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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박관용 “요즘 야당이 제역할 못하고 있다” 김종인 “MB·朴 문제 사과, 말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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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용 의장, 金 면전서 쓴소리… “주류인 영남세력 반감 대변” 해석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기존 당 주류인 영남 세력 간 충돌이 격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9일 당 비공개 회의에서 “내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문제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려 했는데 여기 계신 분들이 재판까지 기다리자고 해서 안 했다"며 “그런데 이제는 해야겠다. 재·보선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보수를 살리겠다는 말도 쓰지 말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바로 다음 날인 20일 국민의힘 박관용 상임고문단 의장이 김 위원장 면전에서 “야당이 야당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의장은 부산 출신으로 국회의장을 지낸 보수 원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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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20일 오전 여의도 한삭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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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얼굴 좀 붉히고 말하더라도 제 얘길 좀 들어 달라”며 비판을 시작했다. 박 의장은 “야당은 여당을 비판하고 새로운 정책을 개발해 다음 정권을 잡는 정당”이라며 “야당 역할은 여당보다 훨씬 더 열정적, 적극적이어야 하고 공격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은 비판적이어야 하는데 야당이 그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야당이 야당답게 집권할 수 있는 열정을 가진 정당으로 바뀌어주길 간절히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박 의장 발언 직후 창밖을 내다보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 의장의 이날 발언은 단순히 원로의 충고 성격을 넘어 당 주류인 영남 세력들의 김 위원장에 대한 반감을 대변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잇단 실정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반등하지 않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최근 여권이 추진하는 경제 3법 개정에 협조 가능성을 비치고 상당수 중진이 반발하면서 “정체성 논란이 본격화됐다”는 말이 나왔었다. 김 위원장이 지난 16일 부산에서 시장 선거와 관련해 “큰 설계로 부산 발전의 미래를 그리는 인물이 없다. 아직 적격자가 안 보인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영남권 중진들을 중심으로 ‘사람이 없다고만 하면 어떻게 하냐’는 논란이 확산됐었다. 부산 5선인 조경태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비대위 체제를 여기서 끝내자"며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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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오른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상임고문단 의장인 박관용(왼쪽) 전 국회의장은 이날“야당이 야당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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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김 위원장은 지난 19일 당의 기존 주류 세력을 향한 불만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당 회의에서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문제에 대한 사과 의지를 강하게 표명하면서 “보수를 살리겠다”는 말도 가능하면 쓰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지금 보수가 대략 15%밖에 안 되는데 보수만을 강조해서 되겠느냐”고 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보수 세력 결집’만을 강조하면 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중도층 마음을 얻기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김 위원장과 가까운 당 관계자는 “보수의 가치를 부정하자는 뜻이 전혀 아니었다”며 "기존 ‘집토끼’만 바라보는 당 영남 세력들에게 중도층의 마음을 잡기 위한 노력을 하라는 취지”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당 정강·정책에 경제민주화를 넣어놨지만 입법 활동이 하나도 안 되고 있다”며 의원들을 질타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당 쇄신 의지를 밝혔지만, 의원들 설득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정감사 기간이 끝나고 기존 당협위원장들을 재정비하는 당무감사 결과가 발표되면, 김 위원장과 당 주류 세력 간 갈등은 더욱 첨예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은 “내년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연말부터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라가게 되는 것"이라며 “원외 당대표 신분인 김 위원장이 자신의 정책 구상을 실현시킬 원내 세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내년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를 위한 후보군을 빨리 수면 위로 부상시키는 게 김 위원장의 최우선 책무”라고 했다.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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