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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대출규제에 떠나는 시중銀…해외점포 2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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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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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출범 이후 시중은행의 국외 점포 수가 2배 이상 늘어나며 은행들이 해당 영업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부동산을 잡겠다며 은행 대출 규제에 지속적으로 나서자 은행들이 국내 점포는 줄이고 국외 지점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하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초저금리로 국내에서 은행 영업 기반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점도 국외로 나가는 원인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국외 점포 수는 1440곳이다. 2017년 말 630곳, 2018년 말 797곳에 이어 지난해 말 844곳으로 늘어났다. 올해 들어서는 국민은행의 국외 금융사 인수·합병(M&A)에 따라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 현지 지점이 대거 이 은행 국외 네트워크에 포함되면서 전체 시중은행 국외 점포 수가 급증했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 지점 현황과 정반대다. 5대 은행의 국내 점포 수는 2017년 말 4728곳에서 매년 줄어 올 9월 말에는 4538곳으로 쪼그라들었다.

은행들이 국외 점포를 대거 늘린 이유 중 하나로 정부 규제가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안정화를 국정 과제로 삼은 정부 정책에 따라 금융당국이 올 들어 지속적으로 은행 대출 규제를 가하면서 은행들이 '국내에서 사업을 못하겠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똑같은 금융업을 하는 핀테크 업체는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 반면 기존 은행은 각종 규제에 손발이 묶여 국내 점포를 줄이며 비용을 절감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 정부 들어 부동산 대책이 23번이나 나왔고 이들 대책의 핵심은 은행권 대출 조이기였다. 특히 시가 15억원이 넘는 '초고가 주택'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을 원천 금지하는 등 각종 부동산 규제가 은행의 수익성 하락을 '담보'로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로금리와 코로나19 영향까지 겹쳐 올 상반기 5대 은행 순이익은 작년보다 15% 감소한 4조8807억원에 그쳤다.

최근에는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에 대한 신용대출 상한선을 두면서 고소득자 대출까지 막아섰다. 향후에는 연소득에 따라 금융권 대출 총량을 제한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까지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핀테크만 우대하는 국내 금융 정책도 시중은행의 불만을 사고 있다. 대출 비교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토스 등 핀테크 업체는 여러 금융사 대출 상품을 비교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기존 은행은 규제 때문에 불가능하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국외에서는 규제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시중은행이 '집 밖'으로 나가는 이유다. 지난 8월 국민은행이 부코핀은행 지분을 확대할 당시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은 '외국 금융사 지분 40% 제한'이라는 규제를 이 은행에 한해 풀어줬다.

이에 따라 2018년 1027억원에 불과했던 5대 은행의 국외 M&A·지분 투자 규모는 작년 1조2730억원, 올해 9월까지 1조868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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