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통 수사 외면하고, 곁가지 검거에만 동분서주
금융사기(PG) |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광주에서 해마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가 잇따르고 있지만, 경찰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5일 광주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서부경찰서는 최근 전화금융사기 수거책인 30대 몽골인 남성 A씨를 구속했다.
A씨는 이달 15일 금융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에 속은 40대 남성 피해자에게 660만원을 가로챈 혐의 등이다.
저금리 대출을 해줄 것처럼 속이고 기존의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며 돈을 가로챘다.
동부경찰서와 남부경찰서도 이달 21일 비슷한 수법으로 피해자들에게 1천100만원, 2천여만원을 가로챈 수거책을 각각 검거했다.
이런 식으로 올 1월부터 9월 말까지 발생한 보이스피싱은 모두 488건, 피해액만 100억원에 달한다.
일선 5개 경찰서가 같은 기간 483건의 사건을 검거하고 61명을 구속하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모두 인출책이나 수거책이었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소모품처럼 이용되는 인출책이나 수거책을 검거하더라도 조직은 아무런 타격 없이 쉽게 다른 사람을 구해 또 다른 범행을 이어갈 수 있어 이들을 검거하는 것만으로는 소용이 없다.
더욱이 이들을 검거하더라도 피해자의 돈은 이미 '윗선'에 보내진 이후인 경우가 많아 피해자에게 돈이 되돌아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결국 범죄를 줄이고 피해액을 환수하기 위해선 범행을 기획하고 지시하는 '윗선'에 대한 수사가 필수지만, 이를 맡아야 할 광주경찰청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자체적으로 올해 119건을 검거해 19명을 구속했지만, 이 역시 몸통이 아닌 인출책이나 수거책이 대부분이었다.
범인 검거로 인해 피해자가 피해액을 되돌려받을 수 있었는지 여부는 집계조차 하지 않았다.
13개 전 부서가 동원돼 대규모 TF팀까지 꾸리며 대대적으로 나섰던 광주 경찰청의 수사력이 일선 경찰서와 다를 바 없었던 셈이다.
대면형 보이스 피싱 (PG) |
다만 일선 경찰서와 다른 점이 있다면 현장을 뛰지 않아도 되는 '계좌 이체형' 사건만 맡을 뿐 '절취형'과 '대면 편취형' 사건은 전혀 손을 대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광주청은 절취형과 대면형 사건에 특진을 내걸고 일선 경찰서의 실적 경쟁만 유도하고 있을 뿐이다.
보이스피싱은 범죄 유형에 따라 현금 보관 장소에 몰래 침입해 돈을 가로채는 '절취(절도)형'과 금융·수사기관 관계자 행세를 하며 직접 돈을 받아 가는 '대면(사기)형', 피해자에게 계좌이체 하도록 하는 '이체형' 등으로 나뉜다.
강도 등 사건을 예방하고자 은행에서 무장근무를 서는 경찰(1994년 12월) |
이러한 상황에서 광주청은 미리 범행을 예방하겠다며 은행 지점에 일선 경찰관을 고정근무 시키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윗선' 소탕이라는 근본적인 대책은 외면한 채 실효성도 의문인 '말뚝' 업무를 일선 경찰에게 전가한다며 강한 내부 반발이 일었다.
결국 광주경찰청 수사과장이 직접 나서 "적극적인 예방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아 계획은 보류됐다.
광주 경찰청 관계자는 "수거책이나 인출책을 검거하더라도 대포통장을 이용하는 윗선까지 연결고리를 찾기가 쉽지 않아 범인을 특정하기 어렵다"며 "특정을 하더라도 외국에 있는 경우가 많아 직접 검거나 수사 공조를 받는 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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