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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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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P] 김종인 호남행, 보수 잃는 자충수인가 중도 얻는 돌파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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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올해 국정감사가 끝나자마자 다시 '호남행' 카드를 꺼냈다. 외연 확장을 위한 움직임이다.

그의 호남행에 대한 영남 중진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보수층이란 집토끼를 놓치게 생겼다는 것이다.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자 중진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들은 호남 방문보단 강경 투쟁으로 지지층을 결집시키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이런 불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웨이'할 태세다. 그는 29일 전북 전주를 찾았다. 다음달 3일과 10일에는 광주와 전남을 각각 방문할 예정이다. 그의 호남 행보는 지지율 답보의 자충수가 될까, 아니면 상승의 돌파구가 될까.


영남 지지율 하락에 "영남도 힘들어, 왜 호남만 보나"

국민의힘 중진들은 보수의 텃밭인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 리얼미터가 지난 22일 발표한 10월 셋째주 주중 설문조사에 따르면 TK 지역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29.7%. 전주(36.2%) 대비 6.5%포인트나 하락한 수치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지난해 10월 셋째주에 TK에서 47.6% 지지율을 얻은 것을 고려하면 더욱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국민의힘은 PK에서도 지지율이 떨어졌다. 해당 지역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10월 둘째주 31.3%에서 셋째주 30.3%로 1%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보수 성향 유권자의 야당 지지율 역시 51%에서 50.8%로 내려갔다.

TK 지역 한 의원은 이에 대해 "오랜 시간 지지해준 영남을 당이 홀대한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지지율이 떨어지는 듯하다"며 "영남도 경기가 워낙 안 좋아 지원이 필요한데, 지도부가 호남만 바라보는 것 아니냐는 불만 같다"고 평가했다. PK 지역 한 의원도 "집토끼를 잃는 만큼 중도층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오히려 지지층이 분산되는 듯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장제원 의원은 SNS 글에서 "강한 야당, 거친 야당, 존재감 있는 야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당대표를 지낸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SNS에 "우파 35%, 좌파 35%, 무당층 30%의 구도에선 우선 아군 35%를 묶어 놓고 중도로 나가야 한다"며 "그러나 죽도 밥도 아닌 중도 좌클릭과 무기력한 원내 투쟁으로 집토끼도 달아나 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했다.


"불 땐다고 물이 금방 끓냐"…"꼭 가야 할 길"

김 위원장은 당내 반발에도 꿋꿋이 서진(西進) 전략을 펴고 있다. 그는 최근 소속 의원들에게 호남 지역구를 별도로 배정했고 예산결산위원들도 함께 호남을 찾아 주요 현안과 예산을 챙길 계획이다.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지난 27일 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국민의힘은 호남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며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호남 챙기기는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와 후년 대선을 겨냥한 포석이란 해석이 많다. 그는 "서울시 인구 구성 비율을 보면 호남 지역 사람들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호남을 아우르는 확장성을 보여줘야만 중도층도 끌어올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행보를 지지하는 이들은 서진 전략이 장기적으론 지지율 상승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민의힘 국민통합위원장인 정운천 의원은 "짧게 보면 지금 지지층이 분산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도 "불을 땐다고 차디찬 물이 금방 끓냐"고 반문했다. 정 의원은 "일희일비해선 안 되고 적어도 1년은 꾸준히 가야 한다"며 "지금까지 이처럼 진정성을 보인 적 없으니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당장 성과가 나지 않아도 우리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그물을 촘촘히 짜는 과정이라 성과가 보이지 않으니 전통적 지지자들도 실망하는 듯하다. 그러나 성과가 나면 분명 돌아봐주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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