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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바이오] 고개 숙인 남자도 정수리 휑한 여자도 `방긋`…`해피드러그` 시장 쑥쑥 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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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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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을 치료하기보다는 생활 속 불편한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해피 드러그(happy drug)'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해피 드러그는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환을 고치는 약물을 뜻한다. 탈모와 비만, 성기능 장애 등의 치료제가 대표적이다. 이를 해결하면 사람들은 자신감을 갖게 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어 소득이 증가하면 해피 드러그에 대한 수요 역시 커지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해피 드러그 시장 규모는 1000억달러(약 118조원)가 넘는다.

지난해 미국에서 출시된 여성용 성욕 감퇴 치료제인 '바이리시'가 대표적이다. 이 약은 성관계 45분 전에 복부와 허벅지에 펜 타입 주사기로 자가 주사하는 방식이다. 브레멜라노타이드라는 성분의 호르몬 작용을 통해 성욕과 관련된 뇌 경로를 활성화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폐경 전 여성의 후천적 성욕감퇴장애 치료에 쓰도록 바이리시를 승인했다. 2015년 여성용 비아그라 '애디'를 허가한 데 이어 여성 성욕 감퇴 치료제로는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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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구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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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는 2019년 세계 최초 산후우울증 치료제인 '줄레소'도 판매 승인했다. 줄레소는 기존 항우울제에 비해 효과가 빨라 산후에 동반되는 슬픔, 불안, 분노 등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준다. 줄레소는 임상시험을 통해 여성 75%에서 산후우울 증상이 50% 이상 호전되는 결과를 냈다.

국내에서도 해피 드러그 시장은 커지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올해 2분기 기준 376억원으로 전년 동기(332억원) 대비 13.2% 늘었다. 올해 상반기 누계 매출은 704억원으로 작년 동기(654억원)보다 7.6% 증가했다. 향후 2~3년 내에 1000억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출시된 제품으로는 한국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의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다. 인체 내 식욕 조절물질인 'GLP-1'을 통해 식욕 억제와 체중 감소를 유도하는 기전으로 삭센다의 올해 상반기 시장점유율은 26%에 달한다. 삭센다는 2018년 3분기 매출 17억원에 그쳤지만 2019년 1분기 105억원으로 처음 분기 100억원대를 돌파한 뒤 매출을 계속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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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젤 '보툴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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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업체들도 비만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LG화학이 미국에서 임상 1상 중인 신약 물질(LB54640)이 대표적이다. 해당 물질은 FDA로부터 유전성 비만 치료제로 희귀의약품에 지정돼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LB54640은 약물 수용체의 일종인 MC4R를 표적으로 하는 경구용 제품으로 주사제에 비해 환자 편의성을 높였다. MC4R 작용 경로에 이상이 생기면 배고픔이 지속되는 과식증으로 인해 비만이 심해지고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는데 LB54640으로 이를 교정하는 것이다.

LG화학은 전임상 결과 식욕 제어 및 체중 감소 효과가 우수하고, 중추신경계 및 심혈관계 부작용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지난 6월 첫 환자 투약을 시작으로 약물 안전성 등을 평가하는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오는 2022년부터 유전성 희귀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3상을 동시 진행한 뒤 2026년 FDA 판매허가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탈모 분야에서는 JW중외제약이 '윈트(Wnt)' 신호전달 경로를 활용해 개발 중인 치료제(CWL080061)가 대표적이다. CWL080061은 탈모 진행 중 감소하는 Wnt 신호전달 경로를 활성화시켜 모낭 줄기세포와 모발 형성에 관여하는 세포를 분화 및 증진시키는 혁신신약(퍼스트인클래스) 후보물질이다. JW중외제약은 자체 연구뿐만 아니라 펜실베이니아 의과대학 등 피부과학 분야 해외 유수 연구기관과 다양한 전임상 시험을 하고 있다. 테라젠바이오는 지난달 유전체 분석 기반 탈모 예측 기술 국내 특허를 취득했다. 회사는 이를 활용해 탈모 관련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강화하고, 의료기관 등과 연계한 모발 케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허 기술은 유전체상의 특정 염기서열 변이인 단일 염기 다형성(SNP)을 분석해 남성 및 여성형 탈모, 원형탈모증, 휴지기 탈모증 등 다양한 모발 증상 위험 등급을 판정한다. 테라젠바이오는 피부과 및 모발 클리닉 등 의료기관, 건강기능식품업체 등과 제휴해 맞춤형 모발 케어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탈모 시장 규모는 2019년 26억달러(약 3조원)에서 2027년에는 2배가 넘는 53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주름 제거 등 미용성형에 쓰이는 다양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도 해피 드러그에 포함된다.

국내에서는 휴젤과 메디톡스, 대웅제약, 휴온스, 파마리서치프로덕트 등에서 일명 '보톡스' 제품을 국내외에 출시하고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툴리눔 톡신만 해도 20여 개 업체가 나서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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