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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숲속의 방 - 강석경 [이샘의 내 인생의 책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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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희의 스무살에게

[경향신문]

경향신문

‘요즘 젊은이들’은 더 이상 <숲속의 방>을 읽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원들과의 대화 중에 알고 적잖이 놀란 적이 있다. 너무 화들짝 놀라면 촌스럽게 세대 차이가 더욱 도드라져 보일까봐, ‘아, 요즘은 이 책을 잘 모르겠구나’라며, 애써 톤을 낮추던 그 순간, 우리 시절에는 가슴을 떨면서 읽었던 이 책이 이제는 더 이상 그때의 지위가 아님을 알아버렸다. 구호와 투쟁이 희미해진 오늘날 그 칼날처럼 아픈 이야기는, 스무 살 나를 아예 몸져눕게 만들었던, 이 소설은 이제 낡은 세대의 추억이 된 것인가.

극심한 경쟁을 요구하는 입시 제도로 공부를 제외한 모든 것에서 차단된 청소년기를 보내고, 대학생이 되어야 비로소 방황할 자격이 주어지는 이상한 나라의 청춘들. 하지만 그 시절 우리에게 이 책은 미국 청소년들의 필독서이던 <호밀밭의 파수꾼>과 닮아 있었다.

주인공인 여대생 ‘소양’의 방황과 선로를 이탈한 궤적들은 때론 충격적으로 다가오지만 그 이면에 배어 있는 버거운 자의식과 외로움은 당시 청춘에게 공감 혹은 어떠한 위로였을 텐데.

“생업을 위해 싸우는 이 세계가/ 진공 속의 풍경처럼 소원하다./ 구호는 눈부시지만 나를 거부해/ 나는 섬이야 어디와도 닿지 않는 함정 같은 섬이야.”(<숲속의 방> 중 소양의 일기에서)

이 책은 올해 갓 스무 살이 된 피아니스트 임주희에게 주고 싶은 선물이다. 줄리아드음악학교 입학으로 곧 미국으로 유학을 떠날 예정이라 처음으로 멀리 헤어지는 마음이 못내 서운하고 걱정들이 앞선다. 행여 네가 어디에도 닿을 수 없는 섬이 되어 외로움에 고단해진다고 해도, 내가 다른 시간과 다른 공간에서 너를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기를 바라며.

이샘 | 클래식음악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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