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내 경찰 대한 불만 토로
“고유정 前남편 사망도 없었을 것”
친부, 초동수사 문제 지적했지만
충북廳, 감찰 조사조차 진행안해
전 남편을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지난 5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 확정판결을 받은 고유정.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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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경찰의 초동 수사만 잘 됐으면 아이 살인 혐의에 대해 유죄가 나왔을 것이다. 초동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전 남편 살인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고유정(37)의 전 남편이자 의붓아들의 친부인 A씨는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6일 가진 헤럴드경제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 5일 고유정에 대해 무기징역을 확정지었지만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압착에 의한 질식사’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소견만 남긴 채, 의붓아들 살인 사건은 미제로 남게 됐다.
A씨는 인터뷰 내내 경찰 초동 수사의 문제점과 경찰 조직에 대한 불만을 털어놨다. 그는 “지난해 10월 민갑룡 당시 (경찰)청장이 국정감사에서도 아들 초동 수사 부실 의혹과 관련한 국회의원의 질의를 받고,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경찰이 아무 것도 안 하고 소나기 피하듯 했다”고 했다.
실제로 본지가 확인한 결과 고유정 의붓아들 사망 사망 사건 초동 수사 부실 의혹과 관련해 충북지방경찰청은 초동 수사를 진행한 충북 청주상당경찰서에 대한 감찰 조사를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청주 상당경찰서의 자체 감찰 부서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A씨는 아들 사망 사건에 대한 경찰의 초동 수사가 부실했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해 8월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초동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책임자들을 처벌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청주상당경찰서는 의붓아들이 사망한 지 3개월가량이 지난 후에야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아들이 숨진 직후에는 숨진 아들과 A씨가 한방에 있었다는 이유로 수사가 A씨에게 집중됐다. A씨는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 신분이었다.
두 달 후 고유정이 또 다른 전 남편 강모씨를 잔혹하게 살해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사의 방향은 정반대가 됐다. 사실상 재수사에 나선 경찰은 자문위원 등을 꾸려 고유정이 의붓아들도 죽였다고 결론냈다. 하지만 시간이 상당히 흐른 탓에 직접적 증거는 확보가 어려운 상태가 됐다. 특히 의붓아들의 혈흔이 묻은 이불 등은 고유정이 모두 버린 사실도 드러났다.
A씨는 “법원까지 오기까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부딪히는 기관은 경찰”이라며 “나는 아이가 죽은 피해자지만 경찰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경찰이라는 거대 조직을 상대로 싸워 왔다. 힘든 시간이었다”며 “아이를 위해 슬퍼해야 될 시간임에도, 그럴 시간조차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1심, 2심이 진행되면서 기적이 일어나길 바랐다”며 “지금은 그 기다림조차도 없어진 상태”라고 털어놨다. 이어 “고유정은 사형도 모자라는 사람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진실 규명”이라며 “진실을 규명할 기회가 이제는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A씨는 숨진 아들에게도 할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진실을 제대로 밝히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며 “하늘에서도 억울해할 것 같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짧은 시기였지만 아들로 살아 줘서 무척 고맙다”며 “내 아들도 분명 아빠가 사랑하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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