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밤낮 안가리고 “손씻어라”···“코로나 문자 확인도 않고 지운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 2020.10.23 18:03

[강남구청] 확진자 4명 발생(gangnam.go.kr). 10.8~19, OOO당구장(OO로 OO길 OO) 방문자는 빠른 시일 내 강남구보건소 검체검사 바랍니다

#2. 2020.10.25 08:30

[중대본] 주말 종교활동 시 마스크 착용, 출입자 관리, 거리 두기와 함께 소모임·식사 자제 등 방역 수칙을 꼭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중앙일보

지자체 및 중앙재난대책본부에서 보낸 재난 문자 [독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박모(26)씨가 최근 며칠 동안 받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관련 안전 안내 문자다. 주로 서초·강남구청, 중앙재난대책본부로부터 안전 문자를 받는다는 박씨는 26일 "확진자 경로를 보여주는 중요한 정보는 휴대전화 알람이 울려도 불편을 감수한다"며 "하지만 손 씻기 같은 이제는 당연한 경보가 반복될 때는 피로도가 쌓인다"고 말했다.



재난문자 51배 늘어…"확인하지 않고 지워"



코로나 19가 장기화면서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경보 문자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휴대전화가 알림음이 울릴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지만 내용을 실제 확인하는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코로나 19 상황이 종식된 것이 아닌 만큼 시민들의 경각심을 위해 경보 문자가 필요하다는 반론도 있다.

코로나 19가 1월 말 발발한 이후 보건당국과 지자체가 발송하는 재난 문자는 지난해보다 51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9월 사이에 발송된 재난 문자는 3만4684건으로 지난해 대비 51.2배 증가했다. 이중 코로나 19 관련 안내 문자가는 84.4%(2만 9303건)를 차지한다. 재난 문자 역시 4~7월에는 월 2000여건이 발송되던 것이 8월에는 1만 401건, 9월은 7501건으로 늘었다.

중앙일보

전국 재난문자 발송 건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민들은 "불필요한 재난 문자가 많다"고 호소했다. 서울 마포구의 이모(26)씨는 "일할 때 고객들과 대화하거나 통화를 많이 하는데 재난 문자로 집중이 흐트러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씨는 "'방역 수칙 잘 지켜라' '외출 자제해라' 등 당연한 메시지는 어느 순간부터 아예 확인도 않고 지운다"고 했다.



재난문자 피곤해…차단법 공유



생활하는 지역과 거리가 먼 문자가 쏟아져 불편하다는 시민도 많다. 서울 영등포구의 정모(34)씨는 "관악구에 사는데 다른 지역 구청에서 재난문자가 와 의아한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정씨처럼 직장·거주지 외 지역 문자를 받는 이유는 정부 부처나 지자체가 각 기지국을 기준으로 반경 15㎞ 내에 있는 모든 휴대전화에 경보를 발송하기 때문이다.

재난 문자에 피로감이 쌓이면서 온라인에서는 '재난문자 차단 방법'이 공유될 정도다. 휴대전화로는 재난 문자 수신을 거부해두고 자신이 설정한 지역과 분야에 대한 재난 문자만 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나오기도 했다.

재난문자는 재난 정도에 따라 △위급재난 △긴급재난 △안전안내 문자로 나뉜다. 위급문자는 국내에 전쟁이 발생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문자(60㏈ 이상 울림)로 수신 거부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긴급재난 문자(40㏈)와 안전안내 문자(일반문자 수신 소리)는 수신 거부가 가능하다. 코로나19 관련 문자는 대부분 안전안내 문자와 긴급재난 문자로 분류된다.

중앙일보

19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안전 중요한데 불편 감수해야"



한편에선 "재난 문자를 차단하는 건 위험한 행동"이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 은평구의 이모(55)씨는 "자기 지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아야 한다"며 "안전이 중요한 만큼 불편은 감수할 만하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최모(29)씨 역시 "신경 쓰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차단하는 분들은 코로나19에 위험해지는 것 아니냐"고 했다.



행안부, 심야·중복 재난 문자 금지



행정안전부(행안부)는 이날 재난문자 과다 송출, 심야 송출 문제에 대해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세부적인 지침을 세우기로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행안부가 올해 말까지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에 문자 송출 금지사항을 명시하는 조문을 신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재난 상황과 관련 없는 정책홍보 사항 ▷심야에 긴급히 알릴 필요가 없는 사항 ▷중앙부처 송출과 같거나 유사한 사항 등의 재난문자 송출을 금지하는 식이다.

박 의원은 지난 5일 국정감사에서 "9월 3일의 경우 총 395건의 재난문자 중 51건이 새벽 시간(자정~오전 6시)에 발송됐다"며 "무차별 재난문자 발송으로 국민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