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건희 삼성 회장이 한달 넘게 이어진 해외 출장을 마치고 2013년 10월4일 오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
1987년 그룹 회장 취임 초기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던 이건희 회장은 1993년 6월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을 계기로 화제의 중심에 떠올랐다. 당시 이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호텔로 그룹 핵심 임원 200여명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미래에는 전세계 어디에서도 통신이 될 것이다. 얇은 브라운관의 티브이(TV)가 벽에 붙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는 말을 남겼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 4월 중국 베이징 방문 중 한국 특파원단을 만난 자리에선 “현재 우리 정치와 관료행정 수준으로는 21세기를 준비할 수 없다고 본다”며 “우리의 정치인은 4류 수준, 관료행정은 3류 수준, 기업은 2류 수준이다”라고 말해 상당한 파장을 불러왔다.
한국 사회에 어두운 그림자를 남긴 현장에서도 그는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2008년 4월 삼성 비자금 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소환될 당시 기자들이 “삼성이 범죄집단처럼 인식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이 회장은 “범죄집단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그런 말을 옮긴 여러분들(언론)이 문제가 있지 않나,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특검의 삼성 비자금 수사 발표 닷새 뒤인 2008년 4월22일 이 회장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무대에 서야 했다. 이 회장은 “저는 오늘 삼성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고 할 일도 많아 아쉬움이 크지만 지난날의 허물은 모두 제가 떠안고 가겠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의 사과는 2년 뒤 이명박 대통령의 ‘단독 사면’으로 경영에 전격 복귀하면서 스스로 빛을 바랬다. 당시 그가 꺼낸 첫마디는 ‘위기론’이다. “글로벌 일류 기업이 무너진다. 삼성도 어찌 될지 모른다.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 위기를 명분 삼아 과거의 잘못을 가리려는 행태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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