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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왜군이 잘라간 조선인 귀·코무덤 앞에 울려 퍼진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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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NGO 교토서 진혼제 "일본과 남북의 우호관계 간절하게 희망"

연합뉴스

교토 이총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임진왜란(1592∼1598) 때 한반도를 침략한 왜군이 베어 간 조선인의 코와 귀가 매장된 일본 교토(京都)시의 사적 교토 미미즈카(耳塚·이총) 앞에서 23일 오후 아리랑이 구슬프게 울려 퍼졌다.

일본이 한반도를 침략한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일본이 남북한과 우호적인 미래를 개척하기를 바라는 현지 시민단체가 400여년 전 희생된 조선인 등의 넋을 달래는 행사를 이날 열었다.

2007년부터 한국 단체인 '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가 매년 위령 행사를 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국 시민단체의 일본 방문이 어려워진 가운데 '교토에서 세계로 평화를 퍼뜨리는 모임'(약칭 교토평화모임)이 일본 단체로는 처음으로 진혼제를 열었다.

교토에서 성장했다고 밝힌 오구라 마사에(小椋正惠) 교토평화모임 회장은 참혹한 과거사에 관해 알게 된 후 미미즈카 앞에서 사과했으나 자신과 같은 개인이 사과하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는 생각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진혼제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측이 "이런 불행이 있었다는 것을 줄곧 보이지 않게 해 왔다"며 진혼제 등을 통해 "한국이나 북한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우리 시민의 공통된 마음이 각각의 정부를 움직여서 일본과 한국·북한의 우호 관계로 이어질 것을 간절하게 희망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3일 진혼제에서 헌화하는 모습
[교토평화모임 중계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정태구 오사카(大阪) 한국문화원장은 "현재도 양국 사이에는 현안이 많이 있다. 그중에서 큰 것은 역사와 정치의 문제"라며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고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바람을 피력했다.

김현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교토부(京都府)본부 국제통일부장은 "돌아보면 일본과 한반도의 역사는 2천년에 달하는데 그 대부분은 우호 관계였다. 관계가 좋지 않았던 것은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1537∼1598)의 조선 침략이 있었던 때와 근현대이며 다 합해도 백여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 한반도가 본래의 우호적인 관계가 되기 위해서라도 과거 역사를 직시하고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날 행사가 양측의 관계를 개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뜻을 표명했다.

이날 진혼 행사에는 유성룡(1542∼1607) 밑에서 왜군과 싸운 의병의 후손인 이영하 씨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진혼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 중계됐다.

미미즈카는 임진왜란 때 왜군들이 전쟁 공로를 증명하기 위해 베어서 가져간 조선군과 일반인 등의 귀와 코를 매장한 곳이다.

'귀 무덤'이라는 뜻의 미미즈카로 명명했으나 귀뿐만 아니라 코도 매장돼 있어 시민단체 등은 불행한 역사를 명확히 드러내도록 '귀·코 무덤'이라는 뜻의 미미하나즈카(耳鼻塚·이비총)라고 부르기도 한다.

교토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임진왜란 당시 활동한 장수인 야마모토 야스마사(本山安政)가 남긴 기록에는 "히데요시의 명령이므로 남자, 여자, 갓난아기까지 닥치는 대로 코를 잘라 매일매일 소금에 절여…"라는 내용이 나온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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