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열린 북한 피격 공무원 A씨의 추모식에서 울려 퍼진 A씨 아들의 편지 내용이다. 전날 작성된 이 편지는 A씨의 형 이래진(55)씨가 대신 낭독했다. 이날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앞에서 열린 추모식은 엄숙한 분위기에서 이어졌다.
북한 피격으로 사망한 공무원 A씨의 아들이 23일 아버지를 생각하며 쓴 편지. [이래진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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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발표가 저를 무너지게 해"
A씨 아들은 편지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사람들은 자기 편한 대로 말하고 판단하여 그것이 사실인 것처럼 얘기한다. 내가 아는 아빠는 지금 이 상황을 보고 계신다면 눈도 감지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나지도 못하고 계실 거라 생각된다”며 "아무것도 모르고 아빠 오면 줄 거라고 편지를 쓰고 있는 동생을 볼 때마다 나중에 아빠가 살해당했다는 얘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 할아버지께서 진실을 밝혀 아빠의 명예를 찾아주겠노라 약속을 하셨음에도 터무니없는 이유를 증거라고 내세우는 해양경찰의 발표가 저를 무너지게 만들었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분인 대통령 할아버지의 약속이었기에 그저 믿고 기다리고 있는 저한테 아빠는 아마 ‘그래 아들, 잘하고 있다’라고 칭찬하실 것”이라고 썼다.
그런 다음 “다시 만나는 그날 잘했다고 힘껏 안아주세요.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다시 아빠 아들 할게요”라는 말로 편지를 마무리했다. A씨의 아들은 사망한 아버지에게 보낸다고 생각하고 이 편지를 자필로 작성해 이씨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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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친형 "희망 달라" 추모사
이날 20~30대 청년들로 구성된 시민단체 꿈꾸는청년들 주도로 열린 추모식에서 이씨는 직접 추도사를 하기도 했다. 그는 “함께 슬퍼하고 분노해준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으로 가족 모두 다시 평온했던 그 날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갖고 하루하루 이겨내고 있다”며 “어리고 착한 조카들이 상처받지 않고 밝게 자랄 수 있도록 작으나마 희망을 주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24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앞에서 열린 피격 공무원 A씨의 추모식에서 친형 이래진(55)씨가 발언하고 있다. 정진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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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측 청년 3명의 추모 연설과 오토 웜비어 가족이 이씨에게 보낸 편지를 읽는 순서도 있었다. 편지 낭독을 끝으로 추모식은 끝났고, 50여명의 참석자는 경복궁 사거리에서 신교로터리까지 행진했다.
앞서 해경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A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해경은 “A씨가 최근 455일간 591차례 도박 자금을 송금했고, 실종 전 동료들로부터 꽃게를 사주겠다고 받은 돈도 도박 계좌로 송금했다”고 했다. 또 선박이 닻을 내리고 정박 중이었던 상황 등을 근거로 실족 가능성도 작다고 봤다.
해경 발표 이후 이씨는 “동생을 인격 살인했다”고 반박하면서 A씨의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답장도 공개했다. 답장엔 “책임을 물을 것은 묻고, 억울한 일이 생기면 당연히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대통령님의 말씀과 직접 챙기시겠다는 약속을 믿는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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