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공모주 뺨 때리는 스니커테크…'주식'의 특성 갖춘 스니커즈, 신금융으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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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가 미국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 앤 제리스와 함께 출시한 스니커즈 '나이키X벤 앤 제리스 SB 덩크 청키 덩키'는 지난 5월 26일 12만9000원에 발매됐다. 추첨 방식으로 판매된 이 운동화는 발매 3일 만에 리셀 플랫폼 '엑스엑스블루'에서 1530% 급등한 210만원에 거래됐다. 12만9000원에 운동화를 산 판매자는 3일 만에 16배의 수익을 거뒀다.
단숨에 130% 수익률, 일명 '따상' 공모주 투자를 비웃는 1000% 수익 스니커즈 투자 마켓이 초고속으로 열리고 있다.
운동화로 재테크한다는 '스니커테크(Sneaker Tech)'는 공모주 수익률을 가볍게 비웃는 수익률로 10대부터 30대를 열광시키고 있다. 글로벌 기업 나이키가 한정판 운동화를 끝없이 발매하면서 이를 재거래하는 리셀(resale·재판매) 시장의 볼륨이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새로운 마켓이 형성되고 있는 지금, 시장 질서가 완전히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네이버와 롯데, KT, 무신사 등 내로라하는 업계의 대표주자들이 앞다퉈 스니커즈 리셀에 진출하며 불꽃 튀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공모주 청약보다 스니커즈 래플(Raffle·추첨) 하라=2020년은 그 어느 때보다도 공모주 투자가 뜨거웠다.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상장만 하면 100% 수익을 보여주는 공모주가 속출했다.
'공모주 파티'라고 연일 뉴스에서 떠들었지만 공모주는 사실 누구나 투자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 아니다. 공모주 청약을 위해서는 최소 몇 천 만원, 많게는 억대 청약증거금이 필요해서다. '국민 공모주'로 불렸던 주식들도 사실 투자 가능한 사람은 목돈이 동원 가능한 투자자에 국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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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대의 주식'으로 불리는 한정판 스니커즈 투자에는 큰 목돈이 필요하지 않다. 스니커즈 선착순 발매나 추첨에 참여해 10만~20만원 정도면 운 좋게 한정판 스니커즈를 가질 수 있다. 1020세대가 너무 좋아하는 한정판 스니커즈는 수집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재테크의 대상으로 급부상했다.
2000년대 초반 한정판 스니커즈 발매를 시작한 나이키는 이제 거의 매일 한정판을 발매하고 있다. 한 달에만 15족~20족 가량의 한정판이 발매되고 모두 발매와 동시에 품절 된다. 아디다스와 뉴발란스도 한정판 발매에 가세했다. 끝없는 한정판 발매는 스니커즈 리셀이라는 2차 시장을 낳았다. 발매된 한정판 스니커즈를 재거래해서 수익을 올리는 2차 시장은 주식시장과 비슷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스니커즈 리셀, 폭발적 성장 新마켓 열린다=미국의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스톡엑스에 따르면 이미 2019년 스니커즈 리셀 마켓 규모는 7조원(60억 달러)을 기록했다. 스니커즈 발매 시장 규모가 지난해 약 110조원(1000억 달러)을 기록한 가운데 스톡엑스는 2025년에는 리셀 거래가 한정판 운동화 발매 1차 시장 대비 차지하는 비중이 15~25%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을 운영하는 미국의 스톡엑스는 이미 지난해 기업가치 1조원을 인정받으며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다. 말하자면 스톡엑스는 미국 1위 스니커즈 증권사가 됐다. 각각의 가치를 지닌 스니커즈가 곧 개별 주식이고 발매가(공모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재거래된다. 주가가 수급에 의해 좌우되듯 유통 물량과 운동화 가치에 따라 가격이 변동한다. 주식처럼 매매 타이밍도 중요하며 주식과 똑같이 한정판 스니커즈를 가능한 싸게 구하는 것이 수익률의 핵심이다.
나이키 벤앤제리스 x SB 덩크 로우 청키 덩키 스니커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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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니커즈 리셀 마켓은 패션 매니아들이 한정판 운동화를 구입하는 쇼핑몰을 넘어 하나의 금융거래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정판 스니커즈라는 아이템을 거래하는 2차 시장이 완전히 새로운 금융시장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를 내다본 네이버, 무신사, 롯데, KT 등은 이미 이 시장에 진입했다.
브라이언 안 아웃오브스탁 대표는 "스니커즈 리셀 시장은 지금 미친 듯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여전히 성장 초기라 다양한 기업들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스니커즈 매니아들이 운동화를 구하던 한정된 패션 마켓에서 이제 새로운 금융 시장으로 발전하는 과도기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오정은 기자 agentlittl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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