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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이슈 치료제 개발과 보건 기술

[건강한 가족] 심혈관 질환 동반 위험 낮춰 안전성·유효성 높은 당뇨병 치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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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글립틴 성분 DPP-4 억제제

다른 성분 DPP-4 억제제보다

당화혈색소 수치 더 많이 감소

혈당 강하, 지질 개선 효과 커

‘당뇨병 500만 시대’가 코앞이다. 300만 명을 돌파한 당뇨병 환자가 이젠 500만 명에 육박했다. 대한당뇨병학회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근거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의 당뇨병 유병률과 관리 실태를 조사한 ‘당뇨병 팩트 시트 2020’을 통해 내놓은 결과다. 이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성인의 당뇨병 유병률은 13.8%로 7명 중 1명꼴이다.

학회는 해당 연도 추계 인구를 이 유병률에 적용할 경우 국내 당뇨병 환자는 494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추정치이긴 하지만 당뇨병 인구가 얼마나 빠르게 증가하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당뇨병 전 단계라 할 수 있는 공복혈당장애 환자를 포함하면 이 추정치는 948만 명(유병률 26.9%)에 달한다.

당뇨병은 잘 알려진 것처럼 혈중 포도당, 즉 혈당의 농도가 조절되지 않는 질환이다. 체내에 혈당이 높아지면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돼 정상 수준으로 낮추는데,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의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정상적인 기능이 이뤄지지 않아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다. 우리 몸은 당을 에너지로 전환해 사용하는데, 당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에너지로 사용되지 못한 포도당이 넘쳐 소변으로 나오는 것이다. 당뇨병은 인슐린을 체내에서 전혀 생산하지 못하는 ‘제1형 당뇨병’과 인슐린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제2형 당뇨병’으로 나뉘는데, 국내엔 제2형 당뇨병 환자 비율이 월등히 높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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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약, 약효만큼 안전성 따져봐야



2형 당뇨병 진단을 받으면 1차 치료제로 보통 혈당을 조절하는 ‘메트포르민’을 처방받는다. 이 약만으로 혈당이 잡히지 않으면 2차 치료제로 DPP-4 억제제, SGLT-2 억제제, GLP-1 유사체 등이 쓰인다. 하지만 모든 약이 그렇듯 당뇨병 치료제도 부작용에서 자유롭진 못했다. 기존 당뇨병 치료제는 혈당 강하 효과는 강력했지만 저혈당이나 신부전, 체중 증가 등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합병증으로 인한 심혈관 질환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와 관련한 안전성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당시 당뇨병 치료제로 가장 많이 처방되던 로시글리타존 제제가 심장 발작 위험과 그로 인한 사망률을 크게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저명 학술지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지(NEJM)’에 발표되면서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이듬해 미 식품의약국(FDA)은 모든 당뇨병 치료제에 대해 ‘추가적인 심혈관 질환 위험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는 내용의 지침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즉 당뇨병 치료제 선택에서 약의 효과 이상으로 안전성이 중요한 기준이 된 것이다.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김성래 교수는 “당뇨병 유병률이 높아지면서 경구용 혈당강하제 처방 비율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며 “평생 복용해야 하는 약이기 때문에 약제의 안전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당뇨병 환자의 사망 원인 중 약 70%는 심혈관 질환이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의 네 배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이상지질혈증 동반 당뇨 환자에 유리



유효성에 안전성까지 갖춘 당뇨병 약제로는 무엇이 있을까. ‘DPP-4 억제제’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DPP-4 억제제는 체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인크레틴이 DPP-4라는 효소에 의해 분해되는 것을 막아 혈당을 조절하는 약물이다. 기존 약물과 동등한 수준의 약효를 보이면서도 안전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부작용이 적고 환자군·연령대 제한이 없어 대표적인 당뇨병 치료제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DPP-4 억제제 가운데 ‘아나글립틴’ 성분의 제제가 주목받고 있다. 효과와 안전성이 DPP-4 억제제 중에서도 뛰어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9월 개최된 ‘2020 대한당뇨병학회 국제학술대회(ICDM 2020)’에서 발표된 김성래 교수 주도의 임상 연구다. 연구에 따르면 2017년 1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등록된 당뇨병 환자 중 아나글립틴 외 DPP-4 억제제를 복용했음에도 혈당 조절이 충분하지 않았던 19세 이상 환자 1761명을 대상으로 치료 약물을 아나글립틴 제제로 전환한 결과 12주차에 당화혈색소(HbA1c) 7.0% 미만을 달성한 환자 비율은 33.6%, 6.5% 미만 도달률은 10.4%였다. 기존 약제 투여 대비 당화혈색소가 평균 0.59% 감소한 결과다. 연구를 진행한 김 교수는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매우 다양한 DPP-4 억제제가 처방되고 있지만 이 약제 간 선택성 차이에 대한 연구결과는 없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다른 DPP-4 억제제를 처방받고 있음에도 혈당 조절이 불충분한 환자들에게 아나글립틴 제제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아나글립틴 제제는 혈당 강하뿐 아니라 지질 개선 효과까지 확인돼 한국인에게 최적화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국내 당뇨병 환자의 약 75%가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안전한 당뇨병 치료제를 통해 혈당 조절은 물론 고지혈증이나 고혈압 등 동반 질환까지 예방함으로써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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