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미·EU와 척진 터키…리라화는 역대 최저로 추락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러시아제 S-400 미사일 시험발사로 미국과 긴장 고조

에르도안, 마크롱에 독설…동지중해 자원 놓고 EU와 대립각

연합뉴스

터키 이스탄불의 환전소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터키와 미국·유럽연합(EU)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터키 리라화의 가치가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26일(현지시간) 오전 장중 달러 대비 터키 리라화의 가치는 1달러당 8.0515리라를 기록했다.

달러 대비 리라화 환율이 8을 넘긴 것은 이날이 처음으로, 지난 주 금요일(23일) 종가의 리라 환율은 1달러당 7.9650리라였다.

이는 달러 당 6리라 전후에서 거래되던 올해 초와 비교하면 30% 이상 리라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로이터·블룸버그 등 외신은 리라화 가치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미국·EU와의 갈등 심화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지적했다.

연합뉴스

러시아제 S-400 지대공 미사일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터키는 최근 미국의 강력한 반대를 무시하고 러시아제 S-400 지대공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며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S-400은 러시아가 개발한 지대공 미사일로 미국의 첨단 전투기인 F-35처럼 레이더에 거의 잡히지 않는 스텔스기도 포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터키가 S-400을 운영할 경우 나토의 민감한 군사정보가 러시아로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S-400 도입 철회를 요구했다.

미국은 터키가 S-400을 실제 가동할 경우 제재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그러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 23일 "우리는 우리 장비를 시험할 권리가 있다"며 "S-400을 시험했고, 계속 시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입장은 우리에게 구속력이 없다"며 "우리는 "미국에 묻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터키는 주요 EU 국가인 프랑스·이탈리아·독일과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프랑스·이탈리아·그리스·키프로스와는 지난 달 동지중해 천연자원 개발 문제를 두고 해상 무력 시위에 준하는 갈등을 빚었다.

아울러 지난 달 발발한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교전에서 터키가 같은 튀르크계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을 밝히자 독일·프랑스 등 EU 국가들이 터키를 비판하고 나섰다.

연합뉴스

마크롱(우) 프랑스 대통령과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겨냥해 독설에 가까운 비난을 해 양국 관계가 크게 경색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23일 "마크롱은 무슬림과 무슨 문제가 있나. 그는 정신 치료가 필요하다"면서 "소수 종교를 믿는 자국 내 수백만 명의 사람을 이런 식으로 다루는 국가 원수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나. 우선 정신 감정이 필요하다"라고 독설을 날렸다.

그는 다음 날에도 "밤낮으로" 자신에게 집착한다면서 "그는 문제가 있으며, 정말로 (정신과)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며 연이틀 마크롱을 겨냥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들의 법이 공화국의 법보다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는 사상이 문제"라면서 이슬람교를 겨냥해 정교분리(라이시테)의 원칙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그동안 여러 차례 드러내 왔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 장관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모욕했다"며 "이는 동맹국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유럽연합(EU)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도 "터키가 위험한 대립의 소용돌이를 멈추도록 해야 한다"며 에르도안 대통령을 겨냥해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터키 리라화 지폐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터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도 리라 가치 하락을 부추긴 요인으로 지적된다.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 22일 리라 환율 방어를 위해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을 깨고 기준 금리를 10.25%로 동결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기준 금리를 올리면 외화 대비 자국 통화의 가치가 높아지고, 기준 금리를 낮추면 자국 통화의 가치는 낮아진다.

지난 달 중앙은행은 리라 가치 하락세가 멈추지 않자 2년 만에 기준 금리를 2%포인트 인상했다. 이번 달에도 금리 인상이 예상됐으나 중앙은행이 금리를 동결하자 리라화 하락세가 가팔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블루베이자산관리의 티머시 애시 분석가는 로이터 통신에 "지난 주 중앙은행의 금리 조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탓에 리라 하락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kind3@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