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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김기현 형제 수사 안했다”던 검찰 해명, 거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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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이 불거지기 3년 전, 울산지방검찰청(이하 울산지검)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동생이 관련된 ‘30억원 아파트 용역계약’ 사건 등을 수사했던 사실을 보여주는 검찰 문서 두 건을 뉴스타파가 확보했다. 울산지검 특수부 검사가 계약당사자인 울산지역 건설업자를 검찰청에서 직접 만났고, 울산지검이 이 사건과 관련해 울산시청에 수사 협조를 의뢰했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이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두 개의 문건은 그간 검찰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부터 뉴스타파가 수차례에 걸쳐 “검찰이 경찰보다 먼저 김기현 전 울산시장 동생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을 수사했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중단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이어가자 언론을 통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검찰이 2016년 경 김기현 전 울산시장 동생 관련 의혹을 수사한 사실이 있는지, 또 범죄혐의를 잡고도 수사를 중단했는지 여부는 소위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검찰이 주장하는 “청와대가 야당 후보(김기현 전 울산시장)를 낙선시키기 위해 경찰을 동원해 야당 후보측 인사들에게 무고한 혐의를 뒤집어 씌우려 했다”는 전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건의 성격이 ‘검찰의 김기현 측근 봐주기 의혹’으로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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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뉴스타파는 김기현 전 시장의 동생 김삼현 씨와 ‘30억원 아파트 용역계약서’를 체결한 울산 건설업자 김흥태 씨를 만났다. 김 씨는 울산시장 선거를 석달 앞둔 2014년 3월, 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이자 울산시장 후보였던 김기현 씨의 동생과 문제의 용역계약서를 체결했던 당사자다. 취재진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그는 “2016년에 검찰이 김기현 형제 의혹을 먼저 수사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사건이 흐지부지됐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김 씨의 인터뷰 내용을 지난해 12월 12일 처음 보도했다.

검사가 먼저 연락을 해 왔다. ‘30억 계약서를 가지고 검찰로 들어와 달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강백신 검사를 처음 만났다. 그렇게 수사가 시작됐고, 그 과정에서 내 사건과 관련된 고소장도 추가로 제출했다. 부당한 부분, 불법적인 부분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해서 잘 설명드렸다. 그런데 이후 사건이 흐지부지 종결됐다.
- 김흥태 세븐앤세븐 대표 ('30억 계약' 당사자)


뉴스타파 보도 이후 검찰은 한국일보를 통해 김흥태 씨의 주장이 거짓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흥태 씨의 억측일 뿐 30억 용역계약서를 2016년 검찰에서 먼저 수사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주장이었다.

김흥태 씨는 뉴스타파와의 추가 인터뷰를 통해 2016년 6월을 전후해 울산지검 특수부 검사를 만나게 된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30억 계약서’를 포함해 당시 검찰에 제출했던 자료를 훗날 검찰청에서 되찾아 온 경위까지 상세히 밝히면서 “해당 검사와의 대질 조사에도 응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김흥태 씨는 2016년 자신의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의 이름도 공개했다. 강백신 검사였다

하지만 사기 혐의로 검찰의 별건 수사를 받던 김흥태 씨가 올해 1월 1심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되면서, 김 씨가 주장하고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검찰의 2016년 수사 의혹’은 물밑으로 가라 앉았다.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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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형제가 연루된 '30억 용역 계약'사건을 검찰이 2016년 먼저 수사 했다"는 김흥태씨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 지난 해 12월 한국일보 보도.
"울산지검 특수부 강백신 검사를 만났다" (김흥태)
뉴스타파는 최근 후속 취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김기현 형제가 연루된 아파트 사업 비리를 2016년에 수사했음을 보여주는 2건의 검찰 문서를 확보했다.

첫번째는 2019년 4월 울산지검이 작성한 수사보고서다. 보고서의 제목은 ‘김흥태-OOO 녹음파일 관련 김흥태 검찰청 방문시기 확인’. 공교롭게도 문서가 작성된 날짜는 4월 1일로, 김기현 전 울산시장 동생 김삼현 씨에게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 8일 전이었다. 김삼현 씨가 김흥태 씨에게 아파트 사업권을 되찾아 주는 조건으로 30억 원을 받기로 약속해 변호사법 등을 위반했다는 경찰의 수사 결과를 뒤집기 직전이었다.

울산지검 특수부 소속 수사관이 작성한 이 문서는 김흥태 씨의 컴퓨터에서 발견된, 2016년 9월 김 씨가 경찰관계자 A씨와 나눈 대화 음성파일 때문에 급히 작성된 것이었다. 문서에는 김 씨가 A 씨에게 아파트 사업 비리 문제 때문에 “검찰에 갔다 왔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검찰이 당시 김흥태 씨 관련 사건을 수사했음을 보여주는 단서다.

문건에는 김흥태 씨의 발언에 대해 검찰이 사실관계를 확인한 내용도 등장한다. “실제로 김흥태가 그 무렵 검찰청을 방문하여 A사(김흥태씨 경쟁업체) 아파트 사업과 관련하여 수사를 의뢰한 사실이 있는지, 검찰에서 실제 수사를 진행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다.

문건을 작성한 울산지검 전OO 수사관은 김흥태 씨의 주장을 인정하는 내용을 아래와 같이 문건에 담았다.

본 수사관이 2016년 경 당청 특수부에 근무할 당시, 김흥태가 특수부 강백신 검사를 만나 면담한 사실이 있다.
- 울산지검 수사보고서(2019. 4. 1)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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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울산지검 특수부 강백신 검사가 건설업자 김흥태 씨를 특수부 검사실에서 만난 사실이 있다고 인정한 2019년 4월 1일자 울산지검 수사보고서.
그런데 보고서에는 눈에 띄는 대목이 여러 군데 등장한다. 마치 검찰이 2016년 김기현 전 시장 형제의 범죄 혐의를 알고도 덮었다는 비판이 나올 것을 의식하기라도 한 듯, “면담은 했지만 수사는 아니었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대목이다.

강백신 검사는 김흥태가 제보한 사건을 수사한 사실이 없고, 당청에서는 별도로 김흥태 제보 사건을 수사하지도 않았으므로, 김흥태가 말한 바와 달리 울산지검에서는 김흥태가 제보한 사건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거나 혐의유무를 판단한 사실이 없음.
- 울산지검 수사보고서(2019. 4. 1)


특수부 검사가 건설업자를 수차례나 검사실로 불러 범죄와 관련된 진술을 받았는데도 수사가 아니라는 울산 검찰의 주장. 정식 입건된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절차상 수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로 읽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검찰이 신임 검사 교육 등을 위해 발간한 ‘2018 검찰실무’에 따르면 건설업자 김흥태씨에 대한 강백신 검사의 ‘면담’은 실질적인 수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수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되는 경우에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거나 공소를 제기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준비로서 범죄사실의 조사, 범인의 발견, 확보 및 증거의 발견, 수집 보전을 위한 수사기관의 활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정식 입건 전이라고 하더라도 혐의자에 대한 조사나 압수수색과 같은 활동을 하였다면 이는 실질적인 수사에 해당하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
- 2018 검찰실무 (57쪽)


법률 전문가 역시 “면담일 뿐 수사는 아니었다”는 검찰의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면담이라는 말 자체가 받아들이기 어렵다. 김흥태라는 건설업자가 강백신 검사와 친분이 있었다면 외부에서 만나야지, 특수부 검사실로 불러서 단순 면담을 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 이것은 수사행위에 해당한다. 검찰이 정식 절차를 회피하는 전형적인 우회 수사 방식이다.
- 김필성 변호사 / 법무법인 가로수


2016년 울산지검이 김기현 전 시장 형제와 김흥태 씨가 연루된 아파트 사업 비리 수사에 직접 나섰다는 것을 입증할 증거는 또 있다. 뉴스타파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울산지검은 공문을 통해 김흥태씨가 고발한 사건 수사에 필요하다며 2016년 3월 울산시청에 울산 북구 신천동의 아파트 사업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수사협조 의뢰(긴급)’라는 제목의 공문에는 “사건(고발인 김흥태)의 수사상 필요하니 아래 자료를 파악하여 당검사실로 조속히 회신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적혀 있다. 울산시청은 다음날 요청받은 자료를 회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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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전 울산시장 형제가 연루됐던 아파트 사업비리와 관련해 2016년 3월 울산지검이 울산시청에 보낸 긴급 수사협조 의뢰 공문.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 제공.
검찰이 요구한 자료는 김기현 전 시장 동생이 30억원 계약을 맺었던 울산 북구의 아파트 사업 인허가와 관련된 울산시청의 기록이다. 당시 김흥태 씨는 김기현 전 시장 동생과 맺은 ‘30억원 계약’에도 불구하고 약속한 아파트 사업권을 돌려받지 못했고, 오히려 경쟁업체가 울산시와 결탁해 불법적으로 인허가를 취득했다며 경찰에 고발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김흥태 씨가 강백신 검사를 만나 제보한 것도 같은 내용이었다. 그런데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이 아닌 검찰이 직접 나서서 울산시청에 공문을 보내 증거 자료를 수집했던 것이다.

공문 발송 시기가 2016년 3월인 점을 감안하면, 울산지검은 김기현 전 시장 형제가 연루된 아파트 사업비리 내용을 상당부분 파악한 후 몇 달 뒤 김흥태 씨를 검찰청으로 직접 불러 보다 구체적인 수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은 아파트 사업 비리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사건 당사자인 김흥태 씨를 수차례나 검찰청으로 불러 놓고도 수사를 이어 나가지 않았다. 당시 현직 울산시장이었던 김기현의 형제가 연루된 것을 의식해 수사를 무마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2018년 초 경찰이 김기현 전 시장 형제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을 때 검찰은 자신들이 앞서 확보했던 수사 정보를 공유하지도 않았다. 뉴스타파가 새롭게 입수한 검찰 문서를 검토한 김필성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검찰에서 먼저 어느 정도 수사가 이뤄졌다면 갖고 있던 정보를 경찰에 제공해서 수사에 도움이 되도록 했어야 한다. 이미 검찰이 갖고 있던 수사 정보를 경찰에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절차적 위반 소지가 있다. 검찰이 경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려 했거나,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 여지가 생긴다. 유력 정치인이 관련된 사안이었기 때문에 검찰이 정치적 고려를 한 게 아닌지 충분히 의심해 볼만한 상황이다.
- 김필성 변호사 / 법무법인 가로수


뉴스타파 조원일 callme11@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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