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인종차별 항의 시위 도중 한 시위자가 ‘모든 표를 개표하라’고 쓰인 종이를 들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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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다음날인 4일(현지시간) 새벽 개표가 진행되는 와중에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개표 결과는) 사기극”이라며 “연방대법원에 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캠프는 이후 경합주들에 개표중단 소송을 제기하고, 재검표를 요구했다. 시간을 끄는 법정 싸움을 통해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승리로 이어지는 개표 결과가 나오는 걸 막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직 대통령이 대선 불복인 재검표와 판 흔들기에 나서면서 미국이 당분간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선 후 36일 만에 연방대법원의 판단으로 승패가 갈렸던 2000년 대선의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캠프는 바이든 후보가 역전했거나 두 후보 간 격차가 급격히 좁혀주는 주를 상대로 개표중단 소송을 내거나 재검표를 요구했다. 조지아를 두고 우편투표 접수시한(3일 오후 7시)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를 확실하게 분리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고 미시간·펜실베이니아에 대해선 공화당 참관인들이 제대로 개표를 참관할 수 없었다며 소송을 냈다. 막판 개표결과가 뒤집힌 위스콘신을 두고는 “표 차가 적다”며 재검표를 요구했다.
해당 주들은 트럼프 캠프의 소송 제기에 대해 “선거와 개표는 투명하게 진행됐다”면서 강력히 반발했다. 각 주정부는 개표중단·재검표 요구를 받아들이거나, 거부할 수 있다. 다만 소송이 진행돼 주대법원이 트럼프 캠프의 요구를 기각하더라도, 트럼프 캠프가 불복하면 결국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를 대비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 보수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의 인준을 밀어붙여 대법관 구성(보수 6명, 진보 3명)을 소송에 유리하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은 2000년 대선 때 개표 결과가 연방대법원으로 가는 악몽을 겪었다. 당시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 앨 고어 후보는 경합주인 플로리다에서 표차가 537표에 불과했다. 고어 후보 측은 재검표를 요구했고, 플로리다 주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부시 후보 측이 반발하면서 재검표 여부를 두고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결국 그해 12월12일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은 재검표 중단을 명령했고, 고어 후보는 승복했다. 대선을 치른 지 36일 만이었다.
만약 연방대법원으로 소송이 이어지고, 한 후보의 승리를 확정할 만한 대법원 판단이 선거인단 확정 기한(올해는 12월8일) 이전에 나오지 않으면 혼란은 장기화한다. 12월8일을 넘기도록 승패가 결정되지 않으면 주지사나 주 의회가 판정해 선거인단을 확정한다. 판정 권한을 누가 갖는지는 주 법에 규정돼 있다. 주지사 소속 정당과 주의회 다수당이 다르면 선거인단 명단이 2개 제출되거나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혼란 속에 선거인단 투표일(12월14일)까지도 선거인단 과반을 확보한 후보가 없으면 대통령 선출권은 연방 하원으로, 부통령 선출권은 상원으로 넘어간다. 전체 하원의원 숫자는 민주당이 많더라도 주별로 하원의원 1명씩만이 대통령 선거에 참여하기 때문에, 공화당이 다수당인 주가 많으면 트럼프 대통령에 유리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송으로 선거 결과가 정해지는 걸 늦추려는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편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를 직감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4일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캠프와 이후 전략을 논의하고 지지자 일부와 비공개로 대화를 나누면서 선거를 법적 공방으로 끌고 갈 의향이 있지만, 법적 공방이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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