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 서울의 36층에 1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연회장 벨뷰스위트. 밝고 모던한 인테리어가 특징이며 통유리를 통해 서울 시내 전망을 볼 수 있다. 사진 롯데호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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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조모(29)씨는 지난 8월 말 결혼식을 한 달 앞두고 서울의 한 특급호텔로 급하게 장소를 변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돼 초청할 수 있는 하객 수가 줄면서 당초 예약했던 웨딩홀에서 식을 진행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조씨는 인터넷 카페 후기를 보고 호텔 웨딩 상담을 받은 후 호텔에서 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초청하는 하객 규모가 작아지다 보니 비슷한 예산(500만원대·하객 40명 기준)으로 호텔에서 결혼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조씨는 “평소 호텔 결혼식은 미처 생각도 못 했는데 막상 하고 보니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도)가 좋아 주변에도 호텔 스몰웨딩을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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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역대 최저’인데 특급호텔 결혼식은 늘어
특급호텔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매출 급감으로 울상인 가운데 웨딩사업에선 특수를 누리고 있다. 최근 달라지는 웨딩 문화 속에서 영역을 넓혀가던 ‘스몰웨딩’(하객 수 100명 미만)이 코로나19를 계기로 호텔에서도 자리를 잡으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혼인 건수는 약 12만6000건으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지만 비슷한 기간 특급호텔에서 유치한 결혼식 건수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호텔 서울은 올해(1~9월) 치른 결혼식 건수가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늘었다. 서울웨스틴조선호텔도 올해 9~12월 확정된 결혼식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5%가량 많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빈 날짜가 없어 웨딩 예약도 못 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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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마이크로웨딩’…예약률 20배
과거 특급호텔 웨딩은 주로 하객 300명 이상이 참석하는 대형 예식이었지만, 최근엔 하객 100명 미만의 스몰웨딩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 롯데호텔 서울에서 치러진 스몰웨딩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 증가했다. 전체 결혼식 증가율(20%)의 5배가 넘는 수준이다. 스몰웨딩 문의 건수도 전년 동기의 3배가 넘는다. 올해 하반기 롯데호텔 서울에서 진행할 예정인 결혼식의 절반 이상이 이런 스몰웨딩이다.
스몰웨딩 중에서도 더 작은 규모의 ‘마이크로 웨딩’(하객 수 50명 미만)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롯데호텔 서울에서 올해(1~9월) 치러진 마이크로웨딩 건수는 전년보다 40% 이상 늘었다. 올해 9월 기준으로 내년 상반기 마이크로웨딩 예약률은 전년도 상반기의 20배 이상이다. 서울웨스틴조선호텔도 마이크로웨딩 매출이 2020년 누계로 전년 동기보다 53% 이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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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이라도 럭셔리하게”…보상소비 심리도
롯데호텔 서울의 소규모 연회장 아테네가든(수용인원 30명). 유럽의 대성당을 연상시키는 고풍스러운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사진 롯데호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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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은 ‘스몰럭셔리’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결혼식 규모를 줄이는 대신 돈을 더 들이더라도 결혼식 연출 디테일이나 식사 등에 더 신경 쓰는 예비부부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해외 신혼여행이 막히면서 결혼식 자체를 통해 위안을 얻고자 하는 보상소비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예기치 않게 상승할 경우 바로바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롯데호텔 서울은 여러 연회장을 동시에 사용하는 ‘따로 또 같이’ 예식이 가능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결혼식 규모를 조절할 수 있다. 비대면 맞춤형 서비스도 강화했다.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결혼식 현장을 중계하고, 결혼식 당일엔 총지배인과 총괄 셰프가 직접 신랑·신부와 혼주를 찾아 축하 인사와 함께 자필 편지를 전달한다.
조종식 롯데호텔 서울 총지배인은 “호텔에서 결혼한 고객에겐 패밀리 회원으로 결혼기념일이나 돌잔치 등 생애 특별한 날 다양한 특전을 제공하는 등 지속적인 유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며 “스몰웨딩의 경우 결혼 예정일을 2~3개월 앞두고 예약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웨딩 수요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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