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이래 최대 위기 맞은 롯데, 위기 돌파 위해 고강도 인적 쇄신 / 그룹 악재 속에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경영 책임 임직원들에 전가 비판 / 그룹의 양대 축 유통∙화학 실적 부진 / 위기 극복 위한 갈 길 멀다는 업계 지적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한 롯데그룹이 돌파구 모색에 한창이다. 신동빈 회장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등으로 위기 상황이 깊어지자 줄곧 그룹의 변화를 강조해왔다.
결국 신 회장은 지난 8월 그룹 2인자였던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경영 일선에서 퇴진시키고, 세대 교체에 방점을 둔 인적 쇄신을 강행했다.
첫발만 뗐을 뿐 그룹의 양대 축인 유통과 화학 부문의 경쟁력 강화와 새로운 먹거리 창출 등 가야 할 길은 아직 멀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롯데지주는 지난 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동우 대표를 사내 이사 및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지난 8월 황 전 부회장이 물러난 뒤 이 사장이 사실상 대표직을 수행해왔지만, 주총을 계기로 롯데지주의 정식 대표이사로 확정된 셈이다.
이 사장의 합류로 롯데지주는 신 그룹 회장과 송용덕 부회장 등 3인 대표이사 체제를 갖추게 됐다.
이 신임 대표의 취임과 함께 롯데지주도 내부 조직개편에 나섰다. 경영전략실을 경영혁신실로 바꾸며 기존 4개의 팀을 2개로 줄였다.
특히 이 대표는 취임 3주 만인 지난달 23일 인사를 내고 지주 전체 인원을 약 20% 감축했다. 롯데지주 중심으로 이뤄졌던 강력한 리더십을 완화하고 계열사의 독자 생존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의 결단으로 풀이된다.
이같이 롯데가 인적 쇄신에 나선 배경은 그만큼 위기의식이 크다는 방증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롯데그룹은 핵심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으로 일각에서는 ‘생존마저 위태롭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10대 그룹 중 올해 상반기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순손실은 201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160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과 비교하면 1조1000억원가량 줄었다.
그룹의 중추인 롯데쇼핑의 상반기 매출액은 8조1226억원, 영업이익은 5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 82.0% 각각 감소했다.
롯데는 롯데쇼핑의 체질 개선을 위해 오프라인 매장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한편 유통 계열사들의 통합 플랫폼인 ‘롯데온(ON)’을 선보이는 투트랙 전략을 펴고 있다.
올 초부터 롯데그룹은 롯데쇼핑에 대한 구조조정과 점포 정리를 계속해 왔다.
롯데슈퍼에서는 올해 53곳이 문을 닫았으며, 롯데마트 역시 9곳이 폐점한 상태다. 롯데마트는 내달 말 추가로 2곳(서울 구로점, 도봉점)을 닫을 예정이며, 연내까지 16곳개를 폐점할 계획이다.
애초 롯데쇼핑은 점포를 줄이는 것일 뿐 정리해고와 같은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반년 새 1000명 넘게 짐을 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롯데쇼핑 직원 수는 2만4228명으로 지난해 말(2만5298명)보다 1070명 줄었다. 감원율은 4.23%다. 이는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 인력을 제외한 수치다.
신성장 동력 발굴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 4월 신 회장의 야심작으로 불린 롯데온이 출범했지만 실적은 부진한 편이다. 7개 계열사 통합 온라인 쇼핑몰인 롯데온은 지난 2분기 국내 온라인 시장이 17% 커진 데 비해 성장률은 1.2%에 머물렀다. 경쟁사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시장 진입 초반 이처럼 승기를 잡지 못한다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룹 내 캐시카우로 통하던 롯데케미칼도 미·중 무역분쟁과 세계경기 둔화에 따른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지난 1분기에는 86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2012년 2분기 이후 31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섰고, 2분기에도 영업이익이 3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 감소했다.
문제는 롯데케미칼이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대 경쟁기업으로 꼽히는 LG화학은 이미 2차 전지로 꾸준히 기업가치를 키우고 있으나 롯데케미칼의 주가는 3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 기간에 LG화학과 시가총액 차이는 10배로 벌어졌다. LG화학처럼 외부 변수 등에 대비해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포트폴리오 강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의 관계자는 “롯데는 올해 매출 타격이 워낙 큰 데다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 등에 쓸 실탄도 마땅치 않아 위기를 단기간에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대내외 악재에도 직원들의 열정으로 버텨 온 그룹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등을 통해 경영 악화의 책임을 임직원들에게만 전가하면 더 큰 문제를 부를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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