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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세계의 삼성' 일군, 한국 재계 '큰 별'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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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한국 재계의 큰 별인 이건희 삼성 회장이 25일 서울 일원동 서울삼성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8세다.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서울 자택에서 쓰러진 뒤 6년 만이다. 고인은 2014년 5월 10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졌고, 치료를 계속해왔다. 심장기능을 포함한 신체기능은 정상을 회복해 입원 6개월 무렵부터 안정 상태로 재활치료를 받아왔다. 최근까지 자가호흡을 하며 지낸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6년 5개월간 투병 끝에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이 회장은 1942년 1월 9일 대구에서 이병철 회장과 박두을 여사의 3남 5녀 중 일곱번째이자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1987년 이병철 삼성창업주 별세 이후 삼성그룹 2대 회장에 올라 삼성그룹을 이끌었다. 회장으로 취임한 이래 삼성을 '한국의 삼성'에서 '세계의 삼성'으로 변모시켰다.

이 회장 취임 당시 10조원이었던 삼성 매출액은 2018년 387조원으로 약 39배 늘었으며, 이익은 2000억원에서 72조원으로 259배, 주식 시가총액은 1조원에서 396조원으로 무려 396배나 증가했다. 사업으로는 반도체와 스마트폰이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췄고, TV도 15년 연속 세계 1위를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은 1993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두 다 바꿔라”라는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을 통해 그룹체질을 개선했다. 완전히 변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후 삼성은 경영 전 부문에 걸친 대대적인 혁신을 추진했다. 이 회장은 혁신의 출발점을 '인간'으로 보고, '나부터 변하자'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인간미와 도덕성, 예의범절을 삼성 임직원이 지녀야 할 가장 기본 가치로 보고, 양을 중시하던 기존의 경영관행에서 벗어나 질을 중시하는 쪽으로 경영의 방향을 선회했다.

덕분에 삼성은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삼성그룹 맏형인 삼성전자는 2020년 브랜드 가치 623억달러로 글로벌 5위를 차지했고 스마트폰과 TV, 메모리반도체 등 20개 품목에서 월드베스트 상품을 기록하는 등 명실공히 세계 일류기업으로 도약했다.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과 스포츠 외교관 역할도 고인의 업적 중 하나다. 이 회장은 사회공헌활동을 기업에 주어진 사명으로 여기고, 경영의 한 축으로 삼도록 했다. 삼성은 국경과 지역을 초월해 사회적 약자를 돕고 국제 사회의 재난 현장에 구호비를 지원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서 스포츠를 국제교류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중요한 촉매제로 인식하고, 1997년부터 올림픽 톱(TOP) 스폰서로 활동해왔다. 특히 이 회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스포츠 외교 활동을 펼쳐,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평창이 아시아 최초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족으로는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사위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이 있다. 삼성은 “고인과 유가족의 뜻에 따라 장례는 간소하게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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