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관계자 "될 만한 사업은 치밀하게 검증"
2007년 9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성과보고회에 참석한 이건희(오른쪽) 삼성그룹 회장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악수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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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영원한 일등이십니다."
생전에 각인됐던 그의 전매특허는 사후에도 유효했다. '초일류'를 강조하면서 글로벌 기업들과 생존경쟁을 벌여온 그에겐 충분한 찬사로 보였다. 25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별세 소식에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이렇게 추도사의 말문을 열었다. 허 회장은 우선 "대한민국 경제계의 큰 어른으로서 우리 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알려주시고 사회의 아픈 곳을 보듬어 주시던 분"이었다며 고인을 추억했다. 한국경제의 고속 성장기를 함께 했던 기억에서 나온 흔적으로 전해졌다. 허 회장은 이어 "이제는 먼 곳으로 보내드려야 한다니 가슴 속 깊숙이 느껴지는 비통함과 허전함을 감출 수 없다"고 애도했다. 허 회장은 또 위기 때마다 돌파해 온 이 회장의 특유의 뚝심도 회고했다. 허 회장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결단력과 리더십을 발휘한 승부사였고, 변해야 살아남는다고 외치던 개혁가였으며, 품질에 있어서 타협하지 않는 완벽주의자이자, 더 나은 미래 국가 건설을 위해 애썼던 애국경영인이었다"고 논평했다. 반도체 사업 육성 과정에서부터 신경영 선언과 불량제품 화형식,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활동 당시 어려웠던 환경을 염두에 둔 평가였다.
범 삼성가 역시 이 회장에 대한 평가를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이 회장의 타계를 애도했다. 손 회장은 "이 회장이 삼성전자 40년사 발간사에서 '산업의 주권은 끊임없이 흘러간다. 도전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했던 말씀이 생각난다"며 운을 뗐다. 손 회장은 이어 "위기마다 도전 정신과 강한 리더십으로 한국 경제의 지향점을 제시했던 이 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이어받아, 지금의 경제위기 극복과 경제 활력 회복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전했다. 손 회장은 CJ그룹 회장도 겸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측도 "고인은 삼성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하셨다"며 "부고를 접하고 그룹내에서도 큰 슬픔을 함께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계내에선 이 회장에 대한 '외유내강'형 경영 스타일도 전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결재 서류를 냈을 때 회장이 언성을 높이면서 호통을 치면 대부분 일이 잘못됐다고 생각할 텐데, 이건희 회장은 정반대였다"고 이 회장과 관련된 에피스드를 귀띔했다. 그는 이어 "반대로 결재 서류를 훑어본 뒤 그대로 덮고 날씨 등 다른 얘길 하면 다시 써오라는 뜻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이 회장은 될만한 사업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검증을 거듭하고, 안 될 건 빠르게 포기하는 스타일"이라며 "냉철한 판단과 신속한 결단, 치밀한 사전 준비 등에서 남다른 면모를 가진 경영인"이었다고 회고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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