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절단 후 바다·아파트 쓰레기 분리시설에 버려
"의붓아들, 함께 자던 현 남편 다리에 질식사 가능성"
경찰에 체포된 고유정(가운데). 한국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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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만나게 해 달라는 전 남편을 유인해 살해한 뒤, 시신을 바다 등에 버린 고유정(37)에게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5일 살인과 사체손괴, 사체은닉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의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고유정은 지난해 5월 25일 제주시의 한 펜션에서 아들을 보러 온 전 남편 A씨에게 수면제를 희석시킨 카레를 먹인 뒤, 흉기로 살해하고 사체를 절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범행 사흘 후, 전남 완도로 향하는 여객선에서 A씨 사체 일부를 바다에 버리고, 다른 일부는 종량제 봉투에 담아 경기 김포시 한 아파트의 쓰레기 분리시설에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앞서 같은 해 3월 1일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재혼한 남편 B씨와 함께 잠을 자던 의붓아들 C군을 살해한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고유정이 “아들을 만나게 해 달라”는 A씨의 거듭된 요구가 당시 재혼 상태였던 자신의 결혼 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걸 우려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했다. 고유정은 A씨 살해에 대해선 “성폭행을 하려 해 우발적으로 한 행동”이라고 인정했으나, 의붓아들 살해 혐의는 완강히 부인해 왔다.
1심은 고유정의 A씨 살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살해 다음날 피고인은 성폭행 미수 처벌 등을 검색했는데, 성폭행 피해 사실을 허위로 꾸며내려 한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고유정의 정당방위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불면증 치료제를 복용하고 옆에서 함께 자던 남편 B씨가 무의식 중에 다리 등으로 C군을 질식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범행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2심도 1심 결론을 유지했고,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사건 당시 A씨가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피고인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며 “피고인은 범행 도구와 방법을 검색하고 미리 졸피뎀을 처방받아 구매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음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C군 살인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이 나오자, 친부인 B씨는 변호인을 통해 “참담함을 감출 수 없다“는 심경을 밝혔다. B씨 측은 “제 몸에 눌려 숨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는데도, 법원이 0.00001%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고유정의 살해 혐의를 부인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인생의 꽃봉오리도 피우지 못한 채 허무하게 생을 마감한 아들이 하늘에서나마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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