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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김종철 "검찰개혁을 알리바이로?…양심적 검사들 등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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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문재인 정부가 잘못하고 있는 게 많지만 국민의힘은 대안이 아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의 긴 이야기는 이렇게 요약된다. '문재인 정부가 잘못하는 것'으로는 검찰개혁, 노동, 성평등 문제 등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검찰개혁이 집권세력의 개혁성을 증명하는 알리바이냐"며 "검찰개혁이 '검찰 길들이기'로 가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검찰개혁은 공수처가 핵심이고, 정의당은 공수처 출범을 방해하는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고 싸울 것"이라면서도 "정권 연루 사안을 수사하면 '적폐'라는 식의 얘기는 말도 안 되는 것이고 수사는 성역 없이 해야 한다. 검찰개혁의 목표가 '여당은 건드리지 말라'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 감찰 지시 등에 대해서도 "추 장관이 진중하지 않다"며 "검찰개혁을 '추미애-윤석열 파워게임'으로 전락시키면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서 역시 "국정감사에 작심하고 싸우러 나왔느냐"고 쓴소리를 했다.

노동·부동산 등 의제에 대해서는 "개혁이 흐지부지되고 있는 문제가 가장 크다"며 플랫폼 노동 등 환경 변화에 대한 정부·여당의 침묵, 주 52시간제 도입 1년 6개월 유예 등을 매섭게 비판했다. '부동산 문제에 정부는 손을 떼라'는 보수진영의 목소리를 정면 반박하면서도, 오히려 종부세 축소 주장이 여권에서 지속적으로 나오는 상황도 비판했다.

성평등 문제에 대해서도 "서울·부산시장 선거 원인이 된 성 비위 사건에 책임지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고, 정의당이 낙태죄 폐지 이슈에 당력을 집중해 싸울 것임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정의당의 전략적 목표가 "진보가 세상을 바꾼다"는 명제를 널리 알리는 것에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특히 '조국 사태' 이후 사회 정의에 대한 요구가 공정으로 축소 제기되고 있는 데 대해 "공정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정치는 불평등을 바로잡는 게 주된 의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30일 국회 정의당 당 대표실에서 가진 김 대표와의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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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철 정의당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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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문제는 '개혁 흐지부지'…검찰개혁이 '개혁성 알리바이'냐"

프레시안 : 취임을 축하드린다. 김 대표는 취임 후 문재인 정부에 대해 '비판할 것은 하겠다'는 자세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정부·여당의 국정운영 가운데 무엇이 가장 문제라고 보나?

김종철 : '흐지부지'가 가장 크다. 노동 문제에서 주 52시간제 문제가 있는데, 가장 절실한 사람들은 오히려 중소·영세기업 노동자들인데 52시간제 적용을 1년6개월 유예시켜 버렸다. 사실상 올 연말이 지나야 50인 이상 사업장에 확대적용되고, 50인 이하는 내년 연말까지 가야 한다. 그나마 계속 유예시키면 할 수가 없다. 차라리 애초에 '52시간'을 못박지 말고, 첫 해에는 58시간으로 하되 대신 예외를 두지 않고 중소기업까지 적용했어야 했다. 그리고 다음해부터 56시간, 54시간으로 줄이다가 마지막에 52시간으로 하면 됐지 않나. 처음에는 기세등등하게 '하겠다'고 했다가 유야무야되는 게 너무 많다.

택배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으로 거론되는 생활물류서비스법도 이번에 민주당이 낸 법안은 뭐가 살짝 빠졌더라. 예를 들어 여객운수노동자들은 근무 후 11시간 연속 휴게 시간을 갖게 하는 게 (사용자의) 의무인데, 택배노동자들에게도 그 조항을 준용해서 7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하는 등 실질적 과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 다만 이 부분은 소득과 연관돼 있어 택배노조 측과 얘기해 봐야 할 것이다. 이스타항공 문제도 노동자들을 만나보면 본인들 생존 문제가 해결될지 걱정이 많고 그게 단식투쟁의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가 지원을 해 주면 기업이 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노력해 줬으면 좋겠다.

부동산 문제도 그렇다. 다주택 종부세는 올해 7월에서야 정상화된 것이고, 이어 공시지가 정상화로 가야 하는데 다시 고가주택 기준이 9억이냐 6억이냐 하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러다 또 흐지부지된다. '우리 정권에서 논란은 없다'는 태도다. 자신들의 개혁성은 검찰개혁만으로 '알리바이'를 삼고 있는 것 같다.

프레시안 : 보수진영에서는 부동산 문제를 놓고 '시장에서 손을 떼라'고 하고 있다.

김종철 : (한숨) 부동산은 아무리 싼 부동산이라 해도 비싼 재화다. 가장 비싼 재화이면서 필수 생활수단이다. 국가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 시장에만 맡기라? 더 난리가 난다. 보수진영은 그런 얘기를 할 자격이 없다. 이명박 정부 때 보금자리 150만 호 공급하겠다고 하고 (공공주택 확대 방향을 잡았으나) 박근혜 정부 때 사실상 폐기시켰다. 건설사 이윤이 안 남는다고 다 뭉개버리고, 공공주택 공급을 날려버린 것이다. 그런 그들이 말하는 주거정책은 말도 안 되는 것이다.

프레시안 : 부동산 문제는 '공정'이라는 화두와도 연결된다. 시민들은 자신들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고통받는데 고위공직자나 힘 있는 사람들은 다주택을 보유한 것을 보고 배신감을 느낀다.

김종철 : 정권 참여 세력들이 사실은 자신들도 기득권 연합에 동참하고 있으면서 그렇지 않은 척 하는 것이 문제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을 방패막이 삼아서 '우리가 그래도 국민의힘보다는 낫지 않느냐'고 포장하면 안 된다.

프레시안 : 부동산 문제도 있지만 지난해 '조국 사태' 이후로 현 집권세력에 대한 비판하는 집단들이 가장 앞세우고 있는 구호가 '공정'이 됐다. 사회 정의에 대한 요구가 단지 절차적 공정으로 축소 제기되고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이에 대한 정의당의 입장은?

김종철 : 불공정 이슈는 당연히 제기될 수밖에 없다. 모든 국민은 태어날 때부터 불공정하다. 어느 지역에서 태어났느냐, 남성이냐 여성이냐, 이런 차이가 불공정을 낳는다. 그 결과로 발생하는 불평등을 어떻게 결과적으로 공평하게 만드느냐가 정부의 역할이고 정치의 역할이다.

불공정 문제는 그 자체로는 쉽게 개선될 수 없다. 어떤 시험 하나가 공정하게 치러지느냐 아니냐, 여기에 포커스가 갇히면 안 된다. 인천공항공사 사례를 보면, 입사 루트 하나하나가 불공정하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보다 그 시험을 봐서 공기업에 들어갈 수 없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게 중요하다. 0.1%의 쟁점을 가지고 '이것이 해결되면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하면 안 된다.

프레시안 :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은 이른바 2030 세대의 요구를 '결과의 평등은 바라지도 않는다. 시험만이라도 공정하게 보게 해달라'는 것으로 요약 진단해 제시하기도 했다.

김종철 : 그런 문제의식이 나쁜 것은 아니다. '내가 노력해서 잘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문제의식은 긍정적이다. 다만 구조적으로 그게 불가능한 사회가 됐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시험의 공정성을 얘기하지만, 아무리 입시를 공정하게 해도 사교육의 힘, '부모 찬스', 기득권 네트워크의 힘이 자연스럽게 작용하는 것을 극복할 수는 없기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나 정치는 불평등 문제를 제대로 바로잡는 게 주된 의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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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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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이 '검찰 길들이기'로 비쳐…추미애 진중하지 못하다"

프레시안 : 정부·여당이 과감한 개혁을 주저하면서 자신들의 개혁성을 입증할 '알리바이'로 검찰개혁을 내세우고 있다고 조금 전에 김 대표가 말했는데,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방향 자체는 어떻게 평가하나?

김종철 : 검찰개혁 핵심은 공수처다. 저희는 공수처 출범을 방해하는 어떠한 행위도 용납하지 않고 같이 싸울 것이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이헌 변호사 등이 공수처장 추천을 지연시키거나 한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예를 들어 정권이 조금이라도 연루된 것을 검찰이 조사하려 하면 '(검찰이) 적폐다'라고 하는 건 맞지 않다. 대표적으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말 한 마디, 편지 한 장으로 우리나라 집권당, 제1야당, 법무장관까지 들썩들썩 하는 게 맞나? 희대의 사기 피의자에 부화뇌동하는 것으로 검찰개혁 필요성을 얘기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런 검찰개혁을 알리바이로 정권의 개혁성을 입증하려고 하지 말라. 라임·옵티머스 사건은 성역 없는 수사를 해야지, (이 사건 수사를 두고) '윤석열 물러나라', '이쯤 되면 물러날 때가 됐는데 윤석열이 참 질기다' 이런 뉘앙스를 주는 게 국민들 보기에 얼마나 한심한가.

프레시안 :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 감찰 지시를 놓고는 검찰 안팎에서 '검찰 중립성·독립성을 흔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추 장관의 최근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나.

김종철 : 검찰개혁의 목표가 '여당은 건드리지 말라'는 것으로 비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 추 장관 수사지휘권 행사에 문제제기를 하면 다 나쁜 검사냐? 그렇지 않다. 이복현 부장검사를 예로 들면, 이 부장검사는 한때 이명박·박근혜 수사하다가 좌천되기도 했고 박 전 대통령이 감옥을 가게 한 일등공신이다. 또 삼성 문제를 끈질기게 파서 재판에 넘긴 검사다. 이런 검사마저도 '너희들도 검찰이니까 용납할 수 없다', '여당에 대드는 검사는 용납하지 않겠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결과가 어떻게 되겠나?

제가 당 대변인일 때 한 번 논평을 하기도 했지만, 추 장관 행동이 진중하지 않다. 검찰개혁 와중이라고 해서 추 장관을 비판하는 것이 마치 검찰 편을 드는 것처럼 봐서는 안 된다. 검찰개혁이라는 과제를 '추미애-윤석열 파워게임'으로 전락시키면 안 된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나름 개혁적인 검사들, 나름 양심적으로 해왔던 검사들마저 등을 돌리게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지금 보여주고 있는 추 장관의 모습, 정권의 모습이 (자칫) '검찰 길들이기'로 가서는 안 된다. 그렇게 보이는 게 대단히 우려스럽다.

프레시안 : 윤석열 총장의 국정감사 발언을 놓고도 정치와 완전히 선을 긋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비판이 있다. 대검 국정감사를 어떻게 봤나?

김종철 : 윤 총장이 작심하고 싸우러 나왔더라. 자기가 맺힌 게 있으니까 그랬을 것 같다. 다만 정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자기 자유라고 하지만 권력기관장, 특히 검찰총장이 그렇게 한 데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사실 윤 총장이 정치를 한다고 해도 정치적·정책적으로 보면 잘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 저런 식으로 정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프레시안 : 윤 총장이 검찰개혁의 주체에서 대상이 된 것은 시기적으로 보면 지난해 '조국 사태' 이후다. 비단 '추미애-윤석열 갈등'뿐 아니라 그때 이후로 시민사회, 진보진영 내부도 분열·갈등을 되풀이하고 있다. 공개적 논쟁을 통한 갈등의 치유도 정치의 역할인데, 해법이 뭘까?

김종철 : 지금도 무슨 '조국이냐 아니냐' 이런 것으로 싸우는 건 아닌 것 같고, 다만 당시 시민들이 조국 사태에 분노한 이유 중의 하나는 '아무리 공직자이고 정치인이지만 한 사람을 저렇게 털 수도 있구나', '한꺼번에 수십 군데를 압수수색하고 박살낼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본 것이다. 그런 면에서 검찰개혁 과제가 있다. 제 주변의 아주 괜찮은 사람들도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며 검찰에 이를 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저렇게 한 사람을 완전히 끝장내겠다는 생각으로 국가 권력을 동원할 수 있느냐' 하는 데 분노한 것이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 '그때 어떻게 했어야 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공수처를 중심으로 검찰개혁이 추진돼야 하고, 그러면서도 '여당을 압박하는 검찰은 가만두지 않겠다'는 행태 역시 버려야 한다.

프레시안 : 큰 원칙을 지키면 자연스레 문제가 풀리리라는 주장으로 이해된다. '조국 사태'와 관련해 불거진 또 하나의 현상은, 진보진영 내에서도 금태섭 전 의원, 진중권 전 교수 등이 정부·여당을 본격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이들의 문제 제기는 크게 보면 정치적 자유주의의 범주 안에 있다. 진보진영의 문재인 정부 비판이 흡사 자유주의적 목소리에 독점되고 있는 상황인데, 진보정당인 정의당의 입장에서 이 현상을 어떻게 보는지.

김종철 : 자유와 인권은 가장 중요한 가치다. 그게 제일 먼저다. 물론 재산권적 자유주의 같은 주장은 제한돼야 한다고 보지만, (정치적 자유주의의 측면에서) '내로남불은 안 된다' 이런 주장은 모두가 동의하는 것이다. 다만 자유주의적 문제제기가 여론을 독점하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금 전 의원의 문제제기는 일정 정도 타당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반성이지 않나? 조국 인사청문회 때 '이건 잘못된 것이다'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서 '왜 우리 진영에 서지 않느냐'고 하는 건 'O 아니면 X' 둘 중에 하나만 고르라는 것 아니냐. 그것을 비판하는 것은 당연히 타당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어떤 측면에서는 정의당의 존재 이유와도 연결된다고 본다. 'A당 아니면 B당 중에 고르라'고 하면 'C당'인 정의당은 존재 가치가 없지 않나.

프레시안 : 금태섭·진중권 등 진보진영 내의 비판적 목소리가 조명되는 배경으로,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팬덤 정치' 문화가 지적되기도 한다.

김종철 : 제가 볼 때 여당 지지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그런 비판이)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이 재집권하는 데 기여하고 그로 인해 '이명박근혜' 시대로 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건 저희도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을 무작정 지지하자'라는 것은 현실에 안주하는 것에 불과하다. 현실에 안주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비판은) 그래서 앞으로 나가려는 것이다. 지난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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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헌개정하면 끝? 민주당, 성평등 생각 있나"

프레시안 : 정부·여당에 대한 시민사회, 특히 진보진영의 비판 지점 가운데 하나는 페미니즘(여성주의)에 대한 소극적 태도다. 특히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고 이후,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 연대 문제를 두고 정의당이 여권 지지자들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정의당 내에서도 이전 지도부 때 넥슨 성우 문제를 놓고 탈당 등 내홍이 있었다.

김종철 : 페미니즘·성평등 사안에서 성평등주의는 우리가 계속 가져가야 할 가치다. 그런데 이게 논란이 되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다른 정당들이 그 문제에 아무 책임을 지지 않고 말도 안 하기 때문이다. (편집자 : 넥슨 사태 때 논평을 낸 원내정당은 정의당이 유일했다.) 아주 중요한 사건이 벌어졌고 문제가 있는데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원인이 (자당 소속 단체장의) 성 비위 사건인데도 '당헌당규 개정하면 끝'이라는 식이다. 책임지지 않는 태도다.

낙태죄 문제도 마찬가지다. 과연 헌재 결정이 없었으면 민주당이 낙태죄를 건드리기라도 했겠나? 여전히 임신중지를 선택하는 여성들은 고통받고 있고, 불법으로 내몰리고 있고, 그런데도 드러내놓고 싸우기도 힘들다. 당사자들도 고통스럽고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종교계 눈치만 보면서 아무 얘기를 안 하고 있다가, 헌재 결정이 나니까 하긴 하는데 정부도 여당도 '그래도 여전히 낙태는 죄다'라고 하고 있다. 12월까지 정의당이 세게 싸울 것이다.

박원순 시장 조문 때 있었던 일은 죽음에 대한 감정적 문제고, 류호정·장혜영 의원을 비판하는 당원들도 두 의원이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거나 피해자 편에서 발언한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고 본다. 탈당한 사람들도 피해자 보호를 반대한 게 아니라 '조문은 그냥 안 가면 되지 꼭 안 간다고 공개적으로 말을 했어야 하느냐' 이런 거였다. 당 내에서는, 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성평등으로 가야 한다'는 것에 대부분 합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자연스럽게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문제와도 연결되는데, 당 대표 취임하자마자 일성으로 '보선은 지도부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보선 선거전략은?

김종철 :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이다. 서울시장 선거 TF를 만들 것이고, 아직 구성이 다 안 됐지만 제 책임 하에 끌고가려고 한다. 정책부터 준비할 것이고 특히 서울의 주거 문제에 대해 강력한 대책을 낼 것이다. 후보로 나설 인물도 많다. 아시아나항공 노조위원장 출신인 권수정 서울시의원, 정재민 서울시당 위원장, 이동영 전 관악구의원 등이 있어 서울시 선거는 자신이 있다.

부산은 '기후위기 공동정부'를 만들자고 (민주당·국민의힘이 아닌) 다른 정당들과 함께하려 한다. 민주노총 부산본부장 출신인 김영진 부산시당위원장이 있고, 박주미 전 부산시의원도 있다. 서울, 부산 모두 단일화 없이 완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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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진보로 세상 바꾸겠다…노동 유연화? 검토할 수 있다"

프레시안 : 보궐선거에 이어 내후년 대선이 있다.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의당 내 대선주자로 본인도 있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는데, 대선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그리고 '대선주자 김종철'을 상징하는 말이 있다면?

김종철 : 목표는 물론 당선이고(웃음), '진보가 세상을 바꾼다'는 게 저의 슬로건이다. 제가 당 대표로 당선된 이유도 '김종철이 되면 뭔가 바뀌겠다'는 것, 제가 상대 후보보다 더 과감하게 선명한 진보를 얘기했다는 것이다. 국민들도 세상을 바꾸기 원한다. 더 진보적인 것이 세상을 더 잘 바꿀 수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높은 지지율이 나오고 있는 게 그래서 아니겠나.

프레시안 : 이낙연 대표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김종철 : (이 대표 개인에 대한 평가보다도) 솔직히 말하면 큰 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할 때가 돼서 힘이 빠졌을 때의 민주당이 걱정이다. 과연 뭘 하려고 할지. 전반적으로 문 대통령이 갖고 있는 개혁적 이미지가 있는데, 거기서 '개혁'이 탈각되면 진중함만 남지 않겠나. 그러면, 진중하기만 하면 세상은 안 바뀌는 것 아니냐.

프레시안 : 대표 취임 후 '진보의 금기에 도전하겠다'고 하면서 연금개혁, 노동개혁 등 의제를 제안했다. 노동시장 개편에 대한 구체적 의견은?

김종철 : 구체적인 것은 말을 좀 아끼려고 한다. 지금 노동시장에는, 이전 구조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노동자들이 굉장히 많다. 자영업자-노동자가 구분이 안 되고, 사용자가 누구인지 애매한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 특수고용직이 늘어났다. 이런 분들을 포괄하기 위한 노동개혁이 필요한 것은 맞다. 기존의 정규직화만으로는 개혁 목표가 달성될 수 없기 때문에 '노동의 유연화'라는 것을 검토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반드시 관철돼야 하는 전제조건이 있다. 노동이사제가 대표적이다. 또 실업이 많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실업급여 기간 확대와 액수 상향, 국가의 재취업 교육과 재고용 알선, 산별협약 전국 적용 등도 전제돼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 이런 얘기를 나눌 의사가 있느냐다. 국민의힘은 김종인 비대위원장 혼자서 떠드는 느낌이고 그 당 내부에서는 그런 생각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민주당은 예전에는 그런 얘기를 하고 싶어하긴 했으나 집권 이후에는 '절대로 논란을 만들지 않겠다'는 태도만 보인다. '우리 정권에서 논란은 검찰개혁뿐'이라는 식이다. 그런데 자칫 우리가 이 얘기를 앞장서 주도하다보면 갑자기 우리가 노동계와 티격태격하는 양상이 된다.

프레시안 : 취임 인사차 김종인 위원장을 찾아가서 나눈 대화에서 산별교섭 도입 등 북유럽식 노동시장 모델을 언급한 점이 인상깊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플랫폼 노동 등 환경 변화와 1930년대식 산별노조 체계가 잘 조화될지 의문이 있다.

김종철 : 그런 부분은 산별노조 협약으로는 안 된다. 새로운 노동자들의 어려움은 소득이 안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택배 노동자 문제도 그렇고, 과로·장시간노동 등이 전제가 돼야 한다. 이것에 대처하려면 전국민 고용보험을 확대해야 한다. 저희는 고용보험도 '전국민 소득보험' 등으로 이름을 바꾸려고 하는데, 실업보험 체계 개편을 해야 한다.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자, 나아가 자영업자까지 2700만 취업자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보험제도가 들어와야 산별협약(이 메우지 못하는 부분)이나 소득 감소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

프레시안 : 군인·사학연금의 국민연금 통합 의제도 제기했는데, 고령자 대상 기초연금이나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제 도입 문제와 연계된 구상인지?

김종철 : 우선 우리 당은 기본소득을 도입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 정신, 누구에게나 기본적 소득이 있어야 한다는 정신은 공감한다. 전국민에게 일정 수준 소득을 유지하게 하는 '소득보험' 등이 하나의 방편이고, 기초노령연금도 지켜가면서 액수를 상향해야 한다.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의 국민연금 통합과 함께 국민연금 자체 개혁도 필요하다. 당에 '연금개혁 본부'를 만들어 총체적 안을 내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프레시안 : 총선에서 사상 초유의 '위성 정당'이 등장한 것에 대해 정의당은 민주당·국민의힘 양당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 그런데 총선 후 나오는 얘기는 '이게 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때문이다. 그걸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김종철 : 취임하자마자 선거법 개정하겠다고 하면 '정의당은 맨날 선거법 얘기만 하느냐'고 할 것 같아 시간을 좀 두려고 하는데, 큰 틀에서 보면 연동형이 문제가 아니다. 위성정당이 연동형 비례제의 취지를 없애버린 게 문제다. 연동형 비례제를 헌법에 못박는 개헌, 의석 수를 늘려 비례대표 의석을 100석 확보하는 것, 아니면 의석 수는 유지하되 위성정당이 발붙일 수 없게 하는 조항을 현행법에 삽입하는 문제 등 여러 층위의 대안이 있고, 이를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 민주당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없애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하면 희대의 야합이 되지 않겠나.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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