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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일부 지자체·병원 ‘백신 접종’ 중단…시민들 “아직 접종 못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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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현장 ‘백신 접종’ 혼선

서울 영등포구·경북 포항 독자 ‘유보’

“13개월 아기 2차접종 해야 하는데…”

정부-지자체-전문가 이견 혼선 가중

의사들도 “계속” “중단” 갑론을박


한겨레

22일 서울의 한 병원 독감 예방접종 창구 앞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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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백신 접종 뒤 목숨을 잃은 사례가 잇따르면서 의료 현장에서 백신 접종을 둘러싼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보건당국은 백신 접종을 계속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으로 ‘백신 접종 유보’를 권고하고 나서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경북 포항시는 23일 백신 접종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날 서울 영등포구도 관내 의료기관에 백신 접종 보류를 권한 바 있다. 질병관리청이 예방접종과 사망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입증된 바 없어 접종을 중단할 상황이 아니라고 발표한 것에 따르지 않고 독자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의협도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일선 의료 현장에 1주일간 예방접종을 잠정 유보할 것을 권고했다.

정부와 일부 지자체, 전문가단체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시민들은 혼란을 겪었다.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정아무개(34)씨는 <한겨레>에 “생후 6개월 되는 아들이 꼭 백신을 맞아야 하는데 평소 다니던 병원에선 유아용 백신이 전량 소진됐고 추가 매입 계획이 없다고 한다”며 “영등포구는 백신 접종 유보를 권고했는데 주변에 육아하는 또래 엄마들 사이에서 백신 접종을 해야 하는지, 한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했다.

백신 접종 중단을 권고하지 않은 다른 지역에서도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 병원이 잇따르면서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누리집에는 백신 접종과 관련한 문의글이 쏟아졌다. 한 육아정보 공유 카페 회원은 “지난 주말에 내과에 백신 여분이 있다는 글을 보고 남편과 아들이 접종을 했는데 오늘 전화해서 맞으려 하니 백신이 떨어졌다고 했다. 다른 지인들도 접종을 못 받고 있다”고 했다. 경기 광명시의 한 주민은 “13개월 아기가 오늘 2차 접종을 하기로 했는데 병원에서 갑자기 연락이 와 ‘독감접종이 말이 많다.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맞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9월에 1차 접종을 했는데 이렇게 늦게 2차를 맞아도 효과가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한겨레

22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의실에서 열린 ‘독감 예방접종 사망 사건 의협 긴급 기자회견’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권고문을 읽고 있다. 의협티브이(TV)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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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메디게이트’에서도 백신 접종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한 의사는 “의협과 질병청이 다른 이야기를 해서 예방접종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 다른 병원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글을 올렸다. 의사들은 대체로 “독감 백신은 안전하다”고 하면서도 직접 백신을 접종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독감 백신이 안전한 것은 맞지만 사망자가 많이 나와서 아무래도 찝찝해 접종을 하기가 꺼려진다”는 의견과 “접종은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사망자가 늘면서 국민들의 공포가 가중되기 좋은 상황으로 ‘백신이 문제없다’고 말해도 납득이 안 되고 있는데 방역당국이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사망의 원인이 무엇인지 설명을 해줘야 한다”며 “접종을 중단하기보다는 일일 접종 인원을 줄이더라도 노인 등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접종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재호 강재구 권지담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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