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노동자의 주간 평균 노동시간은 71.3시간에 이른다. 현행법상 과로로 인한 질병 발생 시 산업재해로 인정되는 주 60시간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택배 환경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하는 이유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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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벤치마킹하는 'K-방역'의 숨은 공신에 택배 노동자가 있다. 택배 노동자들이 불철주야 고객이 주문한 물건을 집 앞까지 배달해주기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각광을 받는 비대면 비즈니스의 첨병이 과로 끝에 숨지거나 쓰러지고 있다.
올해 들어 과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택배 노동자는 13명, 그중 국내 최대 물류회사 CJ대한통운 소속이 6명이다. 과로사가 잇따르자 CJ대한통운이 22일 긴급 대책을 내놓았다. 과로 원인으로 지목된 택배물건 분류작업에 지원인력 4000명을 11월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모든 택배 노동자를 내년 상반기 안에 산재보험에 가입시키기로 했다.
이런 기본적인 일을 왜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가 빈발하기 이전에 못했나. CJ대한통운이 사과와 함께 대책을 발표한 날에도 소속 택배기사가 목숨을 잃은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 택배시장은 2018년 5조6000여억원에서 지난해 6조1400여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올해는 코로나19 특수로 더 호황이다.
그 이면에 택배 노동자의 희생이 있다. 추석 직전 정부와 택배업계는 분류 지원인력 추가 투입을 약속하고선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뒷북대책이지만 이제라도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고 이행해야 할 것이다. 다른 택배업체들도 진정성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마땅하다.
택배 노동자의 근로조건은 일반 노동자와 확연히 다르다. 개인사업자인 지입제 택배기사가 대다수로, 회사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을'의 입장이다. 이들은 과도한 권리금, 낮은 배달수수료, 노동자에게 손해배상과 위약금을 물도록 하는 '갑질 계약서'까지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인 게 없다고 호소해왔다. 특히 회사가 비용을 부담해야 할 분류작업을 사실상 무임금으로 해온 '공짜 노동'이 택배 노동자의 과로를 초래한 근본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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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장시간 노동으로 내몰리는 5만여 택배 노동자들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 관련 물류회사, 그리고 소비자의 노력이 함께 요구된다. 정부와 국회에서 특수형태 고용직 노동자의 적정 노동시간 기준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른 시일 안에 결론 내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CJ대한통운은 분류 지원인력을 대규모로 투입하되 택배기사가 받는 배송 건당 수수료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하려면 회사가 이익을 줄이거나 소비자가 부담하는 택배비가 인상될 수 있다. 기업이 먼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전 국민이 택배를 이용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도 연대정신을 발휘할 때다.
이참에 택배기사, 골프장 캐디 등 14개 특수고용직종의 산재보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지난해 특수고용직의 산업재해발생률은 1.95%. 전체 산업 평균보다 3배 가까이 높다. 큰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도 10명 중 8명은 산재보험 적용 제외를 신청했다.
특수고용직은 개인 사업자와 일반 노동자 성격을 함께 갖고 있어 산재 적용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회사가 보험료를 전액 부담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달리 자신이 절반을 부담해야 한다. 이에 보험료 부담을 덜려는 사업자 요구에 따라 노동자들이 적용 제외 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이들의 산재보험 100% 가입이 이뤄지려면 회사의 이행 노력과 함께 정부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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