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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주도주 50년 변천사에서 배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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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 김한진의 자산전략

한겨레

그래픽_김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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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방법으로 주식시장을 전망하고 주가 방향성을 읽어내는 일은 과연 옳은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다소 거창한 얘기지만 역사를 한번 돌이켜 보자. 1960년대 말 미국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 당시 50개의 우량성장주를 일컬음)에 투자하고 70년대 세계 에너지 주식에 올인하고 80년대 일본으로 건너와 도쿄증시에서 수익을 내고, 이어 90년대 미국 대형주에 투자한 뒤 밀레니엄 기술주 거품까지 알뜰하게 챙기고, 거품붕괴 직전인 2000년 초에 증시에서 극적으로 탈출해 2~3년 간 오직 현금만 쥐고 있다가 2000년대 초반 다시 미국증시에 올라타 2007년 금융위기 전까지 강세장을 흠뻑 향유하고 2009년부터 지금까지 주식을 꾹꾹 눌러 담아 온 사람이 과연 세상에 얼마나 될까?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지만 아마도 이는 불가능한 일이고 신의 영역일 것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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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을 좁혀 지난 4~5년 한국 증시만 놓고 보면 더욱 실감이 날 것이다. 2015년 화장품 등 중국 소비재를 저가 매수해서 2017년 초에 팔고, 뒤이어 제약·바이오 업종에 올라타 2017년 중반에 다 정리한 다음, 삼성전자 등 블루칩을 사서 2018년 초 코스피 2600선 부근에서 모두 팔고, 올해 바이러스로 주가가 대폭락할 때 각종 성장주와 언택트 관련주를 저가에 쓸어 담아 투자수익을 낸 사람이 주변에 있을까? 안타깝게도 필자 주변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 뿐만 아니라 마켓 타이밍을 핵심전략 삼아 장기간 탁월한 수익으로 지금까지 살아남은 운용사 또한 세상엔 없다.

지난 5년은 물론, 지난 50년 간 굵직한 증시 국면을 면면히 맞춘 사람이 없다는 건 향후 5년과 50년에도 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음을 뜻한다. 물론 우리는 증시의 큰 변곡점과 주도주를 우연히 한두 번 맞출 수는 있다. 이 정도만 해도 초대박이다. 하지만 우리의 사고력과 분석력으로 이 종합예술 같은 증시를 정확히 맞추기란 정말 어렵다. 모두가 인정하는 바이지만 주가는 단지 한두 개의 변수로 기계처럼 움직이는 게 아니지 않은가. 경기사이클과 기업이익, 유동성과 이를 결정하는 각국 통화정책, 미국 선거판과 무역분쟁, 환율, 그리고 2차 팬데믹 여부와 백신 개발 여부까지 얼핏 떠오르는 변수만도 수십 가지에 이른다.

이런 관점에서 제안하고 싶은 투자원칙이 있다. 첫째는 시장판단을 통해 주식편입 비중을 완벽하게 조절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둘째는 예측이 너무 크게 틀리는 것만 피하는데 초점을 둬야 한다. 주가가 대폭락할 때 너무 가치가 비싼 주식을 공격적으로 잔뜩 들고 있거나, 반대로 정말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왔음에도 마냥 웅크려 있는 우를 피해야 한다. 셋째는 그러기 위해선 결국 심리 면에서 자신을 지켜야 한다. 어느 대가의 말대로 모두가 탐욕을 부릴 때 한발 물러서고 모두가 공포에 빠질 때 탐욕을 부려야 한다. 또한 너무 빨리 큰 돈을 벌려고 하는 조바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끝으로 진짜 주식투자로 돈을 벌려면 ‘돈 잘 벌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이제까지 한 시대를 풍미한 시장 주도주는 돈을 잘 벌 듯한 기업과 실제로 이익을 많이 낸 기업, 두 종류가 존재했다. 전자는 잠시 시장에서 엄청난 각광을 받았지만 주가상승 폭을 거의 다 반납한 뒤 사라졌고, 후자는 전체 장세와 별 관계 없이 결국 장기간 주가가 꾸준히 올랐다. 지금도 국내외 증시엔 가짜 주도주와 진짜 주도주가 함께 뒤섞여 있다. 세밀한 시장 판단에 쏟을 시간과 노력을 이 두 가지 유형의 주식을 분별하는데 쏟아야 한다. 그래야 결국 시장을 이기고 승리할 수 있다.

김한진 ㅣ KTB투자증권 수석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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