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우 | 글 쓰는 내과 의사. 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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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근육을 숭배하죠."
넷플릭스에서 본 보디빌딩에 관한 다큐에서 한 보디빌더가 인상적인 말을 던졌다. 완전히 공감하진 못하더라도 이 말이 나오게 된 배경과 어떤 심리인지 알 수는 있다. 인간은 강함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다. 큰 근육은 강함의 가장 대표적인 상징이다.
이들이 주로 하는 웨이트 트레이닝은 고중량의 기구를 다루면서 근육의 크기를 키우는 운동이다. Body Building, 몸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스포츠. 수행능력뿐만 아니라 근육의 아름다움에 관심이 많다. 지구력도 민첩성도 모두 기본 이상이다. 어떤 운동 종목에 몸을 담더라도 웨이트 트레이닝이 기본인 이유가 이 때문이다.
'헬스'라는 별명 역시 건강을 뜻하지 않던가? 일반인의 건강에 이득이 됨에는 당연히 이견이 없다. 건강을 위해 더 좋은 운동은 없는 것 같다. 잘 배워서 한다면 부상도 없고, 나이 들어 하기에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건강에 꼭 좋기만 한 걸까? 일반인 중에서도 준 프로 보디빌더가 되어 "인생의 새 막을 연다"며 조명되는 경우가 많다. 모두 긍정적인 모습뿐이다. 의사로서 진료실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난 약간 우려가 된다. 꼭 그렇지만도 않기 때문이다.
가장 주의할 건 스테로이드 남용이다. 큰 근육을 추구하다 보면 스테로이드의 유혹이 손을 뻗친다. 운동을 조금만 해도 급격히 근육이 자라니까. 그렇지만 남용하면 결국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 뼈가 부스러지고 성 기능 장애도 생긴다. 약물 없는 운동이 당연한데, 남용하는 사례가 많다 보니 안 쓰고 운동하는 정상인을 '내츄럴'이라고 따로 부를 정도다.
*SBS 보이스(VOICE)로 들어보세요.
뿌리치기 힘든 스테로이드의 유혹. 남용한 대가는 너무나도 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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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로이드 말고도 하나 더 짚어 보자. 단백질을 과다 섭취하며 헬스에 임할 경우 신장(콩팥) 손상 우려가 있다. 신장은 대개 한 번의 과실로 망가지지 않는다. 선천적으로 신장이 약하면 그렇지만, 대개 여러 차례 자극으로 인해 서서히 망가지게 된다. 말하자면 수 회의 급성신부전을 통해 만성신부전이 온다. 급성신부전의 원인은 많다. 그중 하나가 단백질 과다 섭취다.
단백질은 그 자체로 신독성이 있다. 한 번은 TV에서 장인이 사위를 심하게 꾸짖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고기를 너무 많이 먹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장인은 대학병원 신장 내과 교수였다. 신장내과가 전문인 교수로서 모든 끼니에 고기 반찬을 들이 붓는 사위가 얼마나 염려되었을까. 그 마음이 이해가 되어 쓴웃음이 났다.
물론 적당한 양의 단백질은 근성장을 위해 당연히 필요한 영양 섭취이지만, 무엇이든 과하면 좋지 않다. 음식으로 섭취하는 단백질로 모자라 파우더나 알약까지 동원하기도 한다. 평생 이렇게 먹으면 신장이 점차 약해질 수 있다. 반복되는 급성신부전을 경계해야 한다.
둘째는 횡문근융해증이다. 운동 좀 한다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앓는다는 병이다. 근육에 스트레스를 가하는 운동이므로 중량운동을 하면 심심치 않게 겪는다. 운동을 심하게 하면 근육이 깨지고, 여기서 쏟아져 나오는 미오글로빈이 신장을 망가뜨린다. 심하면 피오줌이 나오기도 해서 금방 알아채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이때 수액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면 신장이 큰 무리를 겪는다. 그런데 대개 증상이 애매해 피곤해 그런 줄 알고 참고 넘어간다.
마지막 주의할 점은 탈수다. 계체량을 통과해야 하는 스포츠인이라면 탈수의 늪을 피할 수 없다. 복서나 레슬러는 대회 전 체급을 맞추기 위해 하루 만에 10kg 이상을 감량하기도 한다. 이 심각한 다이어트가 탈수를 야기하는데 대회가 자주 있거나 선수 수명이 길수록 탈수 상황에 노출되기 쉽다. 앞서 말한 급성신부전의 위험도 높아진다.
신장이 한 번 약해지면 젊을 때야 버티더라도 나이가 들어 걷잡을 수 없는 문제를 겪는다. 패혈증이 오면 투석 치료를 해야 하고 요독이 쌓이면 정신을 잃는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꾸준한 운동은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이든 과하면 독이 될 수 있다.
망가진 건강은 의사도 되돌릴 수 없다. 내 건강을 챙길 사람은 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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