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전 시작 사흘 만에 교전 관련 트위트 21만개 폭증
아르메니아 총리 “현 상황에서 외교적 해법은 불가능”
분쟁 지역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둘러싸고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교전이 한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1일(현지시각) 이 지역 마을 중 하나인 마르투니에서 공습으로 파괴된 집을 강아지가 홀로 지키고 있다. 마르투니/타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최근 트위터에는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교전 상황이라며, 국경 지역에서 하늘로 미사일이 날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이란인들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온라인에서 이 동영상은 25만번이 넘게 재생됐다. 하지만 동영상 장면을 역추적해보니, 해당 장면은 지난해 11월 러시아에서 이뤄진 군사 행사 중 하나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처음 영상을 올린 사람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트위터 상에선 아직도 이 영상이 유포되고 있다.
분쟁 지역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둘러싸고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교전이 한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상에서 유포되고 있는 ‘가짜뉴스’들이 상황 악화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21일 보도했다. 기자들의 최전방 접근이 제한되는 전시 상황에서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소식이 유포되는 일이 이례적인 것은 아니지만, 적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가짜뉴스 범람 속에서 양국의 휴전 합의가 번번이 휴짓 조각이 되며 상황이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군사 전술게임 ‘아르마3’ 속 장면을 갖고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교전 장면이라고 주장하는 게시물도 트위터, 유튜브, 틱톡 등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인도의 한 뉴스 채널은 이 영상이 실제 아르메니아군이 아제르바이잔 항공기를 격추하는 장면인 줄로 착각하고 보도에 사용하기도 했다고 <비비시> 방송은 전했다.
가짜 교전 영상 뿐만 아니라, ‘교전에 외국인 용병이 가세하고 있다’는 주장도 온라인 상을 통해 퍼지고 있다. 이라크 거주 소수민족 예지디족이 아르메니아 쪽에 가세해 싸우고 있으며, 터키가 아제르바이잔 군을 돕기 위해 시리아 용병을 모집하고 있다는 ‘설’인데, 근거가 되는 영상 등의 진위 여부는 잘 확인되지 않고 있다.
양국의 긴장 관계가 고조되면서, 온라인은 양쪽을 지지하는 이들의 대리 선전장이 되고 있다. 6700만명이 넘는 팔로어를 거느린 아르메니아계 미국 연예인 킴 카다시안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양국 교전 상황을 알리고 있는 게 한 예다. 오스트레일리아 소재 국제사이버정책센터(ICPC)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교전 시작 이후 단 사흘 만에 트위터 상에서 양국 교전과 관련된 해시태그를 포함한 게시물 20만6116개가 집중적으로 올라왔다고 밝혔다.
또 지난 한 주간 페이스북에는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이란 국가명이 각각 2천만건, 1700만건씩 회자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우리는 승리할 것’(#WeWillWin) ‘아르메니아를 믿지마라’(#Don’tBelieveArmenia) ‘아제르바이잔의공격을멈추자’(#StopAzerbaijanAggression) 등의 해시태그가 수많은 나라의 언어로 번역돼 온라인에서 유통된 것이다.페이스북엔 아르메니아를 지지하기 위한 해시태그 달기 운동 등을 펼치자고 주장하는 ‘사이버 군대’ ‘미디어 전사’ 등의 그룹도 만들어졌는데, 2주 전 만들어진 아르메니아 지지자 페이지엔 무려 10만명이 참여하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7일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시작된 양국의 교전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10일과 18일 러시아의 중재로 두 차례 휴전 합의가 이뤄지긴 했지만, 두 나라가 ‘상대방이 휴전 합의를 위반했다’며 싸움을 계속하고 있어, 사상자는 늘어가고 있다. 급기야 이날 아르메니아의 니콜 파쉬냔 총리는 “나고르노카라바흐 문제는 현 상황에서 외교적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하세요!
▶네이버 채널 한겨레21 구독▶2005년 이전 <한겨레> 기사 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