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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막 오른 금융협회 수장들 인사 ‘관피아’로 줄줄이 물갈이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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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 출신 인사들 대거 하마평

“업계 이해 대변해야” 요구 봇물

27일 회추위 열리는 손보협회

후보 모두 금감원 부원장보 출신

생보협회장, 진동수 등 3명 물망

은행연합회장에는 최종구 유력

세계일보

김용덕 손보협회장(왼쪽부터), 신용길 생보협회장,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주요 금융협회들이 이번 주부터 차기 수장 논의를 본격화한다.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모두 연임보다 교체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후임으로는 관료 출신 인사들이 대거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관료와 금융회사의 유착을 비판하는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이 여전함에도 금융권에서는 ‘힘 있는 관료 출신’을 앉히려는 기류가 일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보협회는 오는 27일 2차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후보군 추천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김용덕 손보협회장의 임기는 내달 5일까지다. 김 협회장은 연임이 유력하게 점쳐졌으나 지난 22일 연임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강영구 메리츠화재 윤리경영실장, 유관우 김앤장 고문도 차기 협회장 물망에 일찌감치 올랐다. 둘 다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출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손보협회장에는 통상 재정경제부 출신이 많이 왔지 금감원 부원장보 출신은 드물었다”며 “그간 하마평과 달리 의외의 인물이 협회장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신용길 생보협회장 임기는 12월8일 끝난다. 생보협회 회추위는 내달 초 본격 가동된다. 차기 생보협회장 후보로는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17∼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희수 보험연수원장, 금감원장 출신인 진웅섭 법무법인 광장 고문이 주로 거론된다.

은행연합회도 26일 이사회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 인선에 나선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내달 30일 임기만료다. 역대 회장이 연임한 전례가 거의 없어 새 인물의 선출이 점쳐진다. 유력 후보는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이다. 19·20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전문성을 쌓은 민병두 전 국회의원도 하마평에 올랐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김도진 전 IBK기업은행장, 김용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도 거론된다.

장관 출신 인사에게 은행연합회는 선호되는 자리다. 금융협회의 맏형 격인 데다 보수도 높다. 2018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당시 은행연합회장은 기본급 4억9000만원에 성과급을 더해 총 7억3500만원을 받았다. 당시 공개된 생보협회·손보협회장의 급여는 3억원 중후반대였다.

금융권에서는 2014년 주요 금융협회장 자리가 민간 출신으로 대거 교체되는 바람이 불었다. 금융위가 특정 인사를 은행연합회장으로 내려보낸다며 금융노조와 야당이 반발해 진통을 겪기도 했다. 당시까지 금융협회장은 관피아 독식이 당연시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힘 있는 관료 출신’이 업계 이해를 대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업계 의사와 상관없이 정부에서 특정 인사를 꽂는 건 문제 있겠지만, 협회는 이익단체이기에 정부나 국회에 우리 의견을 잘 전달할 인물을 민·관 관계없이 뽑는 건 자연스럽다”며 “이를 관피아라 비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관피아 논란이 오히려 회추위의 자유로운 후보 선정에 제약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관피아가 당연시되면 공무원이 나중에 옮겨갈 자리를 고려해 일하는 이해상충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관료 출신 선배가 금융협회장이 되면 합법적으로 월급을 받으면서 현직 후배를 압박하는 꼴이 될 위험도 있다”고 비판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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