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라임 '등록취소' 결정
"사회적 물의 일으킨 사안"
29일 판매사 3곳 제재심
제재 근거, 범위 공방 전망
[아시아경제 박지환 기자] 금융당국이 1조6000억원대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에 대해 최고 제재 수위인 '등록 취소'를 결정하면서 다음 주 판매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한 제재심의위원회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라임운용에 대한 제재는 처음부터 이견이 거의 없는 사안으로 여겨졌지만 펀드 판매사들의 경우 제재 근거나 책임 범위 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20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제재를 등록 취소로 결정했다. 이는 최고 수위 제재다. 금융사에 대한 제재는 '등록ㆍ인가 취소-영업정지-시정명령-기관경고-기관주의' 등 5단계로 구분된다. 금감원은 "심의 대상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중요 사안인 점 등을 감안해 운용사 측 관계자들과 검사국의 진술 설명을 충분히 청취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날 '신탁계약 인계명령'도 함께 결정했다. 라임운용에 남은 펀드들을 가교 운용사(배드뱅크)인 '웰브릿지자산운용'로 이관하기 위한 사전 조치다. 원종준 대표와 이종필 전 부사장 등 라임운용 핵심 인력에 대해서는 해임 요구가 이뤄졌다. 이 역시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중 가장 높은 단계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해임권고-직무정지-문책경고-주의적경고-주의 등 5단계로 이 중 문책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된다. 이날 결정된 제재안은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라임운용과 달리 오는 29일 열리는 판매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제재심에서는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금감원은 이날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대신증권 등 판매 증권사 3곳에 대한 제재심을 연다. 이들 증권사 전ㆍ현직 최고경영자(CEO)들에게는 내부 통제 기준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직무정지를 염두에 둔 중징계가 사전 통보됐다. 라임운용 제재의 경우 한 차례 심의로 결론이 났지만, 판매사 건의 경우 제재 대상 및 수위와 관련해 수차례 논의가 진행되는 장기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사나 판매 직원 당사자들에 대한 제재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내부통제 기준 미비로 CEO까지 행위자로 확대 처벌하는 것은 지나친 처분"이라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실제 CEO 제재까지 이어질 경우 앞으로 증권사들은 위험상품 취급을 아예 하지 않는 경영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며 "이들 상품들도 분명 자본시장의 한 축인 만큼 시스템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증권사 CEO 대상 처벌 수준이 앞서 DLF 사태와 관련해 당시 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 내린 문책 경고보다 높은 수준인 점도 논란거리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의 경우 상품 판매 결정라인이 다단계 구조로 돼 있어 최종 권한이 본부장급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하지만 증권사들의 경우 결제라인이 상대적으로 단순해 CEO에게 그 권한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CEO를 대상으로 한 처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은행들에 대한 제재 논의는 추후 별도 일정을 잡아 진행될 전망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달 24일 "라임 제재와 관련해 증권사를 먼저 정리하고 은행 쪽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환 기자 pj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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