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주목 받는 아세안

태국 가전공장 철수해 베트남 이사가는 파나소닉 속내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파나소닉 /사진=wikimedia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짜오 베트남-111] 지난 5월에 터져나온 뉴스는 태국에는 '충격', 베트남에는 '환호'였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업체 파나소닉이 아시아 지역 생산기지 재편 계획에 따라 태국 백색가전 공장을 40년 만에 완전히 철수한다는 내용이었지요. 태국에 있는 설비를 뜯어 베트남으로 향한다는 소식에 베트남은 뜨겁게 반응했습니다. 한국, 중국 등 경쟁업체와 싸우려면 태국 인건비로는 비용을 충당하기 벅찼나 봅니다. 태국에 있는 세탁기와 냉장고 공장을 베트남 하노이 인근 지역으로 이전한다고 밝히며 태국에서는 세탁기와 냉장고를 9월 말과 10월 말까지만 각각 생산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태국은 대표적으로 일본 자본이 일찍부터 들어가 터를 잡은 국가입니다. 그만큼 일본에 대한 감정도 우호적이고 일본 색채가 많이 나는 국가죠. 하지만 비용 절감을 위해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기업 생리상 사정을 봐주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습니다. 이 발표가 나가기 전 파나소닉은 태국 공장 일부를 폐쇄하고 생산라인을 말레이시아로 옮긴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요,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파나소식이 가전 라인 전부를 태국에서 철수할 거란 전망까지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내 태국에서 완전히 가전 라인을 뺀다는 소식이 나오자, 그것도 베트남 하노이 부근으로 옮길 거란 얘기가 나오자 태국 일각에서 "왜 하필 베트남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죠.

당시만 하더라도 단순히 인건비 절감 차원인 줄 알았는데 최근 나오는 뉴스에는 좀 더 복합적인 사유가 읽힙니다. 파나소닉은 최근 파나소닉 베트남을 단순 가전제품 제조업체로 만들지 않을 거란 얘기를 했습니다. 파나소닉은 이곳을 포괄적인 의료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내놨습니다. 대대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아시아 시장 전체를 이끌어가는 의료 솔루션 관련 전략을 주도하는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것입니다.

현지 보도 등에 따르면 파나소닉이 베트남에 진출한 것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난 6월 현재 파나소닉 베트남 법인에는 직원 7000여 명이 8개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쏟아부은 자금은 2억5000만달러 선으로 집계됩니다.

현지 언론 등은 베트남에 대한 일본의 투자가 최근 몇 년간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일본 기업의 국외 공급망 다변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국가 차원에서 대대적인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지난 7월 일본에서 선정된 30개 기업이 아세안 국가로 진출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국가 지원을 등에 업고 인센티브를 가지고 외국으로 나가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중 절반인 15개 기업이 베트남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일본 정부의 치밀한 전략이 있다는 점을 생각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앞서 비슷한 글을 몇 번 올린 적이 있는데, 베트남은 외국에서 한국계 자본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일찍부터 삼성전자, 신한은행, 효성, 롯데를 비롯한 기업들이 싹을 뿌린 덕에 곳곳에서 한국어 간판을 볼 수 있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대학교도 많습니다. 좀 과장을 보태서 말해 '한국어가 글로벌 공용어가 아닐까' 하는 '국뽕'이 섞인 착각을 하게 하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입니다. 그만큼 한국계 파워가 강한 나라라고 볼 수 있지요.

반면 베트남을 제외한 동남아 거의 모든 국가에서는 일본이 한국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워낙 미리부터 달려가 깃발을 꽂았거든요. 태국을 필두로 일본계 자본이 맹위를 떨치는 국가가 많습니다. 게다가 일대일로 전략을 축으로 국경 너머 동남아 국가를 전부 장악하려는 중국의 야심도 힘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과 베트남, 베트남과 한국의 사적인 감정을 떠나서 베트남은 한국이 동남아 일대에서 뻗어나가기 위한 전략 요충지로서 가치가 무궁무진한 곳입니다. 한국으서는 집토끼인 우위를 내줘서는 안 되는 곳이기도 하지요. 이런 측면에서 태국에서 가전 라인을 빼고 베트남을 주목하는 일본의 대표 기업 파나소닉의 결정은 그냥 흘러가는 얘기로 들리지 않습니다. 한국이 그동안 베트남에서 잘해왔지만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는 위기감을 느껴야 합니다. 최근 베트남 정부에서 한국의 삼성전자를 콕 집어 '베트남 중소기업을 지원해 달라'는 의사를 표명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단순히 생산기지로만 베트남을 보지 말고 베트남 국가 경쟁력을 전반적으로 끌어갈 수 있는 '촉매'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무턱대고 기술을 이전하면 나중에 독이 될 수 있으니 신중해야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전략적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건 삼성을 비롯해 한국 기업 모두가 겪어야 할 통과의례 같은 것입니다.

베트남의 우위를 바탕으로 인근 라오스와 캄보디아, 더 나아가 미얀마와 태국 등까지 한국 자본이 맹위를 떨치는 상황이 오기를 빌어봅니다. BTS가 빌보드 차트를 정복하는 걸 보면 한국의 잠재력은 생각보다 훨씬 거대한 것이 아닐까, 요새는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국뽕'에는 아무리 취해도 숙취가 없습니다.

[하노이 드리머(홍장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