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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미술의 세계

화가의 눈으로 본 걸작과 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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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김이산, '걸작과 졸작 사이' 출간
한국일보

걸작과 졸작 사이. 김이산 지음·반니 발행·507쪽·3만2,000원


미술 작품에는 졸작 또는 걸작이라는 평가가 따른다. 그 기준은 무엇일까? 25년 넘게 파리를 중심으로 작품활동을 해온 중진 화가 김이산 씨는 폭넓은 견문과 세심한 시선으로 졸작과 걸작을 가르고, 작품 보는 방법을 설명한 '걸작과 졸작 사이'를 펴냈다.

김 씨는 졸작과 걸작을 명료하게 정의하기 불가능하다고 하면서도 걸작에 대해 아주 엄격하고 상세하게 규정했다. 그가 말하는 걸작의 조건은 생명력, 주관적인 미, 하고 싶은 이야기, 상상력, 회화성, 의미부여, 항상성, 자연스러움, 단순, 절제, 완성도, 상징·알레고리, 관념 타파, 감정이입 등 무려 26가지를 내세웠다. 그리고 이에 해당하는 불후의 명작들을 사례로 들며 설명했다. 또 졸작이 탄생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실력 부족, 무덤덤하고 식상한 화풍, 장점만을 과도하게 강조, 극도로 치우친 예술성향, 내면적 성찰이나 철학적 사고 부작 등을 들었다. 졸작은 예술가의 진정성, 실험정신, 도전, 의도, 단점, 성격 등 걸작이 미처 다 보여주지 못한 면을 표출한다는 것이다. 졸작은 요즘처럼 결과만 중시하는 세상에서 얼마나 많은 절망, 고뇌, 실패와 치열한 투지의 과정으로 걸작이 탄생하는지 말하고 있다.
한국일보

밀레의 '삼종 기도'. 김이산 작가는 이 작품이 대단한 유명세에 비해 회화적으로 썩 탁월한 그림은 아니다. 엄청난 성공의 원인은 훌륭한 회화성보다는 탁월한 주제의 선택에 있다고 평했다.


이 책은 산드로 보티첼리, 프란시스코 고야, 장 프랑수아 밀레 등 대가 9명의 주요 작품들에 대해 걸작과 졸작의 특징들을 집어내 전시장에서 설명하듯 자세히 들려줌으로써 작품을 보는 안목을 키워준다.

그는 졸작을 많이 남긴 작가 중의 하나로 스페인의 궁정화가였던 프란시스코 드 고야(1746~1828)를 지목했다. 82세까지 장수한 고야는 유화, 판화, 소묘 등 1,800여 점을 남겼는데 걸작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평했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세계적 대가 블록버스터 전시회가 고가의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빛 좋은 개살구 수준의 전시가 허다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불변할 것 같은 미(美)의 기준도 시대와 장소에 따라 크게 변화를 거듭한다”며 “지금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명한 걸작도 오랫동안 묻혀 있거나 잊혀 있다가 재조명을 받게 된 경우가 허다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1983년 고등학교 재학 당시 파리로 유학, 국립고등순수미술학교를 졸업한 후 파리 국립고등응용미술학교에서 수학했다. 그는 아르코 미술관 등 여러 그룹전과 13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국립현대미술관, 한림미술관, AGFA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1994년 문화체육부 해외 문화 사절과 2012년 아르코 미술관 교육프로그램 외부평가위원을 역임했으며 2004년 단행본 어린이 그림책 비평서 ‘똑 똑 똑 그림책’을 출간했다.

최진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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