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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유랑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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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들·한 남자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 유랑의 달 = 올해 일본서점대상을 받았고 제41회 요시카와에이지 문학신인상 최종 후보에 오른 소설이다.

자유분방하게 자란 여자아이와 엄격한 교육 속에 큰 대학생 남자 사이의 우정과 소통을 줄기로 구원을 이야기한다.

두 사람은 서로 위안을 주고 새로운 자아를 느끼도록 자극하지만, 세상의 시선은 이들을 유괴범과 피해 아동으로 몬다. 소년원과 아동 보육시설로 각각 보내진 이들은 15년 뒤 재회하지만, 세상은 이들의 관계를 여전히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서로가 그리웠던 이들은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대중소설을 쓰던 나기라 유가 처음으로 도전한 순수 문예 소설이다. 출간 1년 만에 일본에서만 37만 부가 팔렸다. 정수윤 옮김.

은행나무. 372쪽. 1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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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해자들 = 우리 거주 문화가 공동주택 위주로 바뀌면서 새롭게 생긴 갈등의 씨앗 '층간 소음'을 소재로 현대인의 내면에 서린 고통을 그려냈다.

평화로워 보이던 아파트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1111호 여자가 용의자로 지목되고, 이웃들은 예상했던 일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1111호 여자는 힘겹게 재혼했지만, 고부 갈등으로 마음속 병이 커져만 간다. 게다가 시어머니와 절친한 사이인 1211호에서 계속 들려오는 소음은 여자를 더욱 지치게 한다. 결국 1111호 여자는 이웃과 계속 불화를 일으킨 끝에 시어머니와 남편, 아들까지 모두 떠나보내고, 결국 마지막까지 곁을 지키던 딸마저 잃는다.

1112호 여자는 언제부터인가 들리기 시작한 미세한 소음이 1111호에서 들려오는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갈수록 신경이 날카로워지면서 두 집은 충돌하고, 1112호 여자의 평온하던 일상도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 고통의 시작은 어디일까? 피해자임을 자처하는 독자들도 언제든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섬찟한 사실을 소설은 나지막하게 이야기한다.

2008년 '양장 제본서 전기'로 등단한 정소현의 장편소설이다.

현대문학. 152쪽. 1만3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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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남자 = 2018년 제70회 요미우리문학상을 받은 장편소설. 중견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의 작품이다.

절망의 끝에서 만난 남자의 모든 것이 '가짜'였다면 어떤 기분일까? 소설은 이런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어린 아들을 잃고 이혼한 리에는 부친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절망에 빠진다. 그런데 구세주 같은 남자를 만나 다시 사랑에 빠지고 새롭게 행복을 꿈꿨지만, 이 남자가 어느 날 사고로 숨진다.

더 충격적인 건 이 남자의 이름과 경력 등이 모두 낯선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는 사실이다. 리에의 의뢰를 받아 진실을 추적하는 변호사인 화자는 조사 과정에서 더 미스터리한 일들을 겪게 되고 자신의 정체성에도 혼란을 느낀다.

1975년 아이치현에서 태어난 히라노는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를 읽고 작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주요 작품으로 '결괴', '형태뿐인 사랑', '공백을 채워라', '투명한 미궁' 등이 있다. 양윤옥 옮김.

현대문학. 396쪽. 1만4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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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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