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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현실에 절망한 청년에게 보내는 사과…영화 '젊은이의 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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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영화 '젊은이의 양지'
[준필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꿈과 현실의 괴리를 처음 마주한 청년, 취업 준비에 좌절한 대학생, 실적에 대한 압박 속 하루하루를 버티는 직장인.

영화 '젊은이의 양지'는 앞만 보고 달려가지만 정작 꿈과 희망, 미래를 잃어버린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었거나 겪을 수 있는 이야기들로 공감을 산다.

영화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제 막 사회에 첫걸음을 내디딘 젊은이가 맞닥뜨리는 현실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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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젊은이의 양지'
[준필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야기는 카드사 고객들에게 연체금 납부를 독촉하는 콜센터에 실습생으로 온 19살 준(윤찬영)의 시선을 따라간다. 어느 날 변사체로 발견된 준이 센터장 세연(김호정)에게 보내는 사건의 단서들은 이 시대의 청년이 어른에게 보내는 '살려달라'는 외침이다.

사진작가를 꿈꾸는 준은 실적을 내기 위해 연체자에게 모진 말을 내뱉어야 하는 세상을 앞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두렵다. 일을 잘하고 싶다는 의지도 있지만, 인간성을 상실하면서까지 잘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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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젊은이의 양지'
[준필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에는 준 외에 또 다른 청년인 미래가 등장한다. 세연의 딸인 미래는 전력을 다해 취업 준비를 하지만 높은 현실의 벽에 좌절한다. 인턴으로 들어간 회사에서는 언제나 주눅이 든 구부정한 자세다.

영화는 이런 현실을 저격이라도 하듯 여과 없이 드러낸다. 극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 영화적 상상력을 더하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비춘다.

고객의 전화를 놓치면 바로 실적에 반영되는 콜센터의 업무 환경에서 준은 화장실에 갈 시간이 없어 기저귀를 차고 업무를 본다. 콜센터보다 나은 직장에 가겠다는 미래의 방에는 '이번 생은 망했다'는 글귀의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현실에 대한 절망과 박탈감에 놓인 이 청년들에게 어른으로 대변되는 세연은 "월급은 그 알량한 자존심을 팔아서 받는 것"이라고 소리친다. 그렇다고 세연이 악한 인물로 묘사되는 것은 아니다. 세연 역시 무한경쟁에 내몰려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현대인 중 한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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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젊은이의 양지'
[준필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는 주로 젊은이들의 아픔을 이야기하지만 이를 세대 간 대립 구도로 끌고 가지 않는다. 어른인 기성세대 역시 젊은이들을 끌어안아 주기에는 피폐해진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꼬집는다. 신수원 감독이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사과이자 기성세대에게 보내는 위로다.

무엇보다 각 인물이 처한 상황과 복잡한 내면을 짜임새 있게 풀어간 연출이 돋보인다. 극장을 나서며 누구의 잘못이라는 원망보다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누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로 연기 인생 30주년을 맞은 배우 김호정과 촬영 당시 19살로 이제 막 영화인으로 첫발을 뗀 배우 윤찬영이 각각 세연과 준을 연기한 것도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28일 개봉 예정이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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