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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밤 11시 사무실 나와 '월성1호기' 자료 없앤 산업부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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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감사 대비해 조직적 증거 인멸…복구 대비해 파일명 바꾸기도

백운규, 경제성 평가 전 '폐쇄 결정시 즉시 중단' 결정

뉴스1

감사원이 20일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월성 1호기) 조기폐쇄의 타당성에 관한 감사결과를 지난해 10월 감사에 착수한 지 1년여 만에 공개할 예정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감사원. 2020.10.2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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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산업통상자원부 직원들이 감사원의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원자력발전소(월성 1호기) 조기폐쇄 감사를 피하기 위해 한밤중 관련 자료를 삭제하는 등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20일 오후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월성 1호기 감사 보고서를 발표하고, 산업부에 이를 통보했다.

◇사람눈 피하려 일요일 밤 자료 없애…너무 많아 폴더 자체 삭제도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산업부 직원들은 2019년 11월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 관한 감사원 감사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보고받고 대책을 논의했다.

산업부 직원 A씨는 부하직원들에게 컴퓨터에 저장된 월성 1호기 관련 문서를 포함, 이메일, 휴대전화 등 모든 매체에 저장된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했다.

감사원이 BH(청와대)협의 문건등 월성 1호기 관련 최근 3년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하자 소송 동향 등 일부 자료만 제출하고 대통령비서실 보고문건 등 문서 대부분을 누락했다.

또 감사원이 2019년 12월 추가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자,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일요일 오후 11시24분부터 2일 오전 1시16분까지 2시간 가까이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총 122개 폴더를 삭제했다.

처음에는 산업부에 중요하고 민감하다고 판단되는 문서는 우선적으로 삭제하되, 복구되더라도 내용을 알아볼 수 없도록 파일명을 수정한 뒤 삭제했다. 그러다 삭제할 자료가 너무 많다고 판단되자 단순 삭제(shift+delete키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아예 파일들이 저장된 폴더 자체를 지웠다.

감사원이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문서 444개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복원했지만 324개만 복구됐고, 120개는 복구에 실패했다.

감사원법은 감사에 필요하면 증명서, 변명서, 그밖의 관계 문서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의 제출을 게을리 한 공무원에 대해 그 소속 장관에게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료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은 공무원과 감사를 방해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자료 삭제로 감사를 방해한 공무원 A씨 등 2명에게 경징계 이상 처분을 내리도록 산업부 장관에게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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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한국수력원자력(주)월성원자력본부 월성 1호기(가운데)가 감사원의 조기폐쇄 타당성에 대한 감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월성 1호기는 국내 최초 가압중수로형 원자력발전소로 2012년 11월 설계수명(30년)을 마치면서 가동이 정지됐다. 2020.10.20/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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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규, 文대통령 "중단 결정 언제?" 보고받고 '폐쇄결정시 즉시 중단' 지시

감사원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가동중단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부당하게 업무를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부와 한수원은 2018년 3월 한수원 자체 평가 자료를 토대로, 월성 1호기를 설계수명시(2022년)까지 계속 가동하는 방안이 가장 경제적이지만 정부 정책으로 조기폐쇄 방침을 정한 만큼 영구정지 운영변경 허가 취득시까지 2년6개월 운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었다.

또 산업부가 2017년 12월 수립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월성 1호기는 2018년 상반기에 경제성, 지역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폐쇄시기를 결정하도록 돼 있었다.

백 전 장관은 2017년 12월 '한수원은 월성 1호기 계속 가동을 원하지만 조기폐쇄를 하더라도 운영변경허가 시까지 운영하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보고받았다. 이와 같은 방안이 경제성이 있다는 보고도 받았다.

B 청와대 보좌관은 월성 1호기를 방문한 뒤 '외벽에 철근이 노출됐다'는 점을 청와대 내부보고망에 게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월성 1호기 영구 가동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가'라고 질문했다.

백 전 장관은 이와 같은 내용을 C 산업부 과장으로부터 보고받은 뒤 "한수원 이사회가 경제성, 지역수용성 등을 고려해 폐쇄를 결정한다고 하면 다시 가동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냐"고 질책하고, 한수원 이사회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가동중단하는 것으로 재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아직 경제성 평가를 맡은 삼덕회계법인의 평가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백 전 장관은 '조기폐쇄 결정시 즉시 가동중단' 방침을 대통령비서실에 보고하고 한수원에도 전달했다.

이에 한수원은 삼덕회계법인에 당초 경제성 평가 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제시됐던 '영구정지 운영변경허가 시까지 가동하는 시나리오'를 제외하고 '즉시 가동중단' 방안과 '설계수명 시까지 계속가동하는 방안'만 비교해 경제성 평가를 하도록 했다. 조기폐쇄할 경우 즉시 가동을 중단하는 방안 하나만 남게 된 것이다.

감사원은 "산업부가 외부기관의 경제성 평가결과가 나오기 전 폐쇄시기 방침을 결정한 것은 절차적 합리성을 갖춘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또 한수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고, 해당 방침 외 다른 대안을 검토하지 못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또 "한수원 이사회가 즉시 가동중단 결정을 하는데 유리한 내용으로 경제성 평가결과가 나오도록 평가과정에 관여해 경제성 평가업무의 신뢰성을 저해했다"며 "백 전 장관은 이를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내버려뒀다"고 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에 대해서도 "폐쇄시기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하지 않아 한수원 이사회가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시기에 관해 즉시 가동중단 외 다른 대안은 검토하지 못하고 심의, 의결하게 했다"고 책임을 물었다.

◇한수원, 가동중단 용이하게 하려고 잘못된 변수 평가에 적용

감사원은 2018년 6월 삼덕회계법인이 한수원에 제출한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의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 대비 계속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판단하고, 한수원이 이에 책임있다고 지적했다.

한수원 전망단가는 실제 원전 이용률이 한국전력공사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수립시 예상원전 이용률보다 낮을 경우 실제 판매단가보다 낮게 추정되는 문제가 있었다. 예컨대 2017년 기준으로 한수원 전망단가(55.08원/kWh)는 실제 2017년 판매단가(60.76원/kWh)보다 9.3%(5.68원/kWh) 낮게 추정됐다.

한수원은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도 삼덕회계법인에 이를 보정하지 않고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계속가동 시의 경제성(전기판매수익)이 낮게 산정됐다 반대로 비용에선 즉시 가동중단시 감소되는 비용의 추정을 과다하게 했다.

감사원은 "한수원은 정부정책을 이행한다는 명목으로 이사회의 월성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을 용이하게 하고자 실제 판매단가보다 낮게 추정되는 한수원 전망단가를 보정하지 않고 적용하는 등 합리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판매단가 등 입력변수를 경제성 평가에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백 전 장관의 경우 공무원의 법령 준수 의무를 규정한 국가공무원법 제56조를 위반해, 엄중한 인사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백 전 장관이 이미 퇴임함에 따라 비위 내용을 통보해 재취업, 포상 및 공직후보자 관리에 활용하도록 산업부에 요구했다. 정 사장에게는 '엄중 주의' 촉구를 내리라고 촉구했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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