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63815774 0022020103163815774 03 0301001 6.2.0-RELEASE 2 중앙일보 0 false true false false 1604122592000 1604289885000

서경석도 본 공인중개사 시험, 직접 치러보니…"너 마저, 넘사벽"

글자크기
중앙일보

31일 서울 노원구 미래산업과학고등학교에서 열린 제31회 공인중개사 시험에 응시생들이 입장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공인중개사 시험은 다섯 달 벼락치기로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기자는 5월부터 5개월간 준비를 해 31일 제31회 공인중개사 시험에 도전했다. 그러나 결코 만만한 시험이 아니었다.

31일 오전 공인중개사 1차 시험 두 과목을 치르고 인천 미추홀구 한 고등학교 교실을 나온 기자는 내년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오전 9시 시작해 110분 만에 종료된 80문제짜리 1차 시험에 응시한 기자는 가채점을 하지 않고도 탈락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생업과 병행해 짬짬이 시간을 낸 5개월로는 공부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2과목 '민법 및 민사특별법 부동산 중개 관련 규정'은 물론,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으로 봤던 1과목 '부동산학개론'조차 제대로 손을 댈 수 없었다.



코로나19에 미뤄진 취업, 시험장으로



이날 전국에서 치러진 시험에는 기자를 포함해 34만3076명이 몰렸다. 1983년 공인중개사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많은 응시자다. 2021년 수능 응시생 중 고3 재학생 숫자(34만6673명)와 맞먹는다.

오전 11시 10분 시험을 치르고 나오다 만난 여성 김모(24)씨는 아버지와 함께 서울 성동구에서 한 시간가량 차를 몰고 인천 시험장까지 왔다. 오늘이 첫 도전이라는 김씨는 올해 대학을 졸업했지만, 합격한 회사가 입사를 미루는 바람에 공인중개사에 도전했다고 했다.

김씨는 "연수를 받아야 할 시점에 돌연 입사가 연기됐다"며 "집에서 쉴 바에는 아버지와 함께 시험해 도전해보려고 응시했다"고 말했다. 김씨와 함께 시험을 치른 아버지 김모(53)씨는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다. 최근 지속한 부동산 급등과 불안이 공인중개사 시험을 치르게 된 계기가 됐다고 한다.

아버지 김씨는 "처음에는 부동산 시장을 좀 더 알고 싶어 공부를 시작했다"며 "노후 준비를 위해 시험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딸 김씨는 "서울 집값이 너무 높다고 얘기하라"라며 아버지 등을 떠밀기도 했다.

중앙일보

31일 서울 노원구 미래산업과학고등학교에서 열린 제31회 공인중개사 시험에 응시생들이 입장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올해 공인중개사 시험엔 34만3076명이 접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1983년 공인중개사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많은 응시생이 몰렸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역대 최다 응시생 몰려 '원정시험' 속출



아버지 김씨가 시험 준비를 시작했을 무렵인 2018년에는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생이 32만2577명이었다. 2016년에는 27만3251명, 2017년에는 30만5316명으로 2018년까지 증가 추세였던 응시생 숫자는 지난해 29만8227명으로 주춤했다. 그러다 올해 다시 5만명가량 늘어났다.

역사상 가장 많은 응시생이 몰린 이 날, 먼 지역에서 시험을 치르러 온 응시생도 많았다. 학교 운동장에서 만난 김모(36)씨도 서울 양천구에서 시험장까지 왔다. 김씨는 "조금 늦게 시험장을 선택하려다 보니 서울에서 시험장을 찾을 수 없었다"며 "올해 특히 시험장 찾기가 어려웠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보조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김씨는 "부동산 관련 규제가 심해져 업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이 이전과는 많이 달라 혼란스럽게 생각하는 업계 동료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매매 관련 규제나 대출규제 등으로 전세나 매매 건수가 많이 감소해 일도 줄었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제31회 공인중개사 시험이 실시된 31일 오전 시험이 치러진 서울 용산구의 한 고등학교로 응시생들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간이 부족해 5문제 정도 남기고 나왔다는 최모(38)씨는 공인중개사 시험에 도전한 이유로 "지금 다니는 회사가 정년이 보장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시험을 봤다"며 "오늘 1차에 도전하고 순차적으로 2차에 도전해 2년 안에 합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생 수는 부동산 경기에 따라 움직이는 측면이 있다"며 "자산에 대한 관심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생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