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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육 먹고싶다"는 외교관을 모범 공무원 추천한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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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총영사관 영사 A씨 비위 의혹에도 '서면 경고'

지난해 4월엔 "예산 집행 우수" 포상 후보자로 추천

공관 직원들은 "사문서 위조ㆍ예산 사적 유용" 신고

외교부 "최종 포상선 제외..감사 땐 인육 제보 없어"

중앙일보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이달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자료제출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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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관 직원들에게 “인육 고기를 먹어보려 한다” 등 엽기적 폭언은 물론 예산 유용 의혹까지 불거진 외교관에 대해 외교부가 ‘2019년 상반기 모범 공무원’ 추천 후보자 명단에 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외교부는 지난해 4~5월 모범 공무원 표창을 위한 20여 명의 후보자 명단에 미국 주재 총영사관에 근무하는 외무영사 A씨를 포함했다. A씨의 당시 공적 사항으로는 “재외 공관에서 예산 낭비를 막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실이 확보한 A씨에 대한 비위 제보는 외교부 추천 내용과는 딴판이었다.

이태규 의원실에 따르면 A씨는 “인육 고기가 맛있을 것 같다. 인육을 먹어보려 한다”고 하거나, ”일본인 할머니 덕분에 조선인들이 빵을 먹고 살 수 있었다” “네가 퇴사하더라도 끝까지 괴롭힐 거다” 등의 폭언을 했다는 의혹이 지난해 10월 현지 직원들의 신고로 공관에 정식으로 접수됐다.

당시 신고 내용에는 직원들을 향한 폭언 외에도 사문서위조, 물품 단가 조작, 이중장부 지시, 예산 유용, 특근 매식비 집행서류 허위 작성 등 16건에 달하는 비위가 접수됐다고 한다.

사문서위조 건과 관련해선 지난해 4월 총영사관이 신청사 이전을 위해 가구와 집기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A씨가 직원에 현지 업체명을 도용해 물품 구매 허위 견적서를 쓰게 한 뒤 국고를 부풀려 배정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총영사관이 ‘자산취득 업무 부적정’을 이유로 별도의 ‘기관 주의’ 처분까지 받았다.

문제가 불거진 시기는 외교부가 A씨를 “예산 집행을 우수하게 했다”며 포상 후보자 명단에 올린 시기와 일치한다. 외교부는 이와 관련 “포상 후보자 명단 공개는 검증을 위한 것으로, 최종적으로 A씨는 포상에서 제외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직원들의 신고가 잇따르면서 외교부 감사담당관실은 그해 11월 현지 공관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고, A씨에 대해선 사문서위조 등 일부를 인정해 '장관 경고'라는 서면 경고 처분을 내렸다.

이태규 의원실 관계자는 “A씨는 총영사관 부임 직전 감사담당관실에 근무했다”며 “막말 외에 예산 유용 등 중한 비위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감사관실이 인사상 불이익이 없는 경고를 한 것은 ‘동료 봐주기 징계’를 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제보 내용에 대해 담당 부서에서 정밀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라고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문제가 된 A씨의 인육 발언과 관련해선 외교부 내에서도 “상식을 벗어난 발언”이라며 술렁이는 분위기다.

다만 한 소식통은“문제가 되는 인육 발언은 감사 시점에서는 제기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효식·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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