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이 환경오염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잘 썩는 플라스틱’인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들도 세계적인 친환경 기조에 발맞춰 생분해 플라스틱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 LG화학(051910)이 옥수수 성분을 활용한 생분해 신소재를 개발했고, 롯데케미칼(011170)은 사탕수수를 비롯한 식물에서 추출한 원료를 사용한 바이오 페트(PET) 개발에 성공했다.
코카콜라의 친환경 페트병 ‘플랜트보틀’ / 코카콜라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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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비용과 기술적 한계 때문에 탄소 배출과 오염이 비교적 적은 친환경 플라스틱의 사용률은 여전히 저조하다는 점에 있다. 시장조사업체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생분해 플라스틱은 현재 전 세계 플라스틱 소비의 1%도 차지하지 않는다. 여기에 올해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일회용 제품의 소비가 급증하면서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PET의 성장률이 생분해 플라스틱보다 더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드맥킨지는 생분해 플라스틱이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높은 단가를 꼽았다. 화학업계에 따르면 생분해 플라스틱의 제조비용은 일반 플라스틱보다 30~50% 비싸다. 우드맥킨지는 "생분해 플라스틱은 높은 제조 단가 때문에 상용화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생분해 플라스틱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는 이상 열가소성 플라스틱(열을 가해 다양한 크기와 모양으로 가공할 수 있는 범용 플라스틱)을 대체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옥수수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SK케미칼의 바이오플라스틱 '에코젠'이 적용된 물병 / SK케미칼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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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분해 플라스틱의 생산과정이 친환경적이지만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생분해 플라스틱의 소재로 옥수수 전분, 사탕수수 등이 사용된다. 문제는 이런 농작물을 키울 때 사용하는 살충제, 비료 등 농업용 원료가 오히려 환경오염을 유발해 생분해 플라스틱의 자원순환 효과를 무색하게 한다는 것이다.
또 현재 개발된 생분해 플라스틱은 대부분 특정 온도와 습도 등이 갖춰져야 제대로 분해된다는 단점도 있다. 그러나 일정한 환경 조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일반 플라스틱처럼 썩지 않고 땅이나 바다에 남아있게 된다. 현재 일상에서 용기, 포장재 등으로 널리 사용되는 범용 플라스틱의 경우 썩기까지 500년 이상 걸려 토양은 물론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생분해 플라스틱의 경우 조건만 맞으면 미생물의 작용으로 6개월~1년 안에 물과 이산화탄소, 또는 메탄으로 분해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생분해 플라스틱 또한 상업용 퇴비 시설에서 처리해야 제대로 썩는다.
경기도 용인시 재활용센터에 쌓여있는 플라스틱 쓰레기 / 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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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생분해 플라스틱이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려면 이같은 비용과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보다 체계적인 재활용 및 자원순환 정책이 환경보호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포장재 전문가인 라마니 나라얀 미시간주립대 교수는 "사용한 제품을 아무 데나 버려도 안전하게 사라질 것이란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자연조차도 그런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라면서 '완벽한 생분해 플라스틱'에 과도한 기대를 걸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비영리 연구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는 현재 플라스틱 사용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40년까지 플라스틱 쓰레기 규모는 지금의 3배인 3300만톤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방지하려면 플라스틱을 덜 쓰고 더 효과적으로 재활용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의미다. 마리안 철토 예일대 교수는 "포장재를 많이 사용하는 회사가 재활용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정부 중심의 현재 재활용 시장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은 기자(jaeeu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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