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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뜨락] 유창선 수필가
여섯 시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후에도 한참을 뒤척이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창문을 연다.날씨가 차다, 요즈음은 기온이 뚝떨어져 조석으로 날씨가 완전히 남남이다.
자욱한 안갯속에 부지런한 산새들의 먹이 사냥이 한창이고, 농부들의 농기계 모는 소리와 온 들녘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며 가을 익어가는 소리가 가득하다.
앞산 허리 감싸 안은 실안개 속에도 가을 그림자가 가득 녹아있다.
물 한 모금 마시고 게을러지려는 몸과 마음을 다 잡고, 배낭을 둘러멘 후 집을 나섰다, 귀촌 후로 줄곳 매일 아침하는 뒷산 산행이지만, 늘 마음이 게으르다.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산새들 노랫소리 정겹고, 점차 울굿 불굿 아름답게 물들어 가는 나뭇잎들을 바라보노라니, 집을 나설 때 불편하던 마음이 싹 사라지고 오늘 아침도 산행길에 나서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산 초입부터 숨이 차오른다, 숲이 우거진 산속은 평지보다 산소밀도가 높아 건강한 사람들도 숨이 차는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숲 속에서 적응하는 시간은 보통 5~30분 가량이고, 길게는 2시간 이상도 걸린다는 어느 전문 산악인이 들려준 이야기가 산을 오를 때마다 생각이 나곤 한다.
가쁜 숨 몰아쉬며 산을 오르노라니, 길섶에 여름내 까칠하던 밤송이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앞가슴 반쯤 열고는 여기저기 누워있고, 도토리가 지천으로 떨어져 있다.
밤 한 톨 주어 깨어물고 다시 오르는데 고라니란 녀석이 저 잡을 게 아니건만 내 발자국 소리에 지레 놀랐는지 화들짝 달아난다.
한참을 더 오르다 보니 잣송이가 여기저기 떨어져 나뒹군다.
하산하는 길에 배낭에 담아 가겠다는 생각으로 한 곳에 주어 모아놓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오늘의 목적지 정상이 눈앞에 보인다, 가뿐 숨 몰아쉬며 정상에 올라서 보니, 발아래 끝없이 펼쳐진 운해가 날 반긴다, 장관이다.
운해 사이로 펼쳐진 높고 낮은 산봉우리와 그 사이를 비행하는 철새들에 모습이 그야말로 비경이다.
한참 넋을 잃고 바라보다 홀로 보기 아까워 친구와 지인들에게 카톡으로 보내줄 생각으로 핸드폰으로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촬영했다.
한참을 머물다 하산하는 길, 오를 때 주어 모아 둔 잣송이를 배낭에 담는데, 바로 코앞에 다람쥐 두 마리가 둥그런 눈망울을 똘망이며, 날 빤히 바라보고 있다.
마치 자신들의 식량을 왜 가져가느냐는 듯한 모습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다 보니 갑자기 미안 한 생각이 들어 배낭속 잣송이를 슬며시 꺼내어 놓았다.
하산하며 버섯을 따서 찌개를 끓여 볼 생각으로 이리저리 숲 속을 살펴보지만 식용 버섯은 보이지 않고 독버섯만 눈에 띈다.
올해는 버섯이 흉년이라더니 올여름 유난히 길었든 장마와 버섯이 한참 날시기에 가뭄이 더해저서 그런가 보다.
허긴 어디 버섯뿐인가, 올 가을은 산속에 모든 열매들이 흉년인 것 같다.
새삼 잣송이를 남겨두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유창선 수필가산행 후 나뭇잎 곱게 물들어 가는 아름다운 가을엔 우리들 가슴도 단풍처럼 아름답게 물들어가길 바라며 친구들에게 산 정상에서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전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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