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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30돌 맞은 '풀뿌리 민주주의' 엇갈린 평가…'무용론' vs '권한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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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지방세 불균형, 지역간 편차 등 복잡한 실타래

공천권만 바라보는 수준미달 광역·기초 선출직 '골치'

뉴스1

1990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행을 걸고 단식투쟁을 벌인 김 전 대통령이 이상증세를 보여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하자 이 여사가 동행하는 모습.(김대중평화센터 제공) 2019.6.12/뉴스1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유명무실하던 우리나라 지방자치 제도는 1991년부터 본격 시행돼 올해 30년째를 맞았다. '풀뿌리 민주주의' 요람이 될 것이란 기대를 받았지만, 기초 단체장·의회의 중앙당 예속과 재정자립도 문제 등으로 한계점이 뚜렷하다는 평가가 많다.

지자체들은 예산 대부분을 국세 지원에 의존, 중앙정부와 종속적 관계가 불가피한 구조에 강력한 문제를 지적한다. 중앙당과 지역구 국회의원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기초단체·기초의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국세-지방세 '8:2 →7:3' 개선 추진…지역간 소득격차 해소가 관건

국정감사가 한창이던 지난 19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국정감사 거부를 언급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 지사는 국회가 지방자치 사무에 대해 감사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이후 이 지사가 한발 물러서며 사태는 봉합됐지만 적지 않은 논란이 벌어졌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자체 국정감사는 '국가위임사무'와 '국가가 보조금 등의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 등을 대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방의 고유 자치사무는 국회가 아닌 기초·지방 의회가 감사 권한을 갖고 있다.

문제는 지자체 예산 대부분을 국세에 의존하는 구조적 부분에 있다. 현재 중앙과 지방의 세입 비율은 8대 2 수준으로, 지방세 수입만으로는 지역자치 행정사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지자체 사업 대부분에 국세가 직·간접적으로 투입되는 만큼 사실상 국정감사를 피할 수 없는 셈이다.

외교·국방·안보 등 국가기능 유지를 위해 중앙정부가 사용해야 하는 재원이 많은 점을 고려해도 우리나라 국세-지방세 수입구조는 지나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연방제 역사가 오래된 미국은 지방세 비율이 40%를, 독일은 50%를 웃도는 것과 대비된다.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중앙정부도 개선 의지를 갖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8년 발표한 국가 재정분권 추진방안을 통해 오는 2022년까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 3으로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방소비세는 현재 11%에서 21%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단순 국세-지방세 비율 조정만으로는 지방자치 재정확충이 힘들다. 각 지자체 간 세입이 들쑥날쑥해서다. 예컨대 소득이 높고 소비가 많은 서울과 달리 낙후된 지역의 지방세 수입은 매우 적다. 지역불균형 해소를 위해선 중앙정부가 개입해 수입 배분 역할을 꼭 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지자체 간 신경전이 치열한 국세 지원 비율은 또 다른 갈등을 낳는다. 중앙정부 재정 지원이 절실한 낙후지역과 국세로 많이 거둬가는 만큼 동등한 지원을 요구하는 서울 등 부유 지자체간 이견차가 크다. 여기에 도·특별시·광역시 내에서도 지역별 세입 편차가 커 기초단체 간 목소리도 제각각인 점도 골치거리다.

결국 지방세 비율을 높이더라도 거둬들인 국세 중 지역 재분배 과정에서는 재차 갈등을 피할 수 없다. 지역 균형발전이란 큰 틀에서 중앙정부가 일정 부분 불만을 감수하는 수밖에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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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시민들이 김제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출을 위한 임시회에 참석해 불륜 의원에 대한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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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욕설·몸싸움 '수준미달' 광역·기초의회…정당 책임론

지방자치 권한이 늘어나고 지방세수가 확충되는 만큼 지방행정과 국민세금을 제대로 운용하는지에 대한 감시가 강화돼야 함은 분명하다. 하지만 광역·기초단체의 장과 의회 수준이 과연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선 의구심을 던지는 이들이 많다.

각 시군구 및 도의회 의원의 경우 국회의원에 비해 시민들의 주목도가 낮다. 언론이나 시민단체의 감시·검증이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보니 자격미달의 인물이 선출되거나 권한을 남용하는 일탈이 끊이지 않는다.

전북 김제시의회는 최근 동료 의원 간 막장 불륜 스캔들로 큰 홍역을 치렀다. 개인의 사생활이지만 공식회의 석상에서 서로를 비방하고 저급한 언어를 쏟아내며 난장판을 만들어 큰 물의를 일으켰다.

경남 도의회에서는 지난 9월 본회의장에서 의장 불신임 안건을 두고 대립하던 여야 도의원들이 거친 고성과 욕설을 주고받으며 몸싸움을 벌이는 촉극을 벌이기도 했다. 광역·기초 의원들의 외유성 출장은 해마다 반복돼 지적받고 있지만 근절은 요원하다.

이같은 광역·기초 의원들과 지자체장들의 수준미달 행태는 공천권을 틀어쥔 여야 정당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공천룰은 있지만 사실상 각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당협위원장 입김에 당락이 좌우되다 보니 의정능력 보다 편 가르기가 횡행하는 것이 현실이다.

야당 한 관계자는 "중앙당에서 대규모 집회를 잡으면 각 지역별로 참가자 할당이 떨어진다. 머릿수를 채우지 못하면 지역위원장에게 밉보이거나 무능력한 인물로 찍힌다"며 "지역 (국회)의원과 위원장이 공천 목줄을 틀어쥐고 있으니 지방의원들이 눈치를 안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여당 한 관계자는 "여당은 호남, 야당은 TK에서 공천이 곧 당선인 만큼 줄서기가 가장 중요하다"며 "의정활동과 지역민원 해결을 열심히 해봤자 한순간 내리꽂히는 낙하산엔 대책이 없다. 유력 정치인과 끈을 만드는게 가장 중요한 덕목인 것 같다"고 씁쓸함을 토로했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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