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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무료 독감백신 맞은 고3 “피곤하다” 이틀 뒤 집에서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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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 뒤 발열 등 특이반응 없어

방대본 “같은 백신 접종자 조사 중”

1차 부검선 “백신과 사망 무관”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예방접종 이틀 후 17세 남학생이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해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독감 백신 접종의 이상 반응 중 사망 사례가 보고돼 조사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방대본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인천 지역 고등학생 3학년인 17세 남학생이 지난 14일 낮 12시 민간의료기관에서 독감 백신을 무료 접종한 후 이틀 뒤인 16일 오전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해당 학생은 독감 접종 전후 알레르기 비염 외에 특이 기저질환이나 특별한 증상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가족에게 “피곤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보건 당국은 현재 예방접종과 사망 간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부검을 통해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사망 사례는 예방접종 후에 특이사항이 없었고, 일정 시간이 지난 이후 사망으로 확인된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부검을 통한 사망 원인을 먼저 규명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망한 학생이 맞은) 동일한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이상 반응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데, 아직 이상 소견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천 당국에 따르면 1차 부검 결과, 사망과 독감 백신과의 관련성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 의사가 백신 연관성에 대해 회의적 반응이었다고 들었다”며 “정밀 부검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망한 17세 남학생이 맞은 백신은 국가무료접종 백신으로 신성약품이 유통한 제품이다. 다만 정 본부장은 “신성약품이 유통한 게 맞지만, 유통과정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회수 대상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망 사례 외에 현재까지 보건당국에 신고된 이상반응 대부분은 가벼운 증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질병청에 신고된 이상반응 총 353건 가운데 무료접종을 받은 사례가 229건이고 유료 접종은 124건이다. 증상별로 보면 알레르기 증상이 99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접종한 부위가 부풀어 오르는 등 국소 반응 98건, 발열 79건, 기타 69건 등의 순이었다.

과거에도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가 더러 있긴 했다. 질병청은 지금까지 독감 백신 접종으로 인한 피해보상이 인정된 사망 사례는 2009년 1건 있었다고 밝혔다. 65세 여성이 백신을 접종 받고 이틀 후 전신에 근력저하 증상이 발생해 입원 치료를 받다 사망했다. 의료계에서는 독감 백신 사망 사례가 드물게 고령층에 발생하지만, 건강한 10대가 사망한 경우는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독감 백신으로 인한 대표적인 부작용은 ‘아나필락시스’나 ‘길랭바레 증후군’이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나팔락시스는 일종의 백신 단백질 과민반응으로, 호흡곤란, 쇼크 등의 증상이 접종 직후 나타난다”며 “길랭바레는 전신 아래서부터 서서히 마비가 시작되는데 사망 사례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관련 사망이라면 부검에서 혈액, 장기 등에서 문제점이 발견될 것”이라며 “독감 백신의 문제라기보다 개인적 질환으로 돌연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무작정 독감 접종을 하지 않을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인천=최모란·심석용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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