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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전세대란 대책 못찾은 정부, 이러다간 "내년에도 전세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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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편집자주] 임대차2법 시행 석달여가 지났다. 신규 전세시장은 임대료 상승과 전세 매물 실종으로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일시 혼란으로 보지만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전세파동 가능성을 언급한다. 전세 물량 공급을 당장 확대할 수도 없고, 가격을 모두 통제할 수도 없어서다. 뾰족한 대책이 없다. 매매가격이 안정되면 전셋값이 오르는 사이클이 반복되고 있지만 누구도 '전세를 없애자'고 말 못하는게 근본 문제다.

[MT리포트-대책없는 전세]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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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6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14일 서울시내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붙어있다. KB국민은행 부동산 조사에서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지난주 192.0을 기록해 2013년 9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196.9)에 근접하고 있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를 초과할수록 '공급 부족' 비중이 높다는 의미다. 2020.10.1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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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공급·세제 어떤 카드도 쓸 수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정부 관계자)

임대차3법 통과 이후 전세시장 불안이 계속되고 있지만 대책으로 내놓을 카드가 마땅치 않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정부는 당초 전셋값 안정기를 임대차법 시행 후 2개월 후로 잡았다가 최근 4개월, 5개월로 늦추고 있다.

하지만 굳이 임대차법 '변수'가 아니더라도 금리, 공급, 세제 등 어떤 카드도 쓸 수 없는 전월세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내년에도 전세난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21일 정부 관계부처에 따르면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2법이 지난 7월말 시행 된 이후 석 달 가까이 지났지만 전세불안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감정원 기준 서울 전셋값은 68주 연속 올라 역대 '최장기간 상승'을 기록 중이다.

전셋값 상승, 전세품귀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한 정부와 시장의 시각차는 크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1989년 의무임대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났을 때 안정되기까지 5개월 정도 걸렸다"며 "똑같이 5개월이다 말할 수 없지만 일정 정도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적어도 내년초까지는 전세난이 지속될 것이라고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1989년 말 임대차법이 개정될 당시 -0.7%(12월)의 변동률을 보였던 서울 전세값은 이듬해 1월 4.1% 뛰었다. 이어 2월에는 14.4%로 역대급으로 급등했고 3월과 4월 각각 2.3%, 2.0% 오름세를 보였다. 5월에는 2.7% 하락반전했다.

당시 개정 임대차법이 소급적용되지 않은 탓에 갱신계약은 임대의무 기간이 1년으로 유지되면서 전셋값이 폭등했다. 올해 개정된 임대차3법은 기존 계약에도 소급적용되기 때문에 31년 전에 비해 전세난이 빨리 진화될 것으로 정부 일각에선 전망한다. 국토부가 주도하면서 안착시켰던 2004년 버스중앙차로제나 2010년 우측보행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오랜 관행'을 바꾸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일시적 혼란 정도로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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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임대차법이 전세난을 촉발시켰으나 여타의 구조적인 문제까지 겹쳐 내년에도 내내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는 시장 전문가도 많다. 특히 '공급', '금리', '세제' 등 정부가 동원 가능한 대책을 모두 쓸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정부는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을 3만6000가구로 올해 5만3000가구 대비 47.2% 감소할 것으로 본다. 민간의 '부동산 114'는 내년 공급량이 2만2977가구로 3만 가구가 채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가 내년 하반기부터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시작해 총 6만 가구를 사전분양하면 집을 사지 않고 전세살이 하려는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1989년에는 공급이 늘어나는 시기와 겹쳐 조속한 안정화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물량이 많이 줄었다"며 "누군가는 집을 사서 전세를 줘야 하는데 다주택자를 억제하는 정책을 쓰고 있고 집값도 안정기라 실수요자마저 자기 집을 안 사려하니 전세난이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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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는 가수요가 없는 실수요 시장이라 매매처럼 "나중에 구하세요" 할 수도 없다. '세제' 카드를 함부로 쓸 수도 없다. 만약 집주인의 임대소득에 과세하면 전세보증금으로 부담이 전가될 우려가 있어서다. 여기에다 유례없는 저금리도 문제다. '코로나' 시국에 일자리를 확대하고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저금리 기조는 유지할 수밖에 없다. 전세대출 금리가 떨어져 임대료 증액 유인이 되는 이유다.

가령 금리 연 4%였던 과거, 보증금 3억원의 대출이자가 월 100만원이었다면 현재는 금리 연 2%로 50만원 수준이다. 집주인도 임대료 수익률을 높이려면 전세금을 증액할 수밖에 없다. 전세대출 금리는 2017년 6월 연 3.08%에서 올해 6월 기준 연 2.26%로 떨어졌다. 전세대출은 연초이후 8월까지 21조9000억원 증가해 지난해 같은 기간 17조1000억원 대비 4조8000억원 늘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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