한국적 정서가 흐르면서도 현대적인 조형미가 돋보인다. 미공개 판화 작품도 볼 수 있다.
김기창의 작품에서는 두 사람의 남다른 부부애를 느낄 수 있다. 석류나무 위에서 다람쥐들이 노니는 모습을 그린 1969년작 '석류와 다람쥐'는 김기창이 박래현에게 특별히 선물한 그림이다. 박래현이 소중하게 간직하던 작품으로, 자녀가 소장해오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됐다. '바보산수' 역시 아내를 잃은 슬픔을 담은 작품이다.
손성례 청작화랑 대표는 "신화적인 사랑을 했고 훌륭한 작품으로 한국미술을 세계에 알린 부부의 전시를 다시 열게 돼 기쁘다"라며 "지금 봐도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우향의 작품이 뒤늦게나마 재평가돼 제 자리를 찾은 것 같아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청작화랑은 1988년 김기창·박래현 부부전, 2018년 박래현 판화전을 여는 등 두 작가와 오랜 인연을 맺어왔다. 전시는 12월 5일까지.
김기창 '석류와 다람쥐', 39.5 x 32cm, 종이에 채색, 1969 [청작화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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