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이 전하는 이건희 회장의 인간적 면모
학교 선생님도 ‘이병철 아들’인줄 모르고 지내
어린이집 건립 직접 지시하고 세심하게 챙기기도
그는 회장 취임 직후 외부 인사들과 호텔신라에서 오찬을 하던 중 창밖을 내려다 보더니 갑자기 비서진에 “저기다 어린이집을 만들어라”는 지시를 했다.
당시 호텔신라 뒤쪽에는 낙후된 집들이 밀집해 있었는데, 이 회장은 “저런 곳에 사는 사람들이 제대로 근무를 하려면 아이들을 편안하게 맡겨야 할텐데, 좋은 시설에 맡길 수는 없을 것 아닌가”라며 “그런 걸 우리가 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5살, 6살 어린이들을 맡는데 (가구 등의) 모서리가 각이 지면 안된다” “아이들 하루 급식의 칼로리가 얼마나 되느냐”는 등 어린이집 건립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 이 회장은 1990년 1월 ‘1호 어린이집’ 개관 소식을 전해 받은 뒤 “진작에 하라니까 말이야”라고 말하며 크게 기뻐했다고 한다.
과거 비서팀에서 일한 한 전직 임원은 “평소 사회 사업에 대한 관심이 많으셨지만 경영진이 이를 귀담아 듣지 않아 안타까워하셨다”면서 “내가 모시면서 지켜본 모습 중 가장 기분 좋아하신 장면”이라고 회고했다.
이 회장은 불가피하게 구조조정되는 사업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직장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는 “여건 때문에 사업은 접더라도 우리가 어떻게 뽑은 인재들인데…더욱이 (직원) 가족들을 생각하면 잘 챙겨야 하는데…”라는 말을 자주했다고 한다.
회사를 떠난 참모들을 끝까지 챙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비서진에 “그분이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알아보라”면서 직접 찾아서 안부를 물어볼 것을 지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이 회장은 “삼성에서 30년 한평생을 일했으면 노후 걱정은 없어야 하는 것 아니냐. 노후에 적어도 경제적으로 비참한 생활을 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말하며 임직원 처우도 직접 챙겼다.
이 회장의 인간적인 면모는 과거 학창시절 은사와 친구들이 겪은 사연에서도 엿볼 수 있다.
고교 2, 3학년 때 담임이었던 박붕배 서울교대 교수(2015년 별세)는 “친구들과 장난치고 도시락 반찬도 뺏어먹는 평범한 학생이었다”면서 “잘난 체, 부자 아들 티, 그런 걸 전혀 못 느꼈다”고 떠올렸다.
한 고교 은사는 “나는 한참 뒤까지 그 애가 이병철 회장의 아들인지도 몰랐다”면서 “이후 그 사실을 알고 난 뒤에 집에 간 적이 있는데 기대와는 달리 아침에 라면을 줘서 먹었고, 다음날도 라면이 나와서 다 같이 먹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서울사대부고 동기동창이자 이 회장보다 1년 늦게 삼성에 입사한 박영구 전 삼성코닝 사장은 친구의 ‘인간적 고뇌’를 소개했다.
이 회장은 입사 초기 사내 고교모임에 참석했으나 어느 날 연락도 없이 모임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박 전 사장은 “나중에 들어보니 ‘내가 편하고 좋다고 동문들을 따로 만나면 다른 직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면서 “처음에는 섭섭했지만 그 말을 듣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때로는 엉뚱하고 기발한 언행으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거나 당황스럽게 하기도 했다.
애견인으로 유명한 이 회장은 재임 시절 한 임원을 불러 “사장들 가운데 보신탕을 먹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은 뒤 명단을 적어 오라고 했다. 이에 당황한 임원이 “혼내실 것이냐”고 물으니 “개를 한마리씩 사주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고 한다.
이 회장은 가끔 에버랜드를 들렀는데, 그때 알아본 관람객들이 달려드는 데 대해 격의없이 반겨 오히려 수행한 참모들이 당황스러워 하기도 했다.
주로 젊은층 과 청소년들이 다가와 사인을 해달라고 아우성을 치면 이 회장은 마지막까지 요청을 들어주며 ‘인기’를 즐기기도 했다고 전직 에버랜드 임원이 소개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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