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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공개하겠다는데…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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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네이버가 꾸린 검토위 "관리자 개입 원천 불가능" 결론

소스코드·편집자 개입 이력 못보고 네이버가 추천위 구성 한계

뉴스1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과의 쇼핑 ·뉴스 검색 알고리즘 조작 의혹에 대한 간담회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News1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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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 국민의힘으로부터 항의 방문을 당한 네이버가 뉴스 검색 알고리즘을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어떤 방식이 될지 주목된다.

뉴스 편집 개입 논란에 시달리던 네이버가 2018년 11월 자체적으로 꾸린 뉴스 알고리즘 검토위원회의 활동 결과와 한계를 짚어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1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를 방문한 국민의힘 의원 측에 "뉴스에 대해선 신뢰할 만한 전문가 그룹에게 알고리즘을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쇼핑의 경우 협력사의 영업상 기밀이 있어 검토할 부분이 필요하지만 뉴스에 대해선 공개가 가능하다는 취지다.

네이버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자사 쇼핑몰인 '스마트스토어'에 특혜를 주는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며 과징금 265억원을 부과받으며 검색 알고리즘 조작 논란이 불거졌다.

네이버가 뉴스 알고리즘을 공개하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네이버는 2017년 스포츠 뉴스 부당 편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는 등 공정성이 흔들리자 이듬해 11월 맹성현 위원장(KAIST 교수) 등 11명으로 이뤄진 검토위를 꾸렸다.

당시 검토위는 네이버 뉴스 서비스가 관리자 개입이 불가능한 구조이며 신뢰할 만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검토위는 AI로 개인형 맞춤 뉴스를 제공하는 에어스(AiRS)는 편집자 개입 없이 자동으로 이용자의 피드백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으며 이용자 기사 선호도와 기사의 품질을 고려한 개인화 추천 점수를 계산하는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뉴스 검색 결과는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으로 배치되기 때문에 관리자 개입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라고 판단했다.

◇ 소스코드 못보고 네이버가 제공한 기술 문서로 결론

다만 당시 검토위가 알고리즘이 담긴 '소스 코드'를 직접 보지 못하고 네이버 제공한 기술 문서에 의존해 결론을 내린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검토위로 활동했던 한 위원은 "남이 짜놓은 소스코드를 본다는 건 쉬운 게 아니"라며 "소스코드를 본다는 건 현실적인 방법이 아니었고, 전문가들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기술해놓은 게 있었고 이를 보고 다방면으로 분석해 자료 요청을 해서 자료를 받고 왔다갔다 하는 방식으로 검증했다. 그래도 6개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도 "소스코드를 공개해봐야 그 양이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없고 시간도 너무 많이 걸린다"며 "오히려 공개된 소스코드를 기사 어뷰징 등 부당하게 사익을 취할 도구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공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당시 검토위는 뉴스 편집 알고리즘이 기사를 추천하는 원리에 대해서 어뷰징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를 피하기도 했다.

뉴스1

송상민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지난 6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네이버(쇼핑, 동영상 부문) 시장지배적 지위남용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 제재' 브리핑을 하고 있다. © News1 장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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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편집자 개입 이력 검토위엔 공개 안해

또 당시 위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네이버는 내부적으로 편집자 개입 이력을 검토하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이를 검토위에 공개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토위의 한 위원은 "네이버가 만약 뉴스 편집에 개입했다면 뉴스를 어떤 근거로 배제했는지 내부 의사결정에 이르는 과정이 문서화돼있어야 하고 이를 나중에 공개할 수 있어야 한다"며 "문서화했는지 모르겠지만 네이버가 왜 이 기사가 제재 됐는지, 편집 과정서 안 보냈으면 왜 안 보냈는지 갖고 있다. 검토위에서 가지고 있다는 걸 들었으나 이를 보진 않았다"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해 4월 모바일 메인에서 뉴스를 빼면서 네이버 뉴스 편집에 대한 자문과 검증을 맡는 네이버뉴스 편집자문위원회를 폐지했다"며 "AI가 뉴스를 자동으로 추천하기 때문에 수동 편집 영역으로 필요했던 편집자문위 필요성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알고리즘을 통한 자동 편집은 원칙일 뿐 인간 개입 여지가 완전히 닫힌 건 아니라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알고리즘에서 어떤 요소에 가중치를 두는지 기준을 짜는 게 사람이고 이를 수정·업데이트해야 한다"며 "또 예상치 못하게 부적절한 단어들이 노출됐을 때 이를 관리하는 이른바 '검수 과정'이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최근 공정위로부터 제재받은 쇼핑 검색 알고리즘 변경 역시 스마트스토어 상품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과 이보다 노골적으로 스마트스토어 상품 노출 보장 비율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앞서 네이버는 2017년 10월 네이버스포츠 내부 고위관계자가 담당자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청탁을 받고 연맹 비판 기사를 포털 메인에서 내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성숙 대표가 공개 사과문을 올렸다.

같은해 '최순실 게이트' 수사 과정에선 2015년 5월 당시 최모 삼성 미래전략실 전무가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사장에게 "지금은 네이버와 다음에서 기사들이 모두 내려갔다. 포털 쪽에 부탁해뒀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공개되며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기도 했다.

◇ 네이버가 꾸린 추천위원들이 검토위원 추천

검토위 구성에 네이버가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점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네이버는 당시 전산학·문헌정보학·컴퓨터공학 대학교수들로 구성된 추천위원 6명을 꾸렸고, 이 추천위원회가 마찬가지로 관련 학과 대학교수 11명으로 이뤄진 검토위를 추천했다.

네이버가 아닌 외부 인사들이 검토위원들을 추천하긴 했지만 네이버의 입김이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업 회장이 자기 사람들로 이사회로 짜는 것처럼 네이버가 구성한 추천위가 네이버에 유리하게 검토위를 만드는 건 상식"이라며 "검찰수사를 못믿겠으면 검사 조직이 아닌 외부 변호사들로 구성된 특검을 하자고 하는 것처럼 네이버가 아닌 외부 검증 조직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s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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