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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서호 통일부 차관 “한마음으로 분단 끊어내길 바라며 전시회 제목 ‘남북동심’으로 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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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경기 파주시 평화순례자갤러리와 서울 종로 일백헌갤러리에서 서예작품 31점을 전시하는 서호 통일부 차관이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인전 개최와 관련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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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관계 막혀
답답한 마음에 다시 붓 들게 돼
새벽 4시 기상, 출근 전까지 연습

고려의 서희처럼 역지사지 필요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버지처럼
학생들에 글씨·역사 가르칠 것

“붓글씨는 초등학교 교사인 아버지에게 어릴 적 역사공부와 함께 배웠습니다. 공직에 들어선 후 바빠서 꾸준히 못했는데 작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결렬되고 남북관계가 막히면서 답답한 마음에 다시 먹을 갈고 붓을 들게 됐습니다.”

통일부에 35년째 몸담고 있는 서호 통일부 차관(60)이 서예가로 변신했다.

서 차관은 민족화해센터 2020년 하반기 특별초청전으로 지난 16일부터 경기 파주시 평화순례자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 총 31점의 서예작품을 29일까지 선보인다. 이후 서울 종로 일백헌갤러리에서도 30일부터 내달 5일까지 전시할 예정이다. 초청전 제목은 ‘남북동심(南北同心): 평화와 공동번영의 한반도’다. 공직생활을 통해 보고 느낀 통일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평소 생각을 작품에 풀어냈다.

‘남북동심’은 주역의 구절인 ‘이인동심 기리단금’(二人同心 其利斷金·두 사람이 합심하면 그 날카로움이 단단한 쇠도 끊을 수 있다)의 ‘이인’을 ‘남북’으로 바꾼 표현이다.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난 서 차관은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때 남측 선발대 단장으로 방북했다”며 “백두산 정상에서 두 지도자가 손을 맞잡는 모습을 보고 남북이 한마음을 가지면 ‘분단상태’라는 한반도 주변의 날카로움을 끊어내고 대륙으로 진출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이번 전시는 그런 바람을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서 차관은 홀로 서예를 익히다가 작년 7월 이동천 박사를 스승으로 모셨다. 이 박사는 고서화·도자기 등 미술품 감정가로 유명하며 서예에도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 차관은 매주 화요일 저녁 이 박사에게 전문적인 지도를 받았고, 평일 새벽 4시면 일어나 출근 전까지 연습했다.

지난달 중순 출품작들을 담아 미리 내놓은 서예전 책자는 9·19 평양공동선언 2주년을 기념해 총 919부(비매품)만 발행했다. 현직 차관으로서 개인전을 여는 게 다소 부담스러웠다는 그는 “사비를 털어 책자를 만들고 전시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스승 이 박사를 통해 한반도 평화 및 남북관계에 관심이 많은 천주교 인사들과 인연이 닿은 것도 그가 서예가로서 외연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됐다.

서 차관은 지난 6월 함세웅 신부와 함께 ‘민족화해: 안중근 의사 순국 110주년 추모,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 서예전’에 참여해 작품 3점을 전시한 바 있다. 이번 개인전 역시 천주교 소속의 민족화해센터에서 그를 초청해 이뤄졌다.

고려대를 졸업한 서 차관은 1985년 이세기 장관의 비서관을 시작으로 통일부 기획조정실장·교류협력국장, 청와대 통일비서관 등을 거쳤다. 그동안 200여차례의 남북회담에 참여했다.

“어릴 적 어머니께선 집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차림새와 상관없이 누구든 손님으로 정성껏 대하라고 가르치셨어요. 경제적으로 어려운 북한에 우리가 베풀 때는 상대방의 자존감을 생각해 손님으로서 대하되 과도하게 주진 말아야 합니다. 요즘 남북관계가 경색돼 협상이 쉽지 않은데, 고려시대 외교가인 서희가 거란족 장군 소손녕과 협상해 전쟁 없이 강동 6주를 얻었듯이 역시사지의 마음으로 협상해야 윈윈할 수 있습니다.”

향후 서예가로서의 삶을 지속할 것이라는 서 차관은 “아버지가 나를 가르쳤듯이 재능기부를 통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붓글씨와 역사를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문주영 기자 moon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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