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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때다’ 트럼프 묵인에 세 키우는 백인 우월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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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미국 조지아주 메이컨의 한 트럭에 16일(현지시간) ‘큐어넌’의 선전용 팻말이 세워져 있다. 메이컨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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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음모론 집단 ‘큐어넌’ 등
대선 유세 현장에서 활개
상징 ‘OK’ 손동작 하고 구호
트럼프, 트윗 따라 올리며
‘암묵적 지지’ 비판 받기도

다음달 3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음모론 집단 ‘큐어넌’ 등이 비백인에 대한 위협과 음모론을 무기 삼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 결집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의 활동을 암묵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지난 5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가혹행위로 사망한 이후 인종차별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지만, 정작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세를 넓혀나가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시간) 경합주인 플로리다주 더 빌리지에서 선거 유세를 벌일 당시 대통령 뒤편에 앉아있던 지지자 한 명이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모아 ‘OK’를 그리는 장면이 포착됐다. ‘OK’ 손동작은 큐어넌이 탄생한 온라인 게시판 ‘포챈’(4Chan) 이용자들이 ‘백인 우월주의’를 가리킬 때 주로 사용한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가 24일 보도했다. 미 유대계 시민단체 반인종주의연맹(ADL)에 따르면 ‘OK’ 손동작은 KKK(백인 우월주의 단체)가 주로 쓰는 용어인 ‘백인의 힘’을 뜻한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관련 코멘트를 요청했지만 즉답은 받지 못했다고 했다.

대표적인 ‘은퇴촌’인 더 빌리지는 지난 6월 말에도 인종주의 논란을 일으킨 곳이다. 이곳에서 한 남성이 “백인의 힘”이라고 외치는 영상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리고 “빌리지 사람들은 위대하다”고 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몇 시간 만에 트윗을 삭제했지만, 인종주의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온라인을 넘어 인종차별 항의 시위, 대선 유세 현장 등에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23일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발표에 따르면 올 8월까지 미국 내 ‘테러 음모·공격’의 67%(47건)는 백인 우월주의자 및 유사 집단의 소행으로 파악됐다. 주로 인종차별 항의 시위 현장에서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 현장에서도 큐어넌을 뜻하는 ‘Q’ 알파벳을 들고나온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암묵적 지지가 이들의 활동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NBC 방송과의 타운홀 행사에서 큐어넌과 백인 우월주의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답을 거부하거나 불쾌감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큐어넌’ 신봉자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을 “미래의 공화당 스타” “애국자”라고 칭송한 바 있다.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하원 선거에서 그린은 공화당 후보로 조지아주 하원의원 당선이 유력하다.

큐어넌 음모론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면서 정보기술(IT) 기업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튜브 등이 큐어넌 관련 계정과 게시물을 차단·삭제하기로 한 데 이어 미국의 창작자 후원 사이트인 패트리온도 지난 22일 큐어넌 관련 창작물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굿즈(상품)’를 만들어 금전적 이득을 얻으려는 이들도 나타나면서 아마존·이베이 등 전자상거래 업체들도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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