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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단독]"김봉현과 검사들 왔다"는 술집, 금감원 ‘검사역’이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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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라임자산운용 로비 핵심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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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 로비 핵심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현직 검사들에게 1000만원어치 술접대를 했다는 폭로와 관련, JTBC가 “김봉현과 검사들이 왔었다”고 종업원들 전언을 토대로 주장한 그 술집에는 실제로 김씨 일당과 함께 ‘금융감독원 검사역’들이 왔었던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법조계에서는 술집 종업원들이 검찰의 ‘검사(檢事)’와 금감원의 '검사역(檢査役)’을 혼동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22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국회 대검찰청 국정감사가 진행되던 시점, JTBC는 저녁 뉴스에서 “[단독] ‘술접대’ 지목 유흥업소…'김봉현과 검사들 왔었다'”는 보도를 했다. 김씨가 작년 7월 검사 술접대를 했다는 강남 룸살롱을 가보니 “종업원들이 ‘김씨와 검사들이 왔고 일행 중에 변호사도 있었다’고 말했다”는 내용이었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김씨의 ‘검사 술접대’ 주장이 사실임을 뒷받침하는 것이었다. 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JTBC 보도를 인용해 윤 총장을 몰아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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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JTBC 뉴스 화면/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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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JTBC가 종업원들의 전언을 토대로 ‘김봉현과 검사들이 왔었다’고 주장한 해당 술집은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있는 F룸살롱이다. “종업원들이 김씨를 ‘곡성 오빠’라고 불렀다” “4월쯤 검찰이 현장 조사를 위해 찾아왔다” “검찰이 종업원 B씨의 휴대전화를 가져갔고 B씨는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JTBC 보도 내용은 실제 F룸살롱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현재 김씨의 검사 술접대 폭로에 대해서는 당시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 라임 수사팀도 “김씨가 검찰 조사에서 검사 접대 관련 진술을 한 적이 전혀 없다”고 하고 있고, 김씨와 당시 술자리에 함께 있었다고 지목된 변호사와 현직 검사들 모두 “김씨의 완벽한 소설”이라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검사가 해당 술집을 김씨와 실제 갔는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김씨 일당이 ‘금융감독원 검사역’들과 F룸살롱에 왔었던 것은 사실로 드러났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금감원 검사역’이라는 직책을 술집 종업원들이 혼동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실제 ‘금융계 검찰’로 통하는 금감원 직원들은 맡은 업무에 따라 ‘검사역’ ‘조사역’ 등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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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전 회장의 고향 친구인 금감원 출신의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 김 전 행정관은 김 전 회장으로부터 5000여만원을 받고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 계획서를 빼돌린 혐의로 지난달 법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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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공소장과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김씨는 고향 친구인 금감원 출신의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과 함께 작년 8월 21일 F룸살롱에 갔다. ‘금감원 에이스’로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파견 나가 있던 김 전 행정관은 당시 ‘금감원 검사역’ 후배 두명을 F룸살롱에 데려왔고 그 중 한 명으로부터 금감원의 라임자산운용 검사 계획서를 빼돌렸다. 그리고는 룸살롱 옆방에 있던 김씨에게 이 계획서를 전달했다. 그날 술값 650만원은 김씨가 대납했다. 이는 모두 김 전 행정관 법원 판결문에 나오는 내용이다.

김 전 행정관은 김씨로부터 5000여만원을 받고 라임 검사 계획서를 빼돌려준 혐의로 지난달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았다. F룸살롱에서 해당 계획서를 김 전 행정관에게 전달한 ‘금감원 검사역’도 최근 금감원 내부에서 감봉 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 라임 수사팀은 지난 4월 21일 F룸살롱을 압수수색했다. 수사팀은 F룸살롱을 포함한 김씨의 강남 일대 단골 술집 3곳을 동시 압수수색했다. 나머지 두 곳에서는 유의미한 자료가 나오지 않았고, F룸살롱에서 김씨 일당이 ‘금감원 검사역’을 통해 라임 검사 계획서를 빼돌린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술집 마담 B씨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고 B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B씨는 “검사들이 왔었다”는 진술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행정관 역시 검찰 조사 과정에서 “검사들과 술을 마셨다”는 진술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JTBC는 취재 과정에서 B씨를 접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B씨의 휴대전화에는 김씨가 아닌 전남 곡성 출신의 김 전 행정관이 ‘곡성 오빠’로 저장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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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행정관이 F룸살롱에서 '금감원 검사역'으로부터 라임자산운용 검사 계획 보고서를 받아 김봉현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법원 판결문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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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는 검찰이 4월 F룸살롱을 압수수색한 것은 김씨가 검사 접대를 했다는 정황을 사전 파악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도 보도했다. 국감 당일 민주당 김남국 의원 역시 이러한 JTBC 주장을 토대로 윤 총장에게 “검사 접대 사실을 사전에 보고 받아 알고서도 이를 덮은 것 아니냐”는 취지로 몰아붙였다. 윤 총장의 답변은 “그때는 김씨가 체포되기도 전인데 어떻게 검사 접대 사실을 미리 알았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는 것이었다.

실제 검찰이 F룸살롱에 압수수색을 나간 것은 4월 21일이고, 김씨가 도피 5개월만에 경찰에 체포된 것은 4월 23일이다. 김씨는 경찰 체포 뒤 남부지검으로 이송된 5월 말에야 ‘검사 접대’ 진술을 수사팀에 했다고 스스로 말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씨 체포 전에 수사팀이 ‘검사 접대’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F룸살롱을 압수수색했다는 것은 앞뒤 안맞는 주장이다.

JTBC는 23일에는 “김 전 행정관이 4월 16일 체포됐기 때문에 술자리에서 함께 어울렸었던 김 전 행정관으로부터 ‘검사 접대’ 관련 진술을 수사팀이 미리 확보했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도 보도했다. 하지만 이 역시 선후관계가 맞지 않다. 수사팀은 김 전 행정관 체포 이전인 4월 14일 이미 F룸살롱에 대한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다만 김씨는 ‘검사 접대’ 술자리의 정확한 날짜를 특정하지 않고 ’2019년 7월경'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사들이 왔었다’고 주장한 F룸살롱 종업원들이 작년 7~8월 술자리 날짜를 특정해서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JTBC는 김씨가 룸살롱 방 3개를 예약한 상황이 워낙 특이해 종업원들이 당시 특이한 방식의 술자리를 기억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김씨 지인들은 하나같이 “김씨는 룸살롱이 사무실이었다. 룸살롱에 가면 항상 로비 명목으로 여러개씩 방을 빌렸다”고 입을 모은다.

김씨 일당이 ‘금감원 검사역’과 F룸살롱에서 어울렸던 8월 21일 이전에도 또 다른 술자리를 현직 검사들과 했었는지 여부는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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