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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조홍식의세계속으로] 풍자를 허용하되 강요하진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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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佛 사회 다시 강타

소수 종교 이해·포용하는 공화주의 필요

세계일보

극단주의 이슬람 테러가 프랑스 사회를 다시 강타했다.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화를 수업 시간에 보여준 한 중학교 교사가 거리에서 참수를 당했다. 21세기에 칼로 사람의 목을 절단해 죽이는 방식도 야만적이었거니와 범인이 체첸계 러시아인으로 어린 18세 난민이었다는 사실도 충격이었다. 핍박받는 러시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따듯하게 품어준 나라 프랑스에 와서 잔혹하게 저지른 범죄였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에 맞서 프랑스 사회는 자유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며 단결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의회의 주요 정치세력이 모처럼 한목소리로 표현의 자유는 프랑스 공화국의 근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교사를 공화국의 순교자로 보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프랑스인들이 일반적으로 이슬람에 대해 가지는 비판적 시각은 더 강화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프랑스 사회와 이슬람의 상호 관계가 틀어질수록 직접 피해를 보는 것은 수백만 명에 달하는 북아프리카계 이민자 집단이다. 프랑스에 정착한 지 오래된 알제리, 모로코, 튀니지 출신의 이민자들은 시민권을 취득한 분포도 높고 사실은 이슬람을 믿지 않는 사람도 많다. 프랑스 사회를 상대적으로 잘 알며 또 많은 공동체의 가치를 공유하는 집단이다. 그러나 프랑스 주류 사회가 이슬람 증오를 키울수록 이들은 자신이 뿌리내리고 사는 사회의 ‘미운 오리 새끼’가 되어 버린다.

원래 풍자는 프랑스 사회의 오랜 전통이다. 무함마드 만평으로 2015년 테러 공격을 받은 ‘샤를리 에브도’와 같은 풍자 전문 잡지도 프랑스 언론의 어엿한 일원이다.

특히 종교도 풍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프랑스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프랑스 역사에서 가톨릭은 오랜 기간 왕권을 옹호하는 보수 세력의 대명사였기 때문이다. 신랄한 풍자를 통해 몽매의 어두움에서 사람들을 깨울 수 있다는 믿음도 있다. 풍자는 계몽의 수단인 것이다.

다만 수업에서 자극적인 내용의 만평을 활용하는 것은 그다지 지혜로운 선택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원하는 사람이 풍자 전문지를 돈을 주고 사보는 것은 시민의 권리지만 학생들이 선생님이 주도하는 교실의 수업은 피할 길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 학생들에게 상처를 줄 내용을 강요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교육법이다.

피해 교사는 수업 시간에 무함마드 풍자 만평을 다루기 전에 이슬람 종교를 가진 학생들은 불편하게 느끼면 잠시 나가 있어도 좋다고 ‘배려’를 했다고 한다. 이것이 과연 배려일까. 소수에 속한다는 사실은 사람을 위축시키고 소수임을 공개적으로 확인받는 과정은 거의 항상 상처다.

프랑스는 혁명을 통해 민주주의를 확고하게 공표하고 표현의 자유라는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 주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런 훌륭한 전통을 확고하게 지켜나가면서 후세에 교육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필요한 과제다. 다만 문화적으로 다양한 사회에서 소수 집단을 배려하는 교육 방식을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람의 정체성이란 미묘하고 섬세한 존재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종교 권력과 투쟁하던 공화주의에서 소수의 종교조차 이해하고 포용하는 공화주의로의 이행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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