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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9년전엔 “50억원 있으면 부자”… 지금은 “70억원은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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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부자 400명 조사한 ‘부자 보고서’ 발간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35만명… 10년새 2배 증가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우리나라 부자 수가 10년 전보다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28일 발표한 '2020년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16만명이었던 부자 수는 지난해 35만 4000명으로 10년 만에 2.2배 불어났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10년간 1158조원에서 2154조원으로 1.9배 늘었다. 지난 한해만 놓고 보면 6.8%가 불어났다.

금융자산 10억원이 넘는 부자들 가운데 300억원이 넘는 ‘초(超)고자산가’는 전체 부자 가운데 1.8%인 6400여명으로 집계됐다. 한국 전체 인구로 놓고보면 0.012% 정도다. 보고서는 "이들 초고자산가가 보유한 자산은 901조원으로, 우리 나라 가계 금융자산 24%에 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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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절반 이상은 부동산… ‘부자’ 눈높이 달라져

전체 자산이 늘면서 부자들이 생각하는 부자에 대한 기준치 역시 더 높아졌다. 설문에 참가한 부자 400명을 기준으로 2011년에는 평균 50억원을 보유하면 '부자의 최소 자산'에 부합한다고 여겼지만, 올해는 1.4배 늘어난 70억원은 있어야 부자라고 평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소는 "사업으로 돈을 벌거나, 본인 스스로 일을 해 부를 쌓은 경우는 자신이 부자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10년 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 다만 금융 투자로 돈을 번 부자들은 스스로 ‘부자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줄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가가 불안정하게 움직이고, 경제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이 커지자 자산가치 변동이 심해진 탓"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부자들 재산을 뜯어보면 거주 주택, 빌딩과 상가 같은 부동산이 56.6%였다. 전체 자산 가운데 26%를 차지한 거주 주택을 제외하면 유동성 금융자산(16.2%), 빌딩과 상가(12%), 거주 외 주택(10.4%), 예적금(9.3%) 순으로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지난해에는 빌딩과 상가 비중이 17.9%로 2위, 유동성 금융자산이 14%로 3위였는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빌딩과 상가 가치가 떨어지고, 변동성 장세에 맞서기 위해 현금을 늘리면서 두 자산 순위가 뒤집어졌다.

금융자산 비중은 총 38.6%로 2017년(44.2%) 이후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다만 일반 가구에 비하면 부자들이 가진 금융자산 비중은 여전히 두 배 이상 많다. 국내 일반 가구 총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2.1%, 금융 자산은 17.2% 수준이다.

올해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는 우리나라 부자들에게 적지 않은 타격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가운데 27.5%는 ‘자산 가치가 줄었다’고 답했다. 손실을 경험한 부자의 평균 손실률은 14.2%로 주로 주식에서 발생했다. 다만 응답자 중 6.5%는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평균 2.9%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이 장기 유망 투자처… 해외자산에는 눈길 거둬

보고서에 따르면 부자들은 일반인보다 대체로 투자에서 적극적인 성향을 보였다. 우리나라 부자들 가운데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고 손실도 감내한다는 ‘적극투자형’, ‘공격투자형’ 비중은 22.3%로 일반인(8.7%)보다 2배 넘게 높았다.

특히 금융자산 30억원이 넘는 부자들 가운데서는 6.0%가, 30억원 미만에서는 0.3%이 ‘적극적인 수준을 넘어 공격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답했다. 자산이 많을수록 부를 증식하려는 욕구가 크다는 의미라고 연구소는 해석했다.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인 61.6%는 앞으로 3년 이상 장기적 시점에서 투자할 만한 금융 상품으로 ‘주식’을 골랐다. 연금, 변액, 변액유니버셜 같은 투자·저축성 보험상품(28%), ELS나 DLS가 포함된 펀드(26.8%)가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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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해외자산 투자에 대해선 경계심을 나타냈다. 총자산 50억 미만 부자 가운데 41.4%, 50억 이상 부자 가운데 45.7%가 해외투자에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긍정적인 답변은 각각 31.7%, 33.5%에 그쳤다. 코로나19로 인한 탈(脫)세계화로 전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여파라고 연구소는 평가했다.

설문에 참여한 부자들 가운데는 축적한 자산을 자녀 뿐 아니라 배우자나 손자녀에게도 물려주겠다는 경우가 예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상속·증여 대상으로 '자녀'를 꼽은 경우는 2011년 98.7%에서 2020년 93.9%로 줄어든 반면, '손자녀'를 고른 경우가 2011년 9.2%에서 2020년 31.8%로 22.6%포인트가 늘었다. 배우자를 택한 부자들도 10년새 46.9%에서 58.3%로 증가했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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