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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K메모리 쌍두마차…낸드도 D램처럼 `초격차 신화`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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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메모리 시대 개막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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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미국 인텔의 낸드사업부문을 인수하며 D램에 이어 낸드 부문에서도 '글로벌 톱2' 지위를 예약하면서 'K-메모리' 시대가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부동의 1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의 양대 축인 D램과 낸드에서 확고한 2위로 부상하면서 다른 나라들이 범접할 수 없는 메모리 반도체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한층 강화하게 됐다는 것.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D램 시장에서 70% 넘는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낸드 시장에서도 60%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게 된다.

21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매출액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시장 점유율은 각각 42.1%와 30.2%다. 한국 기업 점유율이 72.3%나 된다. 하지만 낸드플래시는 D램과 상황이 다르다. 삼성전자가 33.8% 점유율로 압도적 1위지만, SK하이닉스는 11.4%로 글로벌 5위에 그치고 있다. 국내 기업의 점유율 합계도 45%로 절반에 못 미친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 인수를 마무리 지으면 이 같은 상황은 180도 바뀐다. SK하이닉스가 낸드 4위 사업자인 인텔(11.5%)을 사들이면서 한국 기업의 낸드 시장 점유율은 56.6%로 급등해 D램에 이어 낸드 부문에서도 'K-메모리'의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게 된다.

D램과 낸드를 합친 메모리 반도체 전체 시장 점유율도 59.7%에서 65%로 오르게 된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민감하게 움직이는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 공급 물량의 3분의 2를 한국 기업이 담당하게 되는 셈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중앙처리장치(CPU) 등 비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하고 있지만, 인텔은 1970년 세계 최초로 D램 반도체를 발명한 메모리 반도체 원조 기업"이라며 "국내 기업이 메모리 반도체 원조 기업의 사업을 인수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기업들이 압도적인 점유율 확보에 성공했다는 것은 한국이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게 됐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시장 점유율보다 더 중요한 기대 효과로 기술 혁신 가속화를 꼽고 있다. 안정적인 양강 구도를 형성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기술혁신을 이뤄 한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작지 않다. 실제로 D램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오랜 기간 1, 2위를 유지하면서 신제품 개발 경쟁을 벌여왔다. 10나노급 D램의 경우 삼성전자가 2017년 12월 2세대 제품을 내놓자 SK하이닉스가 11개월 뒤인 2018년 11월 개발에 성공하고, 삼성전자가 3세대 제품을 2019년 3월에 개발하자 SK하이닉스는 7개월 후 제품 개발에 성공하는 등 경쟁을 통해 한국 D램의 시장 지배력을 공공히 했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머신러닝 등에 특화된 고대역폭 메모리(HBM2E) 제품을 올 2월 최초로 선보이자 SK하이닉스는 이달 차세대 D램인 DDR5를 세계 최초로 출시하는 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 나아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발전을 이끌어 왔다.

이번 빅딜로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D램과 비슷한 혁신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낸드의 경우 D램 공정 미세화 경쟁과 마찬가지로 집적도를 높이는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전자가 2013년 8월 세계 최초로 3차원(3D) 수직구조를 적용한 24단 낸드플래시(1세대 3D V낸드)를 개발한 이후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 역시 2018년 11월 세계 최초로 96단 4D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하는 등 기술력을 대폭 끌어올렸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인텔 사업 인수가 한국 기업들의 낸드 경쟁력 강화에 새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낸드플래시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집적도를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데이터 처리 순서 등을 결정하는 두뇌 역할의 '컨트롤러'와 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인 '펌웨어' 등 솔루션 성능을 개선해야 하는데, 인텔은 낸드플래시 솔루션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메모리 시장 석권이 국내 반도체 생태계 육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K-메모리 생산 확대는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판로 확대와 연구개발(R&D) 강화, 투자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K-메모리를 통해 검증된 소부장 기업들은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의 낸드 시장 점유율 확대가) 장기적으로 한국 메모리 반도체 소재 및 부품 산업의 성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K-메모리' 시대의 개막은 일자리 창출과 국내 경기 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줄 전망이다. 올 상반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인력은 5만6022명에 달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SK그룹 편입 이전인 2011년 직원 수가 1만9600명으로 2만명이 채 안됐으나 올해 상반기 2만8609명으로 늘었다. 올 9월 말 기준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9.8%에 달할 정도로 반도체 기업들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막강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9조1000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했는데, 이는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 중 연결포괄손익계산서를 공시한 18개사 법인세 비용 합계의 59%에 달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8년 반도체 수출액이 1000억달러를 돌파했는데, 역사상 단일 완성품 수출이 1000억달러를 넘어선 사례는 독일의 자동차(2004년), 미국의 항공기(2013년) 등 총 6개에 불과하다.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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